썰전, 패잔병의 무딘 칼로 뭘 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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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호평이 이어졌던 ‘썰전’은 이제 장점이 없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됐다. 정예군은 모두 잃고 패잔병만 남은 모습은 영 씁쓸하기까지 하다. 남은 패잔병은 무딘 칼을 갈아 적진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끼리 싸움질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허지웅과 강용석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자 섭외한 멤버가 서장훈일 때부터 이 코너의 미래는 암울할 거라 예상했지만, 시작부터 심각한 수준이다.

서장훈은 고작 자기 의견을 말한 게 <프로듀사>를 방송하는 KBS 화면은 왜 유독 좀 색이 그러느냐(칙칙한)는 허탈한 질문을 할 뿐. 미디어 비평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음을 보였다.



기존 <썰전>은 그나마 허지웅이 영화나 대중문화 떡밥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던지라 어떤 떡밥이 나오더라도 이야기가 됐지만, 이제는 벽들이 많아서인지 토크가 벽에 부딪혀 자꾸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 비평의 주제는 <프로듀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혹평을 받았던 때의 상황 설명과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짚어 보는 시간은 언론 매체에서 한 번 다뤘던 이야기 수준이었다. MC나 패널의 독특한 시선이나 날카로운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지윤은 KBS에서 근무를 해봤기에 혹시나 자신들만이 웃기는 코드가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 조금은 차별화됐지만, 그 이상의 의견은 없었다.

현재 꾸려진 <썰전> 2부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은 사실 초반 10회 정도만 칭찬해 줄만 했지, 그 이후에는 하이퀄리티라 할 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었다.

모든 방송사를 다 지적하던 균형 비평은 이후 서서히 쇠퇴해 지금은 예민한 주제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겉핥기 정도만 할 뿐이다.



김희철이 있던 당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수시로 사건이 터져도 <썰전>은 그걸 배려라 생각하여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줘 신뢰도에 문제를 일으켰다.

이후 JTBC 자사 예능에서 사건이 터져도 그들은 입을 다물 뿐이다. 진정한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이었다면 내 집의 문제를 용기 있게 비평했겠지만, 로우퀄리티 미디어 비평 <썰전>은 내 집의 문제를 비평하지 않았다.

현재 남은 MC와 패널은 김구라, 박지윤, 이윤석, 서장훈이지만, 이들 중 어떤 사안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할 이는 없다.

김구라 정도가 강하게 말하긴 하지만, 그의 진행 역할 상 모든 것을 혼자 할 여력이 없기에 그에게서는 큰 걸 바라지 못한다. 박지윤 또한 마찬가지. 현상은 말할 수 있겠지만, 폐부를 찌르는 의견은 내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그나마 남은 사람 중에 이윤석이 허지웅이나 강용석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무르기만 한 이윤석이 그 포지션을 커버하기는 힘들다.

서장훈은 미디어 비평을 할 만한 지식도 없어 보이거니와 그를 전문적 방송인이라 보기에도 어색한 면이 있어 기대는 없다. 주변 친구 중 일반적으로 말을 잘하는 부류 정도일 수 있지만, 그가 예능계에 등장해 지금까지 보여준 바로는 무엇을 주장할 만한 능력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멤버들이 몰아세우며 만들어 놓은 ‘아니 아니’ 캐릭터 외에는 그가 예능에서 보이는 면 중 뛰어난 부분은 아쉽게도 없다. 워낙 <무한도전>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어서 그렇지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그는 예능인에게서 필요한 재능이 없다.

김구라의 사단으로 캐스팅은 됐으나 그가 <썰전> 프로그램이 가진 성격을 꾸준히 소화할 것이란 기대는 안 하는 게 속 편한 일이다.

이번 배용준과 박수진의 비하인드 스토리 토크타임과 드라마 <프로듀사>에 관한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허탈함만을 줬다. 길게 녹화는 했겠지만, 워낙 보여줄 게 없어서인지 10분 편성된 것이 전부였다. 시청자의 뇌리에는 김구라와 서장훈이 다툰 모습만이 남았을 뿐이다.

과거 <라디오스타>가 <무릎팍도사>에 치어 5분~10분 방송을 했어도 재미는 잃지 않았다. 하지만 <썰전>은 재미도 없고, 날카롭지도 않고, 왜 이 코너를 하고 있는지 대한 의문만을 갖게 하고 있다. 패잔병들이 나누는 비평은 고작 싸움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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