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행, 화평동 냉면골목과 송현동 순대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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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더위에 입맛이 사라져 살이 빠지는 경험을 하는 이들 중에 한 명이 나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여름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으라고 한다면 쉽게 고르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양분은 많으나 뜨거워서 땀 한 바가지 쏟을 기세에 쉽사리 입에 대지 않기에 살은 더 빠진다.

차가운 것을 먹자니 영양분을 대체해 주지 못하는 음식이 대부분이고, 먹어봤자 배도 차지 않는 것에 망설임은 더한다. 그래도 어쩌랴 먹고 싶은 것을 안 먹을 수는 없을 터. 그래서 영양소는 많지 않아도 인스턴트 음식을 대신해서 배를 채우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해도 질리고, 정상적으로 뜨거운 음식으로 입맛을 옮기지 못한다.

그런 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마술같은 음식이 있다면 여름철 별미인 '냉면'과 '쫄면' 등을 뽑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냉면'이면 얼음동동 떠 있는 냉면을 쉽게 상상하며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인천여행을 하면서 그런 입맛을 돌아오게 해 준다는 그 전설의 '냉면'을 잘하는 곳은 이미 여러 해 증명이 된 음식 솜씨들의 '화평동 냉면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이라서 보통 유명한 음식을 말 할 때 '자장면'이라고 하지만, '자장면'외에도 이미 유명해진 음식이 바로 '냉면'이며 '화평동 냉면거리'는 전국에서도 유명하고, 한 때 서울에서 이곳으로 맛기행을 하는 이들이 많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게 바로 냉면 하나 보고 떠나온 여행이라고 할 정도의 개념은 아닐까? 그들을 반하게 한 화평동의 자랑거리인 '냉면'은 그 맛만큼이나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지금은 면 가격이 500원 올라 4,000원이 되었지만, 그 인심만큼은 사라지지 않음을 느낀 발걸음이었다.


동인천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화평철교를 지나 '화평동 냉면거리'가 나온다. 현재 이 거리에는 약 10곳 정도의 냉면집들이 있는데 위 약도에 나온 것은 차에 가려져 안 나왔지만 약 10곳 정도였다. '기와집냉면', '삼미냉면', '아저씨냉면, 은하냉면, 일미냉면, 화평냉면, 별미냉면, 왔다냉면, 할머니냉면' 등의 상호를 가진 냉면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부러 냉면 한 그릇 먹자고 오는 이들도 있는데, 여행길 중 들르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선택이었다.


화평철교를 지나 골목을 들어서니 이곳이 냉면거리라는 것을 알려주듯 울긋불긋한 간판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안내도에도 나왔지만 어떤 곳은 상호가 바뀐 듯 다른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거리는 쌀쌀하듯 텅 비어 보였지만, 더위를 피해서 들어간 냉면집은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양이 적다고 투정부릴 이유도 없는 것이 화평동 냉면집들의 특징이다. 언제든 먹고 사리를 추가해 달라고 하면 무료도 사리를 얹어준다. 세숫대야 냉면인지라 워낙 양이 많기는 하지만, 면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한 그릇 정도야 입술에 물 닿는 시간이면 다 뱃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기에 마음 놓고 면 사리를 추가해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가 4,000원 이라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양과 맛은 띄어났다. 시원하면서도 톡 쓰는 맛은 일품이었다. 육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물냉면의 맛이지만, 이곳 화평동 냉면거리의 육수는 어느 집 한 군데를 막론하고 좋다는 소리가 전해진다. 물론 본 필자가 들어간 냉면집 또한 육수의 맛은 좋았다.

입맛에 따라서 겨자소스와 식초로 맛을 더해 최상의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며 잘 조절해서 먹어보자. 여행의 작은 피로감은 순간 눈 녹듯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화평동 냉면골목이 생긴 시점은 얼추 20년 전 쯤으로 소문이 나 있다. 80년대 초 인근의 화수시장에 세 네 평 정도의 작은 냉면집으로 운영을 시작해 상인들이 차츰 모여들어 만들어진 가게들이 이제는 골목을 이룬 것이다.

화평동 냉면거리 또한 재개발의 그림자를 못 비켜나 한 때 20곳이 넘던 냉면가게들이 이제는 약 10곳 정도가 남아 그 맛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아마 이곳에서 떠난 이들이 자리를 새로 틀어 화평동냉면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화평동 냉면거리의 냉면 맛이 유명해진 것은 지역적인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인천항이 1980년대 초 생겨나면서 북한과 가까운 인천항에 평안도와 황해도 출신들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음식 솜씨가 좋은 이들이 낸 냉면가게들을 차려 대표적인 이미지로 형성되지는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유명한 함흥냉면 맛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맛을 유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전통의 맛을 유지하는 곳과는 약간 떨어질 수는 있으나 그 맛은 지금도 그때의 맛과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는 되리라 상상을 해 보게 되는 맛이었다.

 
화평동 냉면골목의 맛을 기행하고 나와 송현시장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며, 또 한 군데 음식 맛이 유명한 '송현동 순대골목'을 찾게 된다. 문화관광형 시장이라고 알려진 송현시장 정면에 위치한 '송현동 순대골목'은 찾기가 매우 쉬운 편이었다.

'송현동 순대골목'은 '화평동 냉면골목'에서 오면 거리가 좀 되지만, 전철을 타고 왔을 때 '동인천역'에 내려서 북광장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로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송현시장과는 눈을 마주하는 곳이기도 한 이곳은 안쪽 골목으로 보면 비좁은 골목이었다. 아직도 북광장 쪽으로는 재개발을 위한 건물들의 시멘트 파편들이 여기저기 나돌고 있었지만 이곳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예전의 시간을 돌려놓은 듯 한 모습들은 여전해 보였다.


그렇다고 맛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을 터. 한 순대 가게로 발을 옮겨 잠시 맛을 보게 된다. 이미 냉면을 먹은지라 어느 정도 배는 차 있어 맛을 못 느낄 것 같았지만..


주인장의 날랜 칼.질 솜씨에 이어져 나온 순대 한 덩이의 맛은 입맛 사라졌던 여행자의 식욕을 자극했다. 새우장과 된장으로 간을 하고, 김치 한 조각으로 입맛을 더하면 어느새 배는 남산만 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입맛대로 먹을 수 있게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 새우장, 된장, 깍두기, 김치 등 가지가지 양념들이 맛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 맛기행을 하다 보니 볼거리가 있는 송현시장을 까먹고 있었다. 다음 발걸음은 '송현시장'으로 해 보련다.

이번 인천여행으로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을 맛보고, 송현동 '순대'로 입맛을 살려오게 된 즐거운 발걸음이었다. 더위를 날려주는 냉면과 몸의 허함을 달래주는 뜨끈한 순대로 이 여름의 더위를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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