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한재권, 인터뷰로 그를 알다
- [테마] 인터뷰, 현장취재
- 2010. 4. 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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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한재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 한국의 문화에서 그늘 진 곳에서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은 밖에 드러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서 어떤 모습을 했는지도,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진지도 잘 모르고 살아가게 되어 있다.
필자 또한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한재권 감독이라고는 따로 알지를 못했다. 음악감독? 영화음악가? 라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일반 사람인 나 또한 자세히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모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제 궁금증도 해결할 겸 혹시나 알고 싶은 분들이 계실까 해서 한국에서 유명한 영화 음악가이자 음악감독인 '한재권' 님을 소개해 드리고자 그와 만남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각종 영상물에는 엔딩크레딧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특히나 외국은 영화를 보면 영화 마지막 제작 회사 로고가 뜰 때까지도 예의 주시하고 그 영화를 보고 즐기고,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곳에서 참여를 했는지 등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서는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음악만 듣고도 끝임을 눈치 채고 빠른 속도로 일어나서 극장을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문화에서 과연 음악감독은 누구고, 조명감독은 누구인지, 또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누구인지도 모른 체 그냥 겉 핥기 식으로 영화를 보고 나간다. 만약 어떤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 영화에서 즐기는 요소는 영상만을 보는 것이 한국의 특징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감독을 먼저 따지기도 하고, 쓰인 음악에도 신경을 쓰고,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등 꼼꼼히 살펴보기도 한다.
그런데 외국의 유명 스태프를 쓰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유명한 음악감독이 있으니 그 중 한명이 한재권 감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감독이 넘쳐나는 것도 아님에 한재권 감독은 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 도대체 한재권 감독이 뭔 영화에 참여를 했기에?
밝혀지지 않은 여러 영화 음악도 있지만 그가 참여한 작품들만 해도 엄청나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다찌마와 Lee', '극단적 하루', '킬러들의 수다', '묻지마 패밀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키다리 아저씨', '범죄의 재구성',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공공의 적2', '박수칠 때 떠나라',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한반도', '국경의 남쪽', '바르게 살자', '용기가 필요해',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작품들에서 그의 음악이 쓰였다.
위작품만 봐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음악감독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같이 작업을 한 감독들 또한 엄청난 인물들이다. 장진, 강우석, 최동훈, 류승완 그 외 많은 감독들이 그와 같이 작업을 하고 영화에도 좋은 음악을 쓰며 파트너로 일을 했다.
그와 인터뷰를 했던 작업실에는 이렇게 자신이 참여를 했던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너무도 유명한 영화들이 걸려 있지 않은가! 장소가 협소하기에 모든 작품의 포스터를 걸어놓지 못 했지만 그의 작품들을 대표적으로 알 수 있었기에 볼 만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이곳 벽면에 걸리지 않은 포스터는 2005년 이후의 작품들이 거의 못 걸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에는 그 동안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브로슈어 스타일 사진 판넬에 작품이 있었으면 하는 속마음을 가지고 봤지만 사이즈에서 차이가 나기에 실감은 이런 포스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자체 생각을 가지고 끝냈다.
Q. 현재는 어떤 작업을 했는지?
A. <된장>이란 영화를 했다. 상업 영화가 아니어서 잘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는 이요원이 출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요원이 독립영화 격인 이 영화를 기존의 마케팅 수단과 같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Q. 처음 음악 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A. 1995년 11월 한국으로 왔다. 8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왔다. 그러나 막상 연고가 없었다. 21살 때 유학을 가서 28살 말쯤에 들어왔는데, 막상 와 보니 막막하기도 했다. 먹고살아야 하니 움직여야 했다. 일단 독일에서 만들어 놓은 테잎을 가지고 와서, 복사를 많이 해 방송 쪽, 영화, 공연 쪽을 안 가리고 나눠주고..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 라는 듯 마케팅을 했다.
마음에 드시면 불러 주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내 버리셔도 좋고~ 라며 가볍게 생각을 하고 지냈다. 그러며 1년이 지났다. 96년 되어서 단편 영화 쪽이나 대학로 쪽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을 했다. 당시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 때는 한국에 자리가 많았다.
케이블 개국과 일손이 딸리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일을 하고, 그로 인해서 공중파까지 자연스레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시작이 된 일은 많은 곳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일을 하게 되었다.
Q. 작품 중에 잘 작업이 된 것과, 안 된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A1. 제작비가 커서 잘되는 것과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작품에 제작비도 많이 들어간 것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실미도가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서 유리했던 작품으로는 '한반도'가 있다. 시간을 많이 준다는 것은 시도할 수 있는 것을 다 시도할 수 있기에 그만큼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체코에서 녹음을 하고,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메타스튜디오에서 믹싱을 하고, 영국으로 보내서 마스터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작품이 흥행과는 별개의 대우를 받을 때에는 약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A2.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남은 것은 '기막힌 사내들'이 있겠다. 이 작품은 겨우 영화음악에 맛을 들일 때 시작했던 작품으로 장진 감독과 한 것이다. 너무도 힘든 작업이었기에 기억이 난다. 당시 투자금이 없어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투자 입금이 되면 그 입금된 만큼 가서 찍고 오고, 그런 작업을 반복을 해야만 했다. 너무도 힘들게 찍어서 기억에 남는다. 대표작은 아니어도 이 영화로 인해서 배울 수 있던 것은 또 많았다.
'기막힌 사내들' 이 영화로 인해서 배운 것도 많고, 내가 진짜 음악감독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유행 작가가 아닌 부분을 시도 하고 싶었고, 더 큰 시선으로 접근 할 수 있는 배움을 얻었다.
Q.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아직 대표작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대표작이란 것이 내가 정말 만족하거나, 아쉬움이 적거나 했을 때 그것이 대표작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것을 못 느껴봤다. 그러나 반응이 좋은 것으로 기억되는 것은 '범죄의 재구성'과 '박수칠 때 떠나라'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Q. 어떤 장르의 음악에 애착이 있는가?
A.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을 것 같다. 만약 네 개의 다른 장르의 음악이 동시에 일거리로 들어왔을 때 나는 자신 있게 뒤도 안 돌아보고 무대 음악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무대 음악에 대한 갈증이 크다. 더 많이 배우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만족감을 느낀다.
Q. 아무래도 음악 감독이라면 좋은 시스템을 원할 텐데?
A. 장비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좋아라 한다. 난 지금 쓰고 있는 다이너 오디오 BM6로 충분히 만족을 한다. 음악이란 것을 들을 때 원음이상 원하지를 않는다. 이 시스템은 가장 원음을 잘 들려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을 한다. 음향적인 집착 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착이 크다.
Q. 작업을 하는데 어느 정도 걸리는가?
A. 그게 그렇다. 생각이 잘 나면 금세 하는 것이지만, 머리에 그려지지 않으면 정말 오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15초짜리 스팟을 만들기 위해 한 달을 작업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7분짜리 음악을 4시간에 만든 적도 있으니 극과 극을 이루는 차이 아닌가. 바로 이런 차이로 시간의 차이는 나는 것 같다.
생각이 안 날 때에는 그저 시간 가는대로 보내다가 하루를 다 까먹고 가는 생활이 아주 일반적인 생활이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하며 지내다가도 라면을 끓이려고 하는 시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라인을 몇 개 만들다 보면 그 다음날 까지 쭉~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재권 음악 감독의 인터뷰, 글을 마치며..
참 편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이웃집 아저씨 정도로 털털해 보이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반가웠던 인터뷰였다. 시종일관 적극적인 말과 제스처를 섞은 열정적인 이야기 솜씨는 부럽기도 했고, 그의 열정을 보는 듯 한 자리는 참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음악을 위해 몰두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나눠주며, 한국에서 예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움직이는 행보는 보기 좋은 모습을 취하고 있어서 관심이 많이 간다. 현재 제자들과 그와 함께 하는 감독들은 그와의 작업이 꽤나 즐거울 것 같다. 인터뷰 하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는 인터뷰가 되었다. 자주 만나서 그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서 알려드리고 싶으니 종종 그를 달달 볶아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음반 20,000장의 위용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 수많은 음반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음악인지를 기억한다는 말에 새삼 놀라는 자리였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인터뷰에 응해 준 한재권 음악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글은 빠엥매거진으로 발행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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