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강한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광고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언론은 논란을 확대해 배우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조장하려 애쓰고 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시청자의 권리다. 역사를 왜곡했으면 응당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하는 건 제작사의 숙명이며. 이를 방영하는 방송사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에 더해 작가와 감독에게도 비판은 따라야 한다.
문제는 배경 지식보다는 역할에 충실한 배우들이 그 책임을 온전히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점 때문에 마구잡이 비판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구마사> 속 역사왜곡 문제는 역사적 실존 인물을 완전히 달리 표현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이고. 역사적 배경이 되는 당시 배경과 소품 등이 드라마에서 중국풍으로 완전히 바뀌어 표현됐다는 점에서 용납이 어려운 부분이라 시청자의 불만은 이해되고 남는다.
중국풍 건물과 중국 음식. 백그라운드 뮤직 거의 모든 포장재가 중국 드라마인 듯 표현되니 불만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역사적 실제 인물을 뒤틀어 표현한 부분 또한 문제 될 여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허구의 인물을 내세웠다면 어떻게 표현돼도 크게 문제 될 거리가 없지만,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을 완전히 달리 표현한 부분이라 대중을 이해시키긴 어렵다.
태종 이방원이 악령에 홀려 백성을 도륙하는 장면. 충녕대군 세종이 왕자 시절 통역사에게 무시당하는 장면들은 후손에겐 분노할 장면이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논란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여겨진다.
그러나 배우들에게 책임을 묻긴 실질적으로 어렵다. 해서도 안 될 일이기도 하다.
배우의 책임을 물으려는 언론의 불순한 주장은 이렇다. 역사적 인물을 왜곡 표현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태종, 충녕, 양녕 등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왜곡 설정되었는데 어떻게 출연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는 개략적인 설정만을 알 뿐이지 대본이 어떻게 쓰일지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파악한다고 해도 실제 촬영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는 상황은 부지기수다. 최종 편집을 통해 방송해야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 뿐이다. 대본이 전해져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대본 외에 연출 상세 과정을 알 수 없기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비판의 화살은 모두 제작진이 감당하고. 흥행의 영광은 배우가 누린다는 주장도 헛소리에 가깝다. 앞뒤 주장은 누가 따로 누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흥행의 영광을 못 얻는다는 소리는 신박한 헛소리다. 배우가 흥행의 영광을 모두 가져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누려도 잠시 누리는 영광조차 배 아파할 이유는 없다.
이 문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실존 인물을 조심성 없게 다뤘다는 점과 역사를 왜곡해 동북공정의 단초를 줬다는 점이다. 배우 개인의 문제로 몰아 가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은 방해만 될 뿐이다.
작가와 감독이 작품의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를 제작하는 제작사와 방영하는 방송사가 각자 책임질 부분은 응당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걸 엉뚱하게 배우에게 책임 전가해 비난할 이유는 없다.
방송사가 결방을 결정한 건 일단 잘한 일이다. 이어 필요하다면 방영된 1~2회 분량을 재촬영 방영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문제가 된 역사 속 인물은 가상의 인물로 채우고 촬영 후 방송하면 된다. 물론 몇 번이고 사과를 한 이후에 말이다.
방송사는 논란이 발생하면 제작사와 상의 후 해당 부분을 수정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 된다. 그게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니 문제가 커졌던 것이다.
어쨌든 방송사가 공식 사과를 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으니 지켜보는 것을 대중에게 권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논란의 본질이 아닌 배우의 책임을 묻는 이상한 언론의 여론 조장은 즐기지 않기 바랄 뿐이다. 하나 더 바랄 게 있다면, 무조건 방영 금지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수정 제작을 유도하는 것을 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