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영역에서의 학문적 논쟁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격론이 따른다. 사실 관계 자체가 틀어지는 일은 빈번하며. 해석 영역에서의 문제는 절대 그 자리에서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다.
이런 전문 영역에서의 다툼은 늘 마주하는 일이지만, 그런 자리에서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수많은 논쟁을 통해 전문가의 자리에 앉았기에 그들도 어떻게 상황을 맺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 상대를 공격하는 순간, 그 상대뿐만 아니라 논쟁에 참여했던 그 모든 이에게 공격을 당할 일은 분명하기에 인신공격은 삼간다. 비록 뒷담화는 있을 지라도.
그런데 최근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향한 전문가들의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설민석을 향한 공격은 저격 성공해 땅에 고꾸라지게 했고. 다음 출연자였던 교수를 향해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 모 교수가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 교수는 해당 교수를 향한 비난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도 폐지할 것을 권하고. 시청자에게 보는 것도 삼가란 말을 해 지나친 비난임을 보여줬다.
이런 과도한 비난은 자신에게 자문한 내용이 정상적으로 반영이 안 됐다는 반발이기도 할 게다. 자문을 구하고 해당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고. 해석하는 이의 발언이 주를 이뤘기에 반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자신이 자문한 내용만 반영돼도 엉터리로 흑사병에 관한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
하지만 자문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전할 의무는 없다. 이런 자문을 받았는데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말할 수 있고. 어쩌면 그래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수업을 진행한 장항석 교수는 ‘페스트 편’을 준비하면서 잘 알려진 설들 중 보편 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해 참고했고.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다’고 했듯. 여러 설을 종합한 면을 알 수 있다.
과거 페스트라는 감염병과 최근 전세계 유행하는 covid19에 대한 공통된 면과 감염병에서의 승리의 역사를 다루려 했다는 말은 의도에서 봐도 박 교수가 접근한 면과 다르기에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즉, 장 교수는 의학사적인 감염병에서의 승리 역사를 다루기 위해 페스트(흑사병)를 이야기한 것이고. 박 교수는 중세사에서의 페스트를 말한 것이기에 다른 접근이다. 페스트가 르네상스의 시기상 문제 임이 아닌데 전체 방송 문맥과는 다른 시비를 건 것은 유감일 수밖에 없다.
이전 논란 또한 비슷하다.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지적한 설민석의 ‘클레오파트라 편’에서의 논란도 자문과 다른 방향의 해석을 전했다는 불만이 원인이다. 물론 기본 사실이 틀린 것도 많았지만, 곽 교수는 고고학사 관점에서의 자문을 한 것이고. 설민석은 여러 설을 종합하다 기본 사실이 틀린 것에 비판을 한 것인데 비판의 세기가 지나치게 강했다.
어쨌든 두 교수 모두 다른 접근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공통적으로 자신이 자문한 내용이 충실하게 반영이 안 됐다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것인데. 바람직하지 않다.
답답한 건 전문가라는 사람으로 기본 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자문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다면 어떤 점이 잘못됐다 사실만 바로잡아도 될 것을 비난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두 교수 모두 문제점이 심각했다면 방송 출연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시선을 전하면 되는데 그러한 제안은 없어 대중은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럼 직접 출연하지’라는 댓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장을 돌려놓고 그들이 출연하면 이런 논란은 없을까? 아니, 분명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과 똑같이 역사학적이냐 세계사적이냐 고대사적이냐 의학사적이냐 수많은 접근으로.
결국, 전문가들의 서로를 향한 건강한 논쟁이 아닌 원색적 비난으로 물든 현상황은 추태로 비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단순 ‘잘난 척’ 혹은 ‘시기/질투’로 비칠 수밖에 없는 면이다. 분명 자충수 비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