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상식을 무너트린 발칙한 귀여움은 되레 역효과를 일으켜 비난에 직면하기도 한다. ‘나혼자산다’가 보여준 달력 팔이가 바로 발칙한 장사로 역효과를 불러온 예라 할 수 있다.
MBC <나혼자산다>는 일부 출연 회원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간 역사도 있고. 그 역사 안에 수없이 많은 가족 무지개 회원이 있기에 쉽사리 일부 회원만을 위한 혜택과 상품화를 할 수 없다.
방송 시기에 맞춘 굿즈 제작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했을 것이며. 그 대상은 <나혼자산다> 전체를 아우르는 굿즈 제작이었어야 한다. 그런데 본 프로그램도 아닌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위한 상품을 제작해 해당 프로그램도 아닌 본 프로그램에서 장사를 하려 했으니 말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핀오프로 제작된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는 <나혼자산다>에서 사랑받은 여자 셋 캐릭터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박나래는 조지나 캐릭터로, 한혜진은 사만다 캐릭터로, 화사는 마리아 캐릭터로 분해 방송했지만, 잠깐의 사랑 이후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져 12부작으로 마쳤다.
시청률에 있어서 3%를 넘었다며 엄청난 홍보를 하고 대세인 양했지만, 보는 이들만 보는 프로그램으로 대중 전반적으로 사랑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나혼자산다>에서 ‘여은파’ 달력을 파는 것을 대중이 문제 삼은 건 좀 더 깊숙이 내재된 불만 때문이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편애를 보여주는 제작진의 자세와 더불어. 박나래는 남성 캐릭터를 조롱하고 불쌍하다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불만감을 갖게 했다.
기안84는 문제될 게 아닌 장면도 자극적으로 편집해 비난을 받게 했고. 이시언도 수시로 비난을 당하는 편집을 해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성훈도 마찬가지로 마초적 기질을 보여주며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여 미운오리새끼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기존 무지개 회원이었던 김광규와 김태원, 육중완 등의 생활이 비루한 것처럼 보인다며 화려한 삶만을 보여주려는 캐스팅과 편집을 했다는 PD의 인터뷰는 독이 되었고. 이후 대중의 잠재적인 불만감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나혼자산다>의 주 시청자가 아끼는 장면은 대부분 기안84가 나오는 장면과 ‘삼얼’ 등장 씬들이었다. 박나래는 재작년까지, 한혜진과 화사는 2020 중반기까지 약 6개월가량 사랑받았지만. 전회 분량을 따질 경우 주 시청자가 사랑하는 장면은 본회차인 <나혼자산다>에 집중돼 있었고.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여은파’의 존재는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여은파’의 달력만을 제작해. 그것도 본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예능적 제스처로 팔려는 자세가 보였기에 대중이 쌓아놓은 감정을 폭발한 것이다.
즉, 억누르고 있던 불만에 불을 댕긴 것이 <나혼자산다> 제작진의 행태였던 것.
편애하고. 조롱하고 하대하고. 혀를 끌끌 차며 안 됐다는 듯한 모습들의 반복 속에. 여성의 삶은 화려하고 대우받는 것처럼 그려지는 연출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속되었다.
남성 출연자 또한 잘생긴 멋진 배우와 가수 출연자를 모셔 화려하게 보여줬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삼얼’ 캐릭터는 얼간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능적인 이미지 구축이야 당연. 하지만 그 이미지가 웃고 즐기는 이미지 구축이 아닌, 진심 측은한 캐릭터와 밉상인 캐릭터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에 시청자의 반발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개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그에 멈추지 않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남겨 이시언의 하차 알림에 대중은 쾌재를 불렀다.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기안84까지 하차하면 깨끗이 털어내고 안 보겠다는 시청자의 반응은 그간 프로그램이 어떤 편향된 시선으로 제작되었는지를 알게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달력 장사질’이라 비난받는 것은 쌓이고 쌓인 불만이 응축된 메시지이고. 이시언의 하차에 대중이 쾌재를 부르는 건 <나혼자산다> 제작진이 대처를 안 좋게 했다는 증명이다. 편애하는 마음을 접고 모두 소중한 캐릭터라 보일 때까지 노력하지 않는 한 시청자 이탈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