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너무 과한 권력이 쥐어지고 있다. ‘대중정서법’이란 초월적 법을 만들어줄 정도로 이 사회는 심각히 일그러진 상황에서, 우려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의 정서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민주주의의 기본인 상식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법조차 대중 정서를 먼저 생각하고 만들어지다 보니 누군가를 보호하기보다 누군가를 구속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대중 정서법’이 얼마나 크게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 스타는 이제 비굴한 존재로 전락한 상태다. 작은 잘못이라도 대중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퇴출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소한 거짓말을 해도 범죄자 취급하며 퇴출을 요구하고. 영영 스크린 안에 설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대중정서법이란 악법의 그늘이다.
방송사 또한 비굴할 정도로 대중정서법에 끌려 다닌다. 사과를 요구하면 잘못도 없는데 사과를 하고. 사과 방송을 하며. 그저 대중이 보기 싫다면 고용한 연예 스타는 당장 퇴출을 시키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보호해 줄 만한 의지도 없는 방송사. 그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무리한 요구는 방송계를 초토화시킨 상황이기도 하다.
연좌제는 말할 것 없는 형태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출연했고, <신상출시 펀스토랑>에도 출연했던 이원일 셰프는 아내 김유진 PD의 잘못에 한 순간 방송계 퇴출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 자신이 용서를 구하려 하는 의지가 있어 하차를 결정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대중의 요구는 매우 폭력적이었다. 대중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아내 김유진 PD보다는 이원일을 향한 마녀사냥에 몰두했다.
본질을 벗어난. 가해자보다는 그의 가족을 향한 폭력을 한 것이 대중의 폭력성인 것. 그러나 그런 대중의 폭력성에 반기를 드는 매체는 없다시피 하다. 언론들조차 그런 대중의 폭력성에 굴종적이니 연좌제의 피해자는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사회가 된 것이다.
아니, 언론이 먼저 연좌제를 유도하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 대중과 함께 언론을 질타할 수밖에 없는 면이다.
이원일 셰프가 아내의 잘못을 알기 어렵다는 것쯤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만한 일이고.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가 이원일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해도 그 과정상 오류로 인해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 있음에도 그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1%도 없이 그저 당장 퇴출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몰아치는 대중의 폭력성은 극악스럽기까지 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왜 가해자의 반성이 아닌 제2의 피해자를 만들어 그를 괴롭히는지. 그건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대중의 짧은 생각에는 진절머리 날 수밖에 없다.
김유진 PD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해명을 하라고 했다면 오롯이 그 부분만을 집중해야 하건만. 포커스를 이원일까지 넓혀 지목하고 눈에 보이지 말라는 대중의 폭력성은 황당하기만 하다.
이원일을 향한 마녀사냥은 엄연한 폭력이다. 아무리 대중의 정서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됐다고 해도 그건 배려 차원이지 순종적으로 받아들여 사회가 들어줄 일이 아니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모두 수긍할 필요가 없다. 폭력적인 대중의 정서가 무서워 사과를 먼저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사회는 포기해야 한다. 이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기에 연예 스타와 연예가의 굴종적 대처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대중은 대중이지 권력자가 아니다. 기득권 권력자의 단맛에 취한 대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사과한 김유진 PD의 사과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의 가족까지 건드리는 것이 정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