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밋밋해진 이유

728x90
이제 선덕여왕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선덕여왕에서 재미의 60% 이상을 소화해 내 주었던 미실의 시대가 죽음으로 끝나고 이제는 덕만이 왕위에 오르며 덕만의 시대가 되었다. 덕만이 왕위에 올랐지만 미실의 마지막 남긴 말로 인해 후일을 도모하는 비담파가 생기며 계속 후에 일어날 풍파를 알려주는 듯 방송이 되고 있다.

앞으로 선덕여왕에서 표현할 것은 이제 비담의 난과 백제와의 전쟁이 남은 듯하다. 이것들이 표현되고 나면 이제 선덕여왕도 안녕을 고할 것이다. 그 수없이 많은 진기록들을 뒤로한 채 2009년을 빛낸 최고의 드라마로 퇴장을 할 것이다. 이런 선덕여왕이 미실이 나가고 나서 영 힘도 못쓰고 아주 밋밋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미실을 주축으로 해서 미실파와 덕만파가 대립을 하며 두 줄기에 기댄 드라마의 방향은 항상 긴장감 백배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줬다. 누가 조금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잘 해주며 큰 재미를 준 것은 계속 이어져 왔다. 비담의 등장은 제일 흥분된 요소로 다가왔고, 뜻밖의 수확인 알천은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재미를 보여주며 단기간의 출연이었던 분량을 끝까지 이어나가게 된다.

유신역의 엄태웅은 조금 냉정하게 얘기해서 미스 캐스팅 1순위일 정도로 사극 연기에 몰입을 못 보여줬다. 잠깐의 어설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접어둔채 아직도 바보 유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기대 이상의 배역을 소화해 낸 것은 주연도 있었지만 조연들의 몫이 정말 컸다.

비담의 스승이자 화랑의 멘토인 문노, 소화, 칠숙, 진평왕, 천명공주, 어린 덕만(남지현), 어린 천명(신세경) 등 많은 수의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버티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실력으로 봤을 때 이곳에 포함된 사람 중에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다. 너무도 완벽한 모습에 혀를 내 두를 정도였다. 실제 선덕여왕 중에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극 초반 어린 덕만이 표현해 내는 부분이 가장 리얼하고 가장 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진행이 된 극의 흐름은 이들이 성장하고 미실 세력과 덕만 세력으로 나뉘며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큰 재미를 줬다. 그런데 이들이 재미를 준 주요 관계도에서 거의 모두가 미실과 관련된 사건으로 뭉쳐지며 각자의 라인에 기대며 사건이 생기고 해결되는 과정이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그러했다. 하지만 미실이 빠지고 난 이후의 갈등 요소가 극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거기에 캐릭터가 붕 떠버린 사람들의 배역이 표현해 낼 것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극이 지루해 지게 된 이유일 것이다. 또한 캐릭터들의 배역이 이상하고, 새로 들어온 계백의 포스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재미를 반감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

▶ 김유신 캐릭터 소화 못 시키는 엄태웅.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할까? 엄태웅은 현대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란 것을 선덕여왕에서 보여줬다. 지금까지 엄태웅이 선덕여왕에서 보여준 가장 큰 이미지는 짧은 단어로 표현할 때 '바보유신', '에너자이저 김유신', '멍유신' 등 많은 안 좋은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선덕여왕 캐스팅에서 총체적으로 가장 잘못된 캐스팅이라고 한다면 바로 김유신역의 엄태웅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기에 욕은 하지말자~!

엄태웅은 김유신역을 100% 기준에서 본다면 20% 정도밖에 표현을 못 해내고 있다. 작가나 연출진은 엄태웅의 연기에 만족한다고 하지만, 또한 드라마를 보는 많은 분들이 엄태웅의 연기를 만족한다지만.. 연기력으로 봤을 때 사극을 표현해 내는 엄태웅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형편없다고 하고 싶다.

대사를 표현하는 부분의 몸의 움직임, 얼굴 표정의 변화, 대사를 치는 말투 등 어느 하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그 동안 엄태웅의 연기를 폄하해 본 적이 거의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에게 모진 평가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엄태웅이 사극이 아닌 현대극을 표현할 때에는 곧잘 연기를 했기에 굳이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극은 역시나 달랐다. 김유신의 포스를 전혀 느끼게 해 주지 못했다. 김유신이 강했다고 하는 것을 그저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처럼 죽어라 목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표현한 것 외에는 김유신이 어떻게 강해지는지에 대해서 표현을 못했다. 대본을 잘못 쓴 제작진에 문제가 있는 시나리오지만 또한 표현해 낼 양에서도 김유신의 엄태웅은 정말 몰입도 20점 정도의 아픔을 줬다.

김유신역의 엄태웅은 미실이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 퇴장을 한 이후에도 거의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시키는 것을 무난하게 소화해 내서 그런 것 일뿐 그가 카리스마 있게 끌어내는 연기는 솔직히 없다.

▶ 덕만의 캐릭터 성격 변화의 문제.
이요원이 맡고 있는 덕만이 미실이 사라지고 없는 시점에서는 왕의 역할로 돌아섰고, 왕의 무게로 인해서 성격이 변해가야 하는 것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선덕여왕이 마지막으로 향하면서 덕만이 표현해 내던 세밀한 부분이 없어지고 이제는 버럭~하는 캐릭터로 돌변했다.

덕만이 변하는 과정이 너무 투박하게 뭉뚱그리며 넘어가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것에 대한 것은 그저 화면이 변하고 수염을 단 정도와, 전쟁을 거치면서 공을 쌓은 유신과 그를 따르는 군들의 용감무쌍한 캐릭터 변화로 이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덕만이 왕으로 카리스마 있게 변해가는 과정은 쏙 빼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왕으로서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덕만을 노처녀 할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담의 구애를 뿌리치며 유신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며 말 그대로 균형만 잡는 왕으로 선회를 한 것이다. 친절하지 못한 캐릭터 변화를 보는 시청자들은 너무 뭉뚱그리며 지나가는 캐릭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갑자기 왕이 되었다고 버럭 거리는 덕만을 바라 볼 뿐이다.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라는 타이틀 보다는 차라리 <미실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를 것 같다. 선덕여왕의 활약은 왕권을 찾는 정도로만 그려내는 바보 같은 집필을 보여준 것이 너무도 아쉽다. 선덕여왕이 역사 속에서 얼마나 위대한 부분을 했는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만들어 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쏙 빼놓고 했다는 것이 아쉽다.

▶ 병풍남 되어버린 알천랑.
병풍이 되어버린 알천은 불쌍하기 까지 하다. 기존에 무게감 있고, 비중 있는 알천의 활약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제작진이 표현할 것이 너무 많아서일까? 알천에 대한 배역을 너무도 많이 빼버렸다. 순간에 병풍남을 만들어 버렸다.

몇 회 남지 않아서인지 알천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그저 보고만 하는 졸개 정도의 배역으로 돌려세워서 그가 움직이는 큰 모습을 느끼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그간 알천이 보여준 동선과 배역 대사 표현법은 강하고 컸다.

그렇게 캐릭터 자체가 큰 동선을 취하는 배역의 알천을 단지 보고만 하는, 누구를 데려 오라고 하는 심부름꾼의 역할로 만들어 놓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은 뭔가 모를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캐릭터를 밋밋하게 해 놓으니 선덕여왕 자체가 재미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 비밀 수사만 하는 비담.
비담 또한 마찬가지다. 그간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뒤로 숨으며 할 일 없는 아르바이트 정도의 배역이 된 것 같다. 실제로는 많이 움직이고 보여지는 것도 많지만 왠지 살로 다가오는 느낌은 비담 또한 적은 배역이 되어 버렸다.

비담이 그려낼 것은 이제 비담의 난이다. 그런데 유신과의 서열 놀이를 그려낸 아이러니한 대본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신은 스스로 세력으로 커 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비담은 차근차근 난을 벌이기 위한 점조직과 세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긴장감이 생길 것이다. 그것도 몰래 진행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 세력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를 긴장감 있게 그려야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고 시청자들은 볼 것이다.

하지만 미실이 사라진 이후에 미실이 내린 뜻에만 시선을 붙잡아 둔 채 비담을 복수에 눈이 먼 캐릭터로만 만들고 유신의 뒷 꽁무니와 유신의 점조직이었던 가야 세력, 그리고 복야회를 소탕하기 위한 계획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비담이 왜 난을 일으키려 했는지의 여정이 너무 좀 심플하게 뽑아낸 것 같아서 아쉽다. 그저 자신의 어머니인 미실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주는 것보다 철저히 뺏으라는 말에 충성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의 따스함에 기대서 사랑하면 더욱 더 많이 빼앗겠다는 다짐을 하는 단순한 흐름은 왠지 비담을 밋밋하게 한 결과가 된 것 같다. 비담의 난이 그렇게 소박한 곳에서 나타났을까?

▶ 급작스런 계백역 미스 캐스팅.
마지막으로는 계백역을 맡은 최원영이란 배우를 뽑은 것이다. 왠지 모를 너무도 갑작스러운 캐스팅이라서 놀라울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기력은 좋다는 것에 기댄 채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뽑은 제작진들의 무성의가 약간 보이는 것 같다.

또한 이들이 계백을 표현함에 너무도 싼 값으로 빨리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유신이 간자로 백제군으로 숨어드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계백역 최원영은 일반 사극 값싼 조연이 하는 역할로 나왔다. 오히려 윤충역을 맡은 배우가 더 눈에 띌 정도였으니 말이다. 윤충의 등장은 차라리 계백에게 보고를 받는 입장과 결정하는 입장으로 나오고, 계백이 김유신의 간자 활동을 찾아내는 역할을 주었어야 한다.

그런데 계백은 말 좀 심하게 해서 윤충의 딱갈이 정도밖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계백은 5천의 군사로 신라군 김유신의 공격을 네 번 붙어서 네 번 전승을 하는 기록을 남길 정도로 비상한 머리와 전략 등을 가진 명장이었다. 그런 계백의 카리스마 배역을 너무도 짧고 싸게 뺐다는 것은 정말 할 말 없게 만든 최대 밋밋함을 준 것이다. 계백이 밋밋왕자가 되어버렸다.

선덕여왕에서 신라에 밋밋왕자를 뽑으라면 김유신, 백제에서 뽑으라면 계백을 뽑을 정도로 표현을 못 해냈다. 대사 자체에 대한 배려가 없음에 당연이 밋밋해 질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 후반부 제작진 밋밋함으로 승부?
총체적인 난국은 바로 미실이 사라진 난 후에 그녀가 표현해 준 엄청난 카리스마의 구멍이다. 이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카리스마 배역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덕만은 할 뿐이요.. 나머지 배역들 또한 역시나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덕여왕이 지금까지 표현했던 것이 나무였다면,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려내는 그림은 잔디 정도밖에 못하고 있다.

이렇게 밋밋할 스토리였다면 비담의 난은 그려내지 말고 미실의 난이 칠숙의 난으로 둔갑하는 시점과 미실이 죽음을 맞는 그곳에서 멈췄어야 한다. 바로 덕만이 선덕여왕으로 올라서는 장면까지 그리고 아름답게 맺음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기가 있다면 무리가 따른다고 바로 선덕여왕은 증편을 한 것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결말의 증편은 이런 밋밋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비담의 난을 꼭 표현해야 했다면 미실의 난이 일어난 이후, 되도록이면 빨리 시간을 당기면서 시간을 뛰어넘어 바로 표현했어야 더욱 긴장감 있게 봤을 것이다. 그런데 표현하지 않아도 될 비담과 유신의 힘 싸움을 그려내는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편을 하면서 선덕여왕 종반부는 너무도 밋밋해졌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수출을 하게 되면 뒷부분은 삭제하고 수출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그간 보여 왔던 긴장감과 게임을 하는 듯 한 수수께끼등의 요소에 시청자는 즐거웠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아무것도 없는 내용에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이유만 될 것이다. 이런 밋밋함이 바로 선덕여왕 종반부를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밋밋함의 이유는 종반부의 대본의 부실과 캐스팅의 미스 등이 될 것 같다.

* 여러분의 추천 한 표는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꾹꾸욱 부탁드려요 ^^*

오늘은 영화 리뷰 하나 더 발행이 되었네요..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