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이 ‘냉부’에서 정형돈의 대타로 보여준 능력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2. 8. 14:33
장동민이 정형돈의 빈자리 아쉬움을 훌륭히 달랬다. ‘냉장고를 부탁해’ 팬과 정형돈의 팬까지 생각한 따뜻한 배려심도 잊지 않았던 것이 그다. 또 그가 던진 한마디의 위로는 변화된 장동민을 단적으로 보여준 모습이기도 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정형돈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가끔 보이던 셰프의 보조 MC 진행방식을 쓸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틀을 생각할 때 그 방식을 마냥 사용할 수 없었기에 객원 MC 체제를 쓰더라도 정형돈의 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었던 입장.
장동민으로 시작해 허경환이 바통을 이어받고, 그 후 객원 MC 체제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이 체제도 오랜 기간 반복할 수 없기에 고민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객원 MC를 맡은 장동민은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와 MC 정형돈에 대한 시청자 충성도를 고려해 차분하고 점잖게 오프닝을 했다.
그는 “형돈이 형이 빨리 나아서 이 자리에 다시 왔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걱정을 해줬고, 이를 예능으로 받아들인 이연복 셰프가 “속마음은 그게 아니잖아”라며 놀린 것에, 역시 예능 애드리브로 “왜 이렇게 못 되게 사세요”라며 받아쳤지만, 그 마음이 어떤 것이란 것쯤은 판단할 수 있었다.
두 입장 모두 분위기를 고려한 예능 애드리브를 했지만, 속마음이 따뜻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장면.
장동민은 그 상황에 머물지 않고 다시 “(형돈이 형이) 빨리 나아서 옆자리 하나가 더 메워졌으면 좋겠다”라는 농담을 해 포복절도케 했다.
정형돈의 난 자리는 사실 부담감이 큰 자리임이 확실하기에 특정 MC가 오랜 시간 머물기 어렵다. 그것을 알기에 ‘냉부’ 측도 객원 MC 체제로 돌린 것일 테고, 또 그 상황을 알고 투입되는 객원 MC들도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를 알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장동민은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를 먼저 알린 것. 그 자리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하기에 그는 오프닝에서 확실히 자신의 자리가 아님을 밝혔다.
장동민에 이어 허경환이 진행하고 다시금 장동민이 맡을 가능성은 있지만, 장동민은 적어도 정형돈의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가겠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 모든 입장에 예의를 보인 것이다.
김성주가 급히 섭외된 사람이 장동민밖에 없다며 매달리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오프닝은 잘 마친 것 같으니 이제 가보겠다 튕기는 장동민의 모습은 반복해 웃음을 준 장면이다. 막 대하는 김성주에게 소중히 다뤄달라는 장동민의 애드리브는 그만의 개그코드였기에 더 웃겼던 장면.
장동민은 여러 셰프와 출연자. 그리고 고정 진행자인 김성주와도 매끄러운 호흡을 보였다.
정형돈과 장동민이 달랐던 점은 많았고, 성격을 맞출 필요는 없었기에 장동민은 진행 능력은 당연히 합격점. 장동민은 오가는 대화 속에서 흐름을 찾는 성격.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이 상황이 바뀌는가를 판단해 흐름을 뒤집는 개그를 구사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그가 보여준 코드는 정형돈과 사뭇 달랐다. 김성주가 몰아붙이면 삐진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고, 대화를 이어 가고자 던진 말에 이승철이 법 운운하며 딴죽을 걸자 바로 ‘맞다. 걸린다. 우리 엄마 잡혀가야 한다’며 ‘저희 어머니를 신고한다’는 애드리브는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는 역전상황을 낳았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할 때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가져가고자 일부러 노력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능적인 시니컬함은 늘 상황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게 해 웃음을 주고 있다.
장동민은 정형돈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로 시청자의 마음을 녹였고,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정형돈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그의 능력은 한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줬지만, 이제는 치유 작용을 해 반가움을 주고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