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누나’ 없는 것도 있게 하는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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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의 재미는 단연 제작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이다. 허나 그것이 사실은 전부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꽃보다 OO’ 시리즈의 원조 <꽃보다 할배>는 균형적인 면에서 분명 <꽃보다 누나>보다 우수했다는 것을 이번 편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청률 면에서는 대박이 터졌다고 할 만큼 <꽃보다 누나>는 화제성에서 절대적 인기를 보이는 듯하나, 그 내실을 살펴보면 바짝 곯아 있다는 것쯤은 제작진이 더 잘 알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꽃보다 누나>가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은 원조 ‘꽃보다’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고고한 여배우의 이미지에 대한 환상과 이승기라는 아줌마들의 우상이 있기에 좀 더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승기와 나영석 PD가 <1박2일> 이후 만난 화제성에서도 관심의 요소는 많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여행 초반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이승기에 대한 접근법이 주객전도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프로그램의 최초 기획은 명확히 ‘여배우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로 알려졌고, 그럴 것이라 당연히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난 뒤 그 기획은 ‘이승기의 성장기’로 포커스가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여배우들이 매력을 덜 보였을 수 있으나, 그 초점이 빛나가 이승기로 향한 것은 여러모로 그의 팬들을 위한 기획 변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영석 PD가 이승기와 만났다는 것에서 그의 팬과 시청자는 어느 정도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할 거란 생각은 했을 것이다. 앙숙의 모습을 보이든 뭐든 그들이 보여주는 뭔가가 1~2회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초점이 이승기를 향하고 있고, 여배우들은 아직 덜 영근 어리벙벙한 삼룡이 이승기와 호흡을 맞추며 오롯이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그런 와중에도 여배우들이 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실수투성이의 이승기를 걷어 먹이는 연륜의 매력과 여유의 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고 어린 햇사과 같은 이승기가 여행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배려하는 ‘꽃누나’의 매력은 그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하기에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지난 <꽃보다 할배>는 할배와 짐꾼 이서진의 환상적인 궁합을 통해서 노년의 여행길이 설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몸이 안 따라줘 힘이 든 상태라도 서로 이끌고 나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노년 시청자의 여행에 용기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꽃보다 누나>는 초반 3회에서 온통 ‘삼룡이 이승기’, ‘터키 팽이의 저주’ 등 이승기 이야기뿐이다. 여배우들은 그저 따라다니기만 하고 가끔 매력을 보이는 식이다.

최초 이승기가 얼마나 짐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라는 기획의 한가지 초점은 현재 지나치게 많아 문제다.

그럼에도 <꽃보다 누나>가 재미를 주는 것은 제작진이 덧씌운 재미 요소가 무척이나 제 역할 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회 등장하는 말풍선이 천 개가 넘는 상황은 원 재미의 요소를 극대화했던 <꽃보다 할배> 때보다, 이번 <꽃보다 누나>는 리빌딩 수준까지 가고 있는 상황은 겉으로 보이는 재미가 위험하다 느껴지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빌딩 수준은 말풍선의 개입이 등장인물을 보조하기보다 이끌어가는 형태이기에 더욱 껄끄럽다.

<꽃보다 할배>의 자막은 등장인물이 웃기거나 감탄케 하고 그 요소를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꽃보다 누나>는 편집을 통해서 웃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듯 보여 아쉬움을 산다. 이승기가 이스탄불에서 실수로 점철된 여행기를 보였다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는 성장했다는 식으로 그의 성장기를 보라는 듯 시청자를 가이드한다.

요란스럽게 가이드해서 따라가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은 진짜 재밌어서가 아니라 재밌다고 하니 재밌어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웃음을 반강요 당하는 것은 이번 <꽃보다 누나>의 아쉬움이다.

<꽃보다 할배> 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출연한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가 많아 각 상황이 어떻게 연결이 될지 자주 보였고, 이서진의 행동심리를 밝혀가는 모습도 큰 재미를 줬다. 이때는 이럴 것이다. 이렇게 행동하더라! 를 케이스 별로 소개한 것이 있었다면 이번 <꽃보다 누나>에서는 그것이 안 보인다.

달리기 선수 뺨치는 러닝이승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은 그를 보좌하는 캐릭터인 여배우들의 희생과 그런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 여러 장면을 재배열하는 제작진의 엄청난 능력 때문에 작게나마 매력적으로 보인다. <꽃보다 누나>에서 ‘누나’의 매력은 언제쯤 보일지 그것이 기대된다. ‘짐승기’가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라면, 제작진이 마음을 고쳐먹었을 때 표현되는 여배우 ‘누나’들의 매력은 ‘꽃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꽃 같은 누나보다 이승기>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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