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승기 살린 배려의 ‘꽃보다 누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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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할 줄로만 알았던 이승기는 단순한 허당짓만이 아닌 민폐 수준의 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꽃누나’들의 도우미의 목적을 띤 짐꾼의 역할로 동행했을 법한 이승기는 여러모로 제 역할을 못 해 아쉬움을 준 <꽃보다 누나> 1회였다.

정말 모든 것이 부족하고 민폐였던 이승기. 앞에 나서 무언가를 해주길 바랐지만, 그가 한 것은 결과 없는 열의가 전부. 뛰고 또 뛰는 열의는 있지만, 방법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에 겪는 방황은 스스로 초라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몰아넣게 된다.

사실 그는 여러모로 민폐가 될 것을 예상케 했던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세상살이가 모두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인생이 전부일진대, 그가 무언가 스스로 해결할 거란 생각은 애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연예인으로만 살았던 이승기의 이미지는 <1박2일>을 통해서 허당기를 보였지만, 그래도 똑똑한 이미지를 유지한 케이스다. 그래서인지 이번 <꽃보다 누나>에 짐꾼으로 선택됐다. 허나 그런 선택은 생각과는 다른 결과들을 보였고, 이 프로그램의 성격도 그에 따라 변한 듯 보인다.


최초 여배우들의 편한 여행기를 그리고자 했던 <꽃보다 누나>는 어느덧 ‘성장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지만, 애초 기획에서 성격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이승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엉뚱한 매력(?)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세기 짐꾼이라는 타이틀이라면 누구의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위치인데, 이승기는 수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여배우 꽃누나들의 수발을 받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그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해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기에 이승기는 민폐 인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행 떠나기 전 공항에 집결하면서 끼친 민폐 또한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로 기억될 것이다. 공항에 단체로 모인 팬이 어쨌든 자신을 보고자 와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선배 스타에게 창피할 일이다.

그의 팬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들어가는 김희애와 이미연, 윤여정의 대선배들에게 무례한 부탁을 일삼았다. ‘우리 승기 잘 부탁해요’, ‘승기 씨 잘 부탁해요’란 말은 의미상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자리의 특성상 하지 말았어야 할 부탁이었다. 이에 대선배 윤여정이 ‘뭐, 이승기 우리가 때려?’라고 한 말은 농담이었을지 모르지만, 뼈 있는 의미의 말이다.

또 여배우 중에서도 고고함을 보일 수 있는 위치의 대선배 김희애에게, 팬이라고 이승기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한 것도 무례한 일이다. 김희애가 ‘승기 전해주래’라고 선물을 스태프에게 전해준 장면에서 노출됐다. 받는 이우정 작가와 나영석 PD도 황당하고 죄송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이승기가 공항에 도착해 들어오려던 찰나 ‘어이! 이승기~’라고 한 말은 팬이었을 가망성이 크다. 자막으로 ‘친구도 온 듯’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그 말은 디스에 가까운 말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러모로 무례함을 보인 팬들의 모습은 이승기가 상전이라는 느낌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애초 여배우들의 조력자로 그보다 인기도가 높은 스타를 캐스팅한다는 게 사실 큰 문제인 것은 이번 <꽃보다 누나>를 통해 여실히 보였다.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이 여배우가 아닌 이승기의 ‘성장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 날 일이 많다.

방송을 시작한 <꽃보다 누나> 1화에서 보인 여배우들의 매력은 벌써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허나 그 매력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산되는 것은 염려스러운 일이다. 그저 재밌다고 웃을 수만 없는 것은 보고자 했던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두드러진 매력을 보였지만, 그것은 짐꾼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기 때문에 빛이 난 거지, 착하고 허당스러워서가 아니다. 이서진은 할배들의 매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철저한 조력자로 활약했지만, 이승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백치로 수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성장기를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성장기를 보여주고자 했던 프로그램이 아닌데 그렇게 변하는 것은 분명 큰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항해를 시작한 배가 산으로 갔지만, 배가 산으로 간 모습이 재미있기는 하다. 김희애의 명품 배려심에 밝은 이미연의 매력. 노장의 진면목을 보이는 윤여정과 기록하는 여행자 김자옥의 여유에 큰 매력을 느낀 <꽃보다 누나>. 그런 멋지고 재미있는 '꽃누나'를 보면서도 한 쪽 마음에 생기는 씁쓸함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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