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아인과 세경, 처절하리만큼 아픈 청춘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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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도 아픈 인생들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사회는 이 보다 더 아픈 인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드라마 <패션왕>에서 유아인이 맡은 영걸과 신세경이 맡은 가영이 보여주는 고달픈 하루 하루는 그 자체가 아픔으로 점철된 인생의 나날들이다. 비현실적인 배역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현실을 조금만 돌려놓고 생각해도 현실과 맞닿은 면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어릴 적 돌아가신 부모님의 재산을 가로 챈 부모님의 친구 손길에 커서인지 유독 독하게 자란 가영(신세경)은 21세기형 캔디로 보인다. 좀 더 한국적인 정서에 캐릭터를 찾는다면 콩쥐 정도는 되는 위치의 캐릭터가, 착하디 착한 19세기말 캔디형 아이는 아니란 것을 보여준 것은 드라마가 시작 된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그냥 한 없이 나약한 인생으로 독기 하나 없이 큰 콩쥐형 캐릭터가 아닌 21세기형 캔디로 변신한 가영은 독기 가득한 캐릭터로 시원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통에 어쩌면 싹수 없는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를 조금만 보다 보면 어찌 이리 싹수가 푸른 캐릭터가 다 있나? 생각하게 되고 만다.

사는 것이 모두 억울한 가영의 캐릭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세상살이가 어려운데, 거기에 부모의 친구였다는 사람이 재산을 갈취해 자신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키우려 하고.. 모든 것에서 희생만을 당하게 한다.

그저 자신의 딸만 잘 크면 된다는 식으로 가영의 파슨스 패션스쿨 입학도 교묘하게 방해하고, 결국에는 딸을 위해.. 그리고 가영이 잘 되는 것을 못 본다는 고약한 마음새로 영걸과의 인연을 빙자하여 학교에서도 떨려나게 만들게 하는 고약함을 보인다.


하지만 20세기 캔디형 캐릭터인 가영은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자신의 밥그릇이 있다면 언제든지 요구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그럴 위치는 아니지만, 되면 되고 말면 말라는 식으로 대들어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모습은 시원함까지 느끼게 한다. 비록 빈 밥그릇이 던져질지라도 당당히 요구하는 당당한 캔디.

학교에서 떨려나 갈 곳이 없는 가영은 한국으로 강제추방 된 이후 다시 조순희를 찾아가 며칠 만이라도 부띠끄에서 신세를 지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장면은 21세기형 캔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잠시 신세 지는 게 싫으면 어디서 잘 돈이라도 내 놓던가! 라며 당당히 대드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지극히도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캔디 같아 보여서 시원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미울 원수 같은 조순희(장미희)에게 그나마 복수를 하는 것은 인터뷰 도중 차비라도 내 놓으라는 황당하기 이를 때 없는 시추에이션이 전부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시원한 일이 또 없다.

시간이 지나 재혁을 만나고 들어온 가영에게, 악랄한 조순희는 버리는 자투리 옷감으로 만든 옷마저도 자신의 옷감이라고 당장 벗어주길 원하고 빼앗아 낸다. 게다가 외출할 때 알량하게 몇 만원 주고 남은 잔돈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 찌질한 모습을 목격하던 강영걸이 분통을 터뜨리고 만다. “잔돈이 얼만데~!!”라며 버럭거리고 만 것.

이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영걸은 가영에게 이렇게 지저분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있겠느냐?는 식으로 가영에게 묻는다. 계속 있을 거냐고! 말이다. 하지만 통쾌한 장면은 그런 마음을 알아 챈 가영이 더 이상 있을 수는 없는 법. 냉큼 아니라 답을 한다. 손을 잡고 나가는 가영과 영걸의 모습은 너무나 시원스러워 보였고, 나가는 장면에서 조순희를 바라보는 영걸의 눈매는 시청자를 미치도록 환호케 하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게 된다.


<패션왕> 5회에서 가장 빛이 난 장면은 버스 씬이 독보적이었다. 서러운 대접을 받고, 영걸의 죄까지 뒤집어 쓴 가영이 한 없이 불쌍하게 여겨지는 장면이었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폭행을 당하면서도 공장을 지켜보고자 자신의 짐을 맡긴 가영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영걸이 마음에도 없는 버럭질을 하는 장면에서 묻어난 눈물 나는 장면은 이 시대 젊음들이 현실의 벽과 마주한 그 답답함과 얼추 비슷한 장면으로 여겨졌다.

막막한데 달리 해결할 길이 없고, 자신이 지켜줘야 하는 가녀린 여자 아이가 오히려 자신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가슴 깊숙이 내려앉는 무거운 돌덩어리와도 같았을 법했다. 내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사랑하는 동생마저도 지키지 못한 영걸은 가영을 지켜줘야 하는데, 상황은 거꾸로이다. 가영은 자신의 입장도 답답하지만, 같이 힘든 시기를 겪어내야 할 사람으로 영걸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은 보는 이가 먹먹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픈 젊음들은 현재 <패션왕>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걸과 가영이 부딪히고 있는 그런 아픔들을 겪고 있다.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네가 <패션왕> 5화에서 보인 버스 씬의 그 먹먹한 상황은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음들의 아득하고 답답한 마음과도 맞닿은 눈물과도 같았다.

신세경이 가영 역으로 보여준 버스에서의 눈물 씬은 명품 눈물연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 그런 모습을 보고 먹먹함에 버럭질을 하며 답답함을 느끼는 유아인의 연기는 명품 씬으로 남을 만 했다. 아파서 청춘이라고 위안을 하기에는 그들의 아픔과, 현실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심히 아프다. 그 눈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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