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는 외박중, 건조남과 청정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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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후속작으로 내 놓은 '매리는 외박중'이 첫 방송을 탔다. 강한 이미지는 없었으나 소소한 재미와 인물들이 어떤가에 대한 스케치들이 있었던 첫 회였던 것 같다. 그 중 주인공 둘의 만남을 보여준 첫 회에서는 뭔가 달달한 만남임을 알려주는 많은 요소들이 보였다.

화면은 최대한 깨끗한 파스텔 톤에, 마치 강무결(장근석)과 위매리(문근영)를 위한 동화 같은 만남을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듯했다. 원작은 만화가 원수연의 작품으로서 동명의 제목을 쓰고있다. 리얼리티 가상 결혼드라마 컨셉으로 만들어졌고, 결혼 후의 생활에 대한 달콤한 이야기들을 그려낼 듯 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첫 회에서는 장근석이 역할을 맡은 강무결은 완벽히 자유로운 영혼이다. 고민이야 있겠지만, 그것은 자신의 이미지에 전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무것도 모르고 방랑을 하는 방랑시인 같은 모습으로 다닌다. 그의 생활은 특별히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도 얼굴 하나 고민하는 흔적이 없다. 그저 지금 당장 겪는 것만 바라볼 뿐 구태여 힘든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려 하지 않는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그러나 누구를 간섭할 때에는 최대한 리얼하게 간섭하는, 아니 그 삶 속에 끼어드는 프로의 근성을 보여준다. 강무결 캐릭터가 딱 그렇다. 우연찮게 만난 인연의 삶 속에 끼어드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동화나 만화 속의 이야기지만 허구란 것을 알면서도 그런 자유로운 영혼이 그저 멋있어 보인다.

드라마나 만화를 봄에 있어서 현실과 엮어서 일치 시키려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일 것이다. 그것을 이제는 시청자들이 알아서 생각해 보면서 볼 수 있기에 이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은 허구의 세계, 상상의 세계,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줄 듯하다. 벌써 그 판타지월드에 젊은 시청자들은 빠져들고 있다.

강무결은 캐릭터 자체가 무심함 그 자체다. 그저 손에 걸리는 대로 사는 인생, 발 길 닿는 곳으로 향하는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삶의 행동들은 자신이 하는 음악생활 그리고 자유로운 이성과의 만남에도 있다. 그만큼 이런 자유로운 영혼은 겉만 본다면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런 자유로운 집시 같은 영혼에도 분명 아픔은 있을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이 드라마에서 아직 가족이 등장하지를 않는다. 길거리 고양이인 길냥이처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예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잠시 머물고는 한다.

강무결은 그런 길냥이의 인생처럼 헤매며 매우 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이 캐릭터에 보이는 무심하고 시크한 모습은 비단 그냥 이유 없이 보이는 모습이 아니다. 그의 삶을 모두 농축해 놓은 이미지이기에 그가 보여주는 건조한 말투와, 사람을 대하면서도 인상하나 안변하고 밝고 어두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런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아가던 강무결은 우연찮게 청정녀인 위매리(문근영)을 만나게 된다. 그 우연의 만남은 가벼운 접촉사고였다. 가벼운 우연의 만남이었지만, 청정녀의 하지 않아도 될 걱정거리가 노심초사 건조남인 강무결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삶들이 연결 되고 만다.

청정녀라고 해서 그녀가 예쁘고 사랑받고만 살지 않았다는 것은 극에서 바로 나타난다. 그의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착하지만 하는 일이 항상 덤벙거려서 사기를 당하며 고생길로 들어서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살면서 때 하나 안탔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을 전환해서 항상 비뚤어진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경우도 보여주는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 중에도 집안이 힘들다고 해서 모두 상처만을 가지고 그 상처에 아파하고 자신의 삶을 탓만 하는 사람만이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경우다. '힘들지만 참아~!' 라는 말과 '오늘도 행복하게~!' 라며 웃고 살아가는 삶은 분명 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인 위매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은 보잘 것 없이 꼬이고 꼬였고, 대학도 다니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지만 생활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다녀도 그녀는 해고 대상에 항상 먼저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기에 고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픔도 있다. 또한 아버지의 주거지 또한 일정치 않고 자신에게 달려올 때도 많다. 그런데도 그녀는 괴로워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를 않는다.

건조남은 말 그대로 건조하게 살아가며 앞을 생각지 않고 살아간다면, 청정녀는 힘들지만 힘들다 생각지 않고 뭔가 행복함이 있을 거야~라며 긍정적인 생활을 한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태연하게 TV를 보면서 걱정은 집어치우자라는 모습은 그녀의 캐릭터가 때 없는 캐릭터임을 보여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건조남과 청정녀의 만남은 의외로 엉뚱한 그들의 다른 시선들로 부터 맞아 들어가게 됨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리얼한 스킨십의 대가 강무결에게 있어서, 가장 어렵게 허락을 할 것 같았던 스킨십을 허락하는 위매리. 그가 삶에 파고 들어오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거부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첫 회에는 많은 역할을 보여주지 않은 또 한 남자. 차도남 정인(김재욱)의 등장은 또 한 번의 멋진 만남을 이룰 듯하다. 예상되는 흐름은 서준(김효진)이 강무결과 위매리 사이을 혼란케 만들 것 같고, 여기에 정인은 위매리를 지켜주는 로맨스를 보여줄 듯하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보자면 이 드라마는 정인과 서준이 또 다른 감정을 느끼며 커플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글쎄 이 드라마가 '성균관 스캔들'이 끝나고 난 이후 기존의 아줌마 팬들을 가져갈지 모르지만, 현재 상태는 10~20대의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0대 이상의 주부 팬들을 조금이라도 가져가려면 김재욱이 연기하는 정인 역할이 중요할 듯하다. 우수에 차고 때로는 엉뚱한 모습의 연기를 잘하는 김재욱의 캐릭터가 기다려진다.

첫 회 강무결과 위매리의 만남에서 인상 깊게 웃겼던 장면은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그 하나는, 위매리가 강무결에게 술을 먹여서 확인서 싸인을 받으려 하며 술을 거짓으로 마시다 들킨 장면과... 또 하나는, 단 하루 이틀 사이의 동거였지만 위매리가 강무결의 발소리와 움직이는 소리만으로 무엇을 하는지 아는 장면에서 단 하나뿐인 라면을 탈취해서 먹을 때의 장면의 툭탁거림이었다. 건조남 강무결, 청정녀 위매리의 알콩달콩한 가상 결혼기가 가을밤 월요일과 화요일을 행복하게 해 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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