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조작논란 보다 나쁜 휴대폰 협박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8. 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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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1박2일의 위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나 이번 방송은 여러 문제를 보여주면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격을 받아서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제작진으로는 난감할 상황에 처했다.
이번 주는 오프로드 레이스를 펼치며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는데,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이런 숨막히는 레이스를 지켜보다가 힘이 턱 풀리는 경험을 했기에 말이 많아 보인다. 바로 리얼이 사라지고 조작 승부로 보이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1박2일은 삼삼오오 한 조로 뭉쳐서 시합을 벌이며 경쟁을 하는 시스템은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접전을 통한 묘미를 주며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리얼'이 아닌 '설정극'이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무척이나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자신이 지켜 본 프로그램이 리얼임을 주장하고 또 그렇게 보며 누가 이길까? 하는 기대로 어느 쪽을 응원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가 정해진 것이었다면 얼마나 화가 날지 안 봐도 그 분노를 알 것만 같다.
이미 리얼이 리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는 그것에 분노를 하고 채널을 돌리게 되는데, 1박2일이 그런 위기에 처했다. 이미 패떴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패떴의 경쟁 시스템과 패밀리들이 벌이는 일들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현상들에 대해서 즐기는 것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설정이었다고 하니 그 배신감으로 뭇매를 맞았고, 프로그램도 결국 좌초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번에는 1박2일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보는 듯 한 레이스가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네티즌들이 심하게 느낄 정도의 연출은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로 되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이 제시하는 조작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엠씨몽이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 정해진 설정의 결과였다', '차량 펑크도 계획적이었다', '강호동이 계곡으로 유인한 것도 설정이다' 등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주장은 어느 부분은 설득력이 없긴 하지만, 또 어떤 면은 꽤나 설득적인 면이 있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재차 1박2일을 다시 돌아보면서 더 자세하게 본 그들의 승부조작 의심 부분은 이미 설정으로 정해졌다는 부분이 본 필자에게도 눈에 띄었다. 본 필자의 시선에 보인 면을 우선 짚어 보겠다.
처음으로 제시하는 것은, 첫 번째 이미지에서 보듯 그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곳은 제작진의 차를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사각지대라서 혹시나 안 보일까? 하는 생각에 자세히 봤는데, 빼도 박도 못 할 부분은 제작진의 차량 뒤쪽의 카메라로 보인 나PD가 걸어오는 장면과 그 뒤로 식사를 하는 멤버들의 노출로 사각지대가 아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등을 지고 있는 강호동과 이수근이 안 보였다고 해도, 정면으로 볼 수밖에 없는 김종민과 은지원의 시선은 쉽게 떨칠 수 없는 각도였다. 캡쳐에서 보듯 말이다.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점심 식사를 먹는다고 해도 눈치만 4년에 가까운 짬밥들의 멤버들이 자신들을 떼어놓고 가는 제작진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특히나 은지원이 강호동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다가 제작진이 떠나가는 부분을 살짝 본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따라서 은지원은 차 떠나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 번째로 제시하는 것은, 강호동이 뒤를 돌아보며 '도시락! 도시락 하나!'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문을 하는 장면이 뻔 하게 설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강호동 또한 뒤로 돌아서 있었을 뿐이지 막상 도시락을 하나 더 요구하는 장면을 위해 뒤로 돌아섰을 때 차가 없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제시하는 가장 결정적인 의문은, "바로 엠씨몽이 휴대전화로 지도를 찍는 것"이었다. 애초에 엠씨몽은 지도를 휴대폰으로 찍어 놓을만한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각 팀별로 나누어준 지도가 있었고, 자신의 팀인 이승기가 상대팀의 지도를 빼앗아 온 상황에서는 더더욱 찍어놓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남긴 이유는 이미 자신의 휴대폰을 설정상 상대팀에게 넘길 것을 예상하고 찍어놓은 행위로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 후 차례대로 진행되는 순서는 잃어버린다 - 상대팀에서 획득한다 - 비밀번호를 우연히 푼다 - 지도를 습득한다.
바로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일부러 지도를 가지고 가면 되는 것을 반을 찢어 주는 트릭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런 과정 속에서 엠씨몽이 무조건 조건을 받아들이는 연출까지 계획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휴대폰의 분실에서 부터 강호동이 상대팀의 휴대전화에 있는 단서를 찾아 움직인 과정은 너무도 자로 잰 듯 정확해서 이것이 설정이란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승부는 설정이었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조작이라고 해도 뭐라고 둘러 댈 만한 요소가 없어질 것 같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고 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엠씨몽의 휴대전화 공개 협박은 질 낮은 플레이.
하나의 연출 부분으로 엠씨몽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은 그나마 머리를 잘 쓰긴 했지만, 또한 가장 큰 문제였음을 말하고 싶다. 아무리 연출이라고 해도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기록 장치이자 통신 수단인 휴대폰의 정보를 낱낱이 공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욕을 먹을 일이다.
그렇잖아도 인터넷으로 개인의 정보가 팔리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멤버의 사생활의 일부를 볼 수 있는 휴대폰 안의 세상일들을 까발리는 행태는 그 자체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더더욱 황당한 것은 바로 강호동이 엠씨몽에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달라고 이런 사생활에 대한 부분을 가지고 협상을 하려고 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협박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법적으로 따지면 공갈협박 정도는 될 것이다.
강호동이 엠씨몽의 휴대전화를 통해서 장근이가 보낸 메시지와 매니저가 보낸 메시지를 공개한 것만으로도 아주 큰 잘못임은 부인할 수 없는 나쁜 행위다. 거기에 장난이었다고 얘기하겠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풀었다는 것도 범죄 행위다. 따라서 습득한 타인의 물건을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유출하고, 그 공간 안의 내용을 알린 것은 대단히 큰 범죄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승부조작을 논하기 보다는 개인 사생활의 일부를 알린 것과 협상의 말을 빌은 협박이 더욱 큰 비판의 이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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