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가 자신이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서 배구 선수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 동료들에게 반말 및 삿대질을 하며 진행했다고 그를 질타하는 반응이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을 후끈 달궜다.
방송 이후 불편해하는 네티즌의 반응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으나. 평소 그의 캐릭터를 충분히 알만한 네티즌이 딴지를 거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평소보다 김연경이 나온 회에 유독 몰려 불쾌감을 보였으니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기존에도 김구라의 진행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며 불쾌함을 비친 동료 스타들도 있었고. 그 사실을 들춰내며 불편한 진행 방식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매번 딴지를 거는 기자들이 있어 왔지만. 다수의 대중은 불편해도 고유의 캐릭터로 존중 또는 포기했다. 그게 <라디오스타>의 처음과 현재까지의 패턴이니 불만이어도 이해하며 볼 수 있던 것.
그러나 유독 김연경이 출연한 회차에 이런 불쾌함의 일부 여론이 있는 건 김연경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강한 메시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강한 면박주기가 있던 것도 아니다. 남희석이 불만을 가졌던 후배를 향한 고압적 말투가 있었던 것도 아닌. 평상시 그가 보인 수준의 반말+존댓말 정도였다. 그런데 유독 불쾌했다니. 그렇다면 사랑해 마지않는 김연경의 출연에 김구라의 태도가 거슬려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김구라의 태도가 정녕 문제라고 여겨졌다면. 거꾸로 김연경의 태도도 문제 삼았어야 한다. 김연경 또한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투의 말투인데. 왜 그건 문제를 삼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말투가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편하자고 주고받는 대화 투까지 한쪽의 문제라고 지적하면 결국 그 반대쪽의 문제까지 역으로 문제 삼는 건 당연한데. 그렇게 해서 문제가 커지는 게 뭐 좋은 일인지 지켜보는 이로썬 답답할 노릇이다.
방송 진행에 있어 김구라의 진행 방식이 불만이었다 말한 남희석 케이스도. 결국, 본인의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김구라가 면박주기식 진행이면, 남희석은 깐족 대기식+왕따 만들기식 진행이기에 더한 문제라 지적됐다.
김구라의 독특한 진행 방식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자도 충분히 알 만한 방식이다. 또 그 방식이 그렇게 크게 출연자의 기분을 나쁘게 할 정도가 아니니 14년이란 시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김연경에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 하는 댓글이 이어진 것만으로도. 김구라의 태도 문제는 팬심을 어긴 것에 대한 무례함 지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히 김연경에 막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김구라의 문제가 맞겠으나. 그간 변함이 없었다.
그 30~50여 건의 항의 글. 나아가 그 초반 항의 댓글에 기사화돼 추가된 댓글이 100여 건이라고 해도 그건 진행 태도를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
김구라의 진행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면 모든 프로그램. 모든 순간에 불만을 제기해야 함이 옳다. 그런데 왜 김연경에 한 진행만 더 큰 문제라 말하는 것인가? 그건 문제를 제기한 이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예능에서 그만의 방식이 된 캐릭터에 일희일비하는 문제 제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선 통쾌했다 말하고. 어떤 순간에선 불쾌하다 말하는 건, 그의 캐릭터를 선별 취사하는 대중의 변덕이 가미된 것이기에 그에게 전적으로 문제였다 말하긴 어렵다.
캐릭터를 캐릭터로 소화하지 못하면 모든 게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 예능은 캐릭터들의 활약이 있고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면 굳이 문제 삼긴 어렵다. 소화 못한 시청자의 불만까지 소화 잘하는 시청자가 이해해 맞출 필요도 없다. 출연자 또한 다수의 웃음 코드에 맞춰야 하는 건 당연하다. 사랑받는 김연경이라고 해도 김연경만을 위한 진행자의 겸손한 태도는 따로 필요 없다. 김연경은 성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