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와 소통을 중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자격 하나는 사과에 인색하지 않은 것일 게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 ‘사과부터’라는 개념을 보여준다면 거꾸로 ‘진정성은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시도 때도 없이 사과하는 모습에는 ‘아! 저 프로그램과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대한 자기방어 의지가 없구나’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놀면 뭐하니>는 이전 <무한도전>의 정통성을 계승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이라는 두 인물만 놓고 봐도 그 정통성을 잇고 있다 평가할 수 있고. 실제 주요 출연자였던 박명수와 정준하. 황광희까지 프로젝트에 중간중간 참여했으니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그램이어서인지. 이전에 보였던 ‘좋아 보였으나 점자 나쁘게 보인 습관’을 재차 보여주고 있다.
실망스러운 건 ‘쉬운 사과’다. 어떠한 이유를 설명하고 조심하겠다 정도의 의견 표명이 아닌. ‘잘못했다. 용서해 주시라’ 식의 납작 엎드리기식 사과가 반복되기에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실망감이 쌓인 건 ‘사과하지 않아도 될 사안’에 대해서도 사과를 반복했다는 점 때문이다. ‘무한도전 전문 프로 불편러’들의 문제 삼기에 항상 사과를 했고. 고개 숙이는 모습들이 반복되며 애청자들은 실망감을 보였다. 이는 <무한도전> 당시에 보인 반응이다.
문제는 그러한 분위기가 <놀면 뭐하니>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효리가 중국식 이름을 지어 보자고 ‘마오’ 애드리브를 친 건 어디까지나 의도성 없는 애드리브이기에 가볍게 해명했으면 될 일.
‘마오’라는 이름이 ‘마오쩌둥’을 연상케 한다는 것도 일방적인 중국 네티즌의 주장이고. 그러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으면 끝날 일인데. 해명과 함께 영상을 재편집 공개한 부분에서 한국 대중은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이다.
또 ‘마오’라는 성은 중국에서 일반적인 성 씨임에도 중국 네티즌이 불편하다고 하여 냉큼 사과부터 한 모습에선, ‘모든 쉽게 넘어가자’는 마음가짐이 보여 불편해진다.
논란이 싫어 넘어 가고 싶은 마음의 발로인지. 그간 <놀면 뭐하니>와 그 이전 <무한도전>에서 수시로 보인 사과 방송 모습은 영 탐탁지 않다. 초반 사과하는 방식에 있어 센세이셔널한 모습이 있어 칭찬을 하기도 했지만, 너무 자주 반복되는 사과 방송 모습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트리게 돼 만류를 한 것도 여러차례이나 반복돼 왔다.
또한, 잦은 사과의 문제는 출연자를 지켜줄 수 없는 방송이라는 인식도 갖게 한다.
크게 논란이 될 것도 아닌 문제에 대해 연신 사과하게 되면, 정작 작은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는 위축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 당시 노홍철과 정형돈 등 여러 출연자들이 많은 위축을 받았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이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시청자와 대중이 느낀 감정은 ‘사과할 필요도 없는 것에 과할 정도로 사과한다’는 반응들이 있기에 이효리의 ‘마오’ 애드리브 사과 및 편집 대처엔 질타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부당한 사과 요구엔 해명 정도가 필요할 뿐, 사과가 반드시 뒤따를 필요가 없다. 그렇게 자주 사과하다 보니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가 빠지게 된 것이고 <무한도전>에서도 시청자가 떠난 것이다. 부디 <놀면 뭐하니>에선 그런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