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 논란. 올바른 지적에도 역풍이란 폭력이 보였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20. 8. 9. 23:11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인종차별이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가 역풍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적당한 쪽이 조심하겠다는 입장만 내면 끝날 일인데.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양쪽 모두 곤란한 상태.
이 논란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패러디를 즐기는 경기도 의정부 고등학생들의 패러디 때문에 생긴 논란이다. 한참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일명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생긴 논란.
샘 오취리는 ‘패러디는 좋으나 굳이 피부색 분장까지 따라 해야 했느냐’는 지적을 하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다소 감정적인 부분은 느낄 수 있었겠으나, 그가 지적하는 건 국제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기회로 삼을 만해 대중이 격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관짝소년단’ 리더가 논란 이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며 샘 오취리의 입장이 우습게 됐다 말하는 대중도 있지만, 그건 그 당사자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다는 표시를 한 것이지. 대다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가 한 말이 아니기에 샘 오취리가 잘못된 건 아니다.
과거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수시로 표현되던 건데 왜 지금 문제냐? 라는 말도 본질을 훼손하는 쉴드이다. 과거 인종차별적 표현이 문제가 안 되던 시절과 이 시대는 다르기에 그런 쉴드는 통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들의 패러디에 너무 과한 비판이 필요한 것이냐? 말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그 정도 차별적 메시지를 판단하지 못할 거란 추측은 역으로 그들을 비하하는 것이기에 대중이 잘못 대응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제대로 된 지적에 쿨하게 대응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빼앗은 것은 대중이고 언론이다. 미처 대응하기 전 그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것도 역시 대중이고 언론이다.
샘 오취리가 비판을 하며 한글과 영어로 달리 표현한 것을 두고 문제라 지적하는 것도 지나친 트집이다. ‘teakkpop’ 해시태그를 달아 한국 문화가 잘못됐음을 알리는 것에 빈정 상할 수 있지만, 그건 비판적 메시지를 남기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의 해시태그 달기다.
비판을 하며 고운 말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건 아프게 받아들여야지. 꿀을 발라 말을 해달라는 건 오버다. 그가 말한 비판 메시지 중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 이런 무지가 계속돼선 안 된다’란 글은 뼈아프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뜻을 이해한다면 그 강도가 어느 정도여도 받아들여야 한다.
대중과 언론의 문제는 이번 논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가 비판을 한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없이. 그가 한 과거 행동과 발언을 트집 잡아 이번 메시지 자체가 틀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황당할 정도로 이어졌다.
과거 방송이었던 <비정상회담>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모습이 문제였다며. 그가 이제 와서 인종차별적 표현을 하지 말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인데. 이런 지적 자체가 난맥상일 수밖에 없다. 그가 출연했던 과거 <비정상회담> 전체 출연분 중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크게 없었다. 그와 출연한 외국인 모두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로 내왔지 그런 표현을 즐기지 않았다.
언론은 또 그가 과거 방송에서 한 말을 트집 잡아 성희롱성 멘트를 했다며 공격을 부추기기도 했다.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배우 최여진에게 호감을 보이며 ‘정말 예쁘다’며 몸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위아래 훑어봤다며 이번 논란과는 다른 방향의 공격을 유도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자성의 계기를 빼앗아 가는 것이 마뜩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적 의식에 맞춰 살아가야 할 대중을 대중 스스로. 그리고 언론이 나서 눈을 가려 수준을 낮추는 현상은 한심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인종차별적 표현은 변해가는 시대에 맞춰 인지하고 변화해야 할 기본 에티켓임에도 그 변화의 계기를 막아 버리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봐도 한심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겪는 건 한인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유색인종들의 공통적 차별이기에 같은 접근에서 반기를 들어야 하지만. 정작 흑인 인종차별 사건에서도 ‘흑인도 한인을 차별하니 당해도 된다는 식’의 인식을 보여준 모습은 근래 대중이 보인 인식 수준이기에 이번 샘 오취리 논란도 씁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마땅히 철폐되어야 할 인종차별적 표현이라면 곱게 받아들여 변화하자고 하면 될 일이다. 시시콜콜 다른 이유를 가져다 대며 본질을 덮어버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쿨하게 잘못했다 인정하면 된다. 그런데 지적당한 것이 기분 나빠 보복을 하며 오히려 당당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사진=MBC, 의정부고 졸업사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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