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안에 대응을 하는 건 그 예민한 사안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KBS는 이미지 타격을 예상해서인지 불법 촬영 연루자를 내부 직원이라고 보도한 한 매체를 재빠르게 고소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실 여부에 있어 내부 직원은 아니더라도.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이며 현재 막을 내리기로 한 <개그콘서트>에 출연 개그맨이라면 직원에 맞먹는 신분이기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야 하건만. 고소로 입을 막으려 한 모습은 한숨이 나오는 지점이다.
하루가 지난 이후 나온 <개그콘서트> 관련 방송 관계자의 발언도 썩 좋지 않다. “유종의 미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 하고. 이어 ‘불법 촬영 이슈에 대한 억측은 자제를 부탁한다’는 말은 그저 입단속하는 그 이상 이하의 말이 아니기에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해당 관계자가 말했듯 “불법 촬영 이슈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연구동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이번 이슈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말처럼. 그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KBS 관련된 복수의 관계자가 책임을 통감하기보다 ‘억측을 자제해 달라’며 입을 막으려 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무분별한 보도라고 하는 건 따지고 보면 ‘KBS 내부 직원’이었다는 지목 건과 자수했다는 이가 ‘공채 개그맨 출신 모 씨’라는 것 정도다.
보도량과 상관없이. 억측 보도라고 한 부분이, 밝혀진 팩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KBS가 강하게 부인하며 강력하게 ‘고소’를 말하긴 부적합하기에 대응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이슈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그러나 책임은 멀리하고 입단속에 전전긍긍만 한다면 대중을 이해시키긴 힘들다.
처음 제기된 ‘내부 직원설’에 파릇하기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히겠으며. 모 매체가 제기한 것처럼 ‘내부 직원’이라면 엄히 처벌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 더 바랄 게 없는 대응법이었을 텐데. 그들은 이미지를 먼저 생각해 입을 막으려 만했다.
그것도 공개홀이 아닌 폐쇄적 성격의 연구동 출입자가 외부인일 거란 생각을 하긴 힘든 상황에 나온 ‘내부 직원설’ 관련 강경 대응은 어설프기만 하다.
이는 무분별한 보도보다는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수준의 보도라고 해야 하는 게 더 맞다. 내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가 온전히 외부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것을 먼저 생각해 봤다면 부인하기만 하는 자세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해도 KBS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 건 무분별한 억측 보도보다는 충실한 수사 협조 의지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메시지 표명 정도다. 그러나 이후 대처하는 모습은 아마추어스러웠다. 대형 조직이 보일 대처가 아닌 망하기 전 소규모 자영업자 수준의 대처를 했기에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