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위한 혐오. 증오를 위한 증오. 분노를 위한 분노. 이 모두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것은 일방향성이다.
어느 하나 잘못된 요소를 그 모든 요소에 대입해 ‘무조건 싫다’는 개념으로 혐오하고, 증오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분노를 하는 게 대중. 시간이 지나면 자신조차 창피할 만한 모습을 그들은 애써 부인하며 오늘도 누군가를 ‘싫다’ 외치고 있다.
케이블TV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서 탄생한 그룹 ‘아이즈원’. 이들은 애초 그 모든 ‘싫다’의 개념을 적용받은 그룹이다.
우익으로 꼽히는 아키모토 야스시가 종합 프로듀스를 맡고 있는 AKB48 멤버 중 일부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활동 멤버로 뽑혔으니, ‘모든 게 싫다’의 개념을 적용한 대중은 그들을 통째로 혐오하고 증오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 멤버까지.
특히, 미야와키 사쿠라가 지난 2016년 일본의 전범을 미화한 콘서트에 욱일기 디자인 의상을 입고 나왔고, ‘우리는 싸우지 않아’라는 곡을 불렀다며 그녀도 우익이라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AKB48이 우익 활동에 적극적인 그룹이라며 활동이 못마땅하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일부 대중은 혐오하고 분노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시작해 댓글로 악플을 쏟아내고 있고, 활동차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모습들까지 모두 지적하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추천한 한국 멤버까지 비난하고 있는 게 일부 한국 대중의 모습이다. 또 언론까지.
<진격의 거인>의 문제는 작가 이시야마 하지메가 우익, 혐한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라는 점 때문. 나아가 영화화를 하며 강제징용의 아픔이 있는 군함도에서 촬영을 했다고 문제를 삼고 있다.
이 모든 문제가 환기 차원의 일이라면 사실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나, 지금 대중의 문제는 무조건적으로 누굴 혐오하고 비난한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AKB48 그룹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지속해서 참여하는 정치 퍼포먼스 그룹도 아니다. 일반적인 연예 걸그룹이고 어쩌다 한 번 끌려 나간 것을 가지고 전체 멤버를 문제 삼는 것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기에 자중하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미야와키 사쿠라가 해당 행사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의상을 입었던 것은 문제를 삼을 수 있지만, 반성을 요하는 수준에서 끝나도 되는 일이기에 한국 활동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무리다.
외국도 그렇지만, 일본 내에서도 역사의식이 부족한 청년과 청소년들은 많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역사조차 모르는 일본인도 없을 것 같지만 많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분도 있기에 미야와키 사쿠라를 무조건 비난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그녀는 청소년 시절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 역사의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기를 시키는 차원에서 일본이 벌여온 전쟁 역사에 대한 인식을 하라 요구하는 쪽에서 끝나는 편이 좋다.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작가가 우익 성향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 늦게 알았고, 모르는 사람도 다수다. 아니 대다수가 모르는 상황. 또 알려지기 이전에 애니메이션이 히트를 했기에 한국 젊은 세대 중 애니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다수가 호기심으로 봤을 가능성이 많다. 재미와 작품성. 그리고 작화 때문에 보는 이들도 많았기에 그것을 보고 추천하는 것을 두고 비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이 애니메이션은 굵직한 예능 대부분에서 언급됐고, 그 언급 때문에 작품을 봤던 이도 상당하기에 그 모두를 비난하는 건 사실상 불가한 일이다.
그저 <진격의 거인>을 추천했다고 활동을 하지 말라? 그런 요구를 하는 대중이 더 속이 좁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돌려놓고 보자. 한국 아이돌이 일본에서 활동을 하는데 우익 세력이 유사한 이유를 대가며 활동을 저지한다면 어떻겠는가? 그저 활동 안 하면 된다? 감정적인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이 세상에 넘친다.
아이즈원에게 지금 해야 할 건 배려다. 부족한 게 있다면 작은 지적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활동을 하지 말라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CJ ENM,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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