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의 과거 이야기가 묘하게 거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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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수근이 부쩍 과거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는 분위기를 예능에서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이야기가 대중에게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이유 또한 그의 과거 때문.

이수근은 과거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해왔다. 김병만과 어렵게 보내던 시절에는 방세 4만원을 못 내 공병 또는 폐지를 주으러 다녔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아는형님>에서 요즘 사람은 모를 만한 어린 시절 극악의 형편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대중 또한 그의 어려운 상황을 하나쯤은 안다. 그가 사고를 치고 어려운 상황에 아내까지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던 상황은 안타깝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아내의 사연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그의 사연에 딱히 안타까움을 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막아서는 그 무언가가 있어서다.

성실히 살아왔다면야 모르겠지만, 그가 실수한 사건사고는 대중에게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다. 성실과는 먼 이슈였고, 자기의 잘못으로 고생한 것이기에 안타까워해준다는 게 애매하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그가 저지른 뼈아픈 실수에 대한 통렬한 반성일 뿐이고, 그건 그의 감정일 뿐이다. 계속해서 대중이 그 사연에 동조해 아파해주기는 힘들다.


그가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고 하는 것도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지 헛갈릴 때가 많다.

김병만과 어려운 시절을 같이 보냈고 돈 4만원이 없어 방세를 못 내 폐지와 공병을 주으러 다녔다는 말은 인공향 가득한 말로 들려 대중이 공감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4만원이 없어 공병을 주을까?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도 그 돈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받긴 어려웠다.

이번 <카트쇼2>에서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유민주 셰프가 출연한 방송에서 레시피 반죽을 보고 “이 반죽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눈물 나려고 한다”며, “과거 돈암동에서 계란빵 장사를 했었는데, 매일 같이 동네 건달들이 찾아와 당시 500원짜리 계란빵을 100개씩 시켜 먹고는 돈도 내지 않고 그냥 가곤 했다”며 과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말을 공감해주기는 어렵다. 건달이 매일같이 조직적으로 와 계란빵을 먹는 일은 일단 말이 안 된다. 실제 그 말이 맞을 거라 생각하는 대중은 없을 것이다.

어느 하루 그런 날이 있을까 싶지만, 계란빵 100개를 만든다는 건 하루 매출 중 꽤 많은 양이고, 매일같이 그랬다면 장사를 아예 못할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공감하긴 어렵다.

웃자고 한 말이라면 속없이 웃어 줄 수 있겠으나, 마치 진짜 겪은 과거 에피소드인 양 과장되게 말하는 것은 마뜩지 않은 부분이다.

한두 번이야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는 부쩍 어려운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려운 형편의 개그맨 이미지로 가져가려 하는 것인지 지속해서 그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어려운 형편으로 보기 어려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그 코드로는 부적절해 보인다. 그가 하는 프로그램 숫자가 얼마이고, 그가 받는 페이가 얼마인데 어려운 형편의 개그를 하는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개그 코드는 창작이라고 해도 너무 과장되면 거북함을 준다. 그가 하는 어려운 형편의 과거 이야기는 현 상황과 괴리가 상당해 더 거북하다.

옛이야기도 적당히 써먹을 때나 효과가 있고, 적절히 구사했을 때나 웃음을 줄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상의 건달을 동원한 창조 유머라면 그 유머는 썩었다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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