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답게 웃기는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멤버가 잘 되는(혹은 잘 될) 프로그램엔 있기 마련이다. 의도치 않은 예능 상황에는 제작진도 대만족 할 수밖에 없을 터. 정형돈과 안정환의 두 ‘겁보쇼’는 여러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뭉쳐야 뜬다>는 두 번째 패키지 여행을 중국으로 떠났다. 절경인 장가계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겁을 먹어 한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멤버를 보여줄 땐 절로 포복절도할 수밖에 없게 했다.
애초 겁이 많은 정형돈이야 <무한도전>에서도 익히 보던 겁쟁이의 모습이었지만, 묵묵히 남성다운 모습을 보여줬던 안정환이 갑자기 이 프로그램에서 겁보 모습을 보여준 장면은 시청자를 폭소케 하기 충분했던 모습이다.
천문산에 올라 유리잔도를 건너야 하는 상황은 처음서부터 아득한 코스였을 테지만, 막상 마주한 투명한 잔도 위에서 낭떠러지 밑을 보는 장면은 보는 이도 아찔할 정도였기에 그들의 공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천문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대놓고 겁먹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형돈의 촐싹댐과 그와는 반대로 묵묵히 아닌 척하지만, 겁먹은 모습의 안정환은 대비돼 더 큰 웃음을 줬던 장면이다. 곧 죽어도 ‘겁먹은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것’이라 외치는 안정환은 웃음의 핵이었다.
그렇게도 겁먹은 것은 아니라며 부인을 하던 안정환은 유리잔도에서 실체를 드러냈고, 시청자는 그 장면에서 포복절도했을 것이다.
본격 유리잔도 도보가 시작되자 곧바로 절벽에 찰싹 붙어 유리가 아닌 시멘트를 걷고자 하는 집념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웃음을 안겨준 장면이다.
유명한 겁보 정형돈이야 말할 것도 없이 안정환의 뒤를 따르며 같은 모습을 보였고, 고작 3m 전진하는 데 수 분을 까먹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줬다.
일반인이라도 해도 유리에만 서 있다면 느낄 공포감을 고소 공포증이 있는 이들이 느끼지 못할 일은 없기에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김용만과 김성주는 곧잘 갔다. 하지만 말은 안 해도 김성주도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 그중 김용만이 고소 공포증이 없는 모습으로 씩씩하게 앞섰지만, 나이에서 오는 체력 감소로 또 다른 웃음을 줘 시청자는 즐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민 겁쟁이 정형돈의 리얼한 겁먹은 모습은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고, 전 국대 겁쟁이는 그저 겁먹은 게 아니라 하기 싫을 뿐이라며 돌려 겁먹은 모습을 보여 준 웃음은 대활약이라 할 만큼 좋은 활약이었다.
<뭉쳐야 뜬다>에서 김용만은 김영란법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김용만법으로 캐릭터를 잡고 있고, 사랑꾼 코스프레를 통해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 또 김성주는 자식 사랑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고, 중계꾼으로 한시도 멈추지 않는 입담을 보여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간 수없이 겁먹은 모습을 보인 국민 겁쟁이 정형돈은 여전히 그 캐릭터를 이어갈 수 있게 됐고, 새로운 국대 겁쟁이 안정환까지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며 재미를 주게 됐다.
<뭉쳐야 뜬다>는 연예인이 일반인의 패키지 여행에 함께 동참하며, 특혜가 아닌 남들이 하는 똑같은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점점 주목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4인의 호흡이 좋아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