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동상이몽’이 시작될 때부터 이 프로그램의 MC는 유재석과 김구라, 2 MC 체계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재석 단독 MC 체계인 듯 운영된 것이 사실이다. 김구라는 방송 시작과 함께 패널 석에 앉아 호흡을 맞췄을 뿐 전면에 나서 같은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사춘기를 보내는 자녀와 오춘기를 겪는 부모의 입장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며 갈등을 풀어보려는 시도가 있던 프로그램으로 작게나마 성공을 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방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연출의 태생적인 문제로 인해 매번 고운 시선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한 시선을 부각시키면 그 반대되는 입장이 악인처럼 보이는 현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았고,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거세게 받으며 왜 출연했는지 모를 허탈함을 갖게 했던 것이 프로그램의 문제였다.
개념 없는 부모로 낙인 찍히고, 개념 없는 자녀로 낙인 찍히는 현상은 수없이 많았다. 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오빠의 사연도 나름 성공했지만, 한쪽 시선만 보고 비난했던 일도 있었고, 팥쥐 언니처럼 콩쥐 동생을 괴롭히는 사연 또한 지나치게 비난이 있어 출연자가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출연자가 홍보를 위한 방송 출연의 목적도 가졌을 수 있지만, 홍보로 보일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기에 그 부분은 크게 지적할 부분은 없다. 효과 또한 미비하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MC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많지 않다. 이미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장을 보여주므로 시청자가 어느 정도 잘못을 판단할 수 있기에 역할 상 중요한 역할을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유재석은 각자의 입장을 전해주고 서로 양보해 같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진행을 하고 두 입장을 화해시키는 MC의 본분을 그는 제대로 해냈다. 김구라는 패널 석으로 빠져 패널과 함께 각자의 입장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지만, 진행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유재석이 힘들었다.
이는 전적으로 김구라의 문제라기보다 그의 역할을 정해준 제작진의 문제라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도 제 역할을 못 한 부분은 있다. 패널 석에 앉았다는 것은 패널로만 활약하라고 한 건 아닌데, 그는 패널로 활약했다. 패널석에 앉아 패널이 각자 주장하는 바를 지휘하라고 앉혀 놓았지만, 그는 그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결국, 패널인 서장훈이나 MC인 김구라나 무엇 하나 다른 면을 못 보여준 건 아쉬운 부분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동상이몽>에선 유재석만 활약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를 도와줄 패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유재석이 진행과 함께 출연 가족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기도 하다.
김구라와 패널이 중요했고,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팽팽하게 주장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역할을 못 했다는 것이다.
실제 패널 중 유재석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중간에 투입된 양세형뿐이다. 김구라는 한쪽의 입장을 전하며 호통을 쳤을 뿐 해결이란 부분에선 해준 부분이 없고, 서장훈은 대부분 이상한 주장만 하다 끝난 것이 사실. 그러나 양세형은 중간자 위치에서 무언가를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있어 유재석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아무리 균형을 잡아도 첨예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출연자의 환경과 특성이 있다. 그 상황을 균형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일이 벌어져 왔던 것이다.
유재석이 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이 있어도 혼자서만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적당히 화해할 것을 권해봤지만,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나쁘지만은 않은 시청률로 종영할 수 있던 것은 그래도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한 유재석이 있었기 때문이며, 양세형과 김구라도 어느 정도 활약을 했기에 좋게 이별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상이몽>의 시즌2는 보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유재석 단독으로 힘을 빼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