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편집 매너. 쇼미더머니5와 길. 정준하 모두 윈윈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6. 3. 20. 07:00
아직 시작하지 않은 ‘쇼미더머니5’에 벌칙 형태로 참가한 ‘무한도전’ 정준하의 래퍼 도전기는 성공적이었다. 더불어 ‘무한도전’ 팬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리쌍 길을 만났다는 것도 소회가 남달랐으며, 천사 편집은 방송될 ‘쇼미더머니5’를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간결한 편집으로 인상적이었다.
정준하의 <쇼미더머니5> 래퍼 도전기는 합격이든 탈락이든 그 결과가 중요했다기보다는 도전하는 자체가 아름다웠음을 <무한도전>은 깔끔하게 보여줬다.
정준하의 랩 실력은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으로 사실상 조금이라도 보여줬어도 될 법하지만, 그 부분은 철저히 편집해 방송될 <쇼미더머니5>에 그 재미를 넘겼다.
<무한도전>은 <쇼미더머니5>에 참가한 정준하의 연습 과정만을 보였다.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왜 참가했는지, 다른 참가자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하하도 방해되지 않기 위해 2층 스탠드에서 최대한 숨어 구경을 하고, 복도에서 대기하던 정준하는 길을 아는 체할 수 있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다.
공정성 부분에서 말이 나올 것을 미리 차단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만약 반가움에 못 이겨 아는 체하고 작은 말이라도 나눴다면, 그건 참가자나 시청자에게 큰 비판을 당할 지점이었기에 걱정됐지만, 잘 참아 보기 좋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길은 참 아끼는 캐릭터이자 미움받는 캐릭터였다. 인턴으로 시작해 정사원이 되기까지 시청자의 비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겨우 정사원이 돼 칭찬을 받았지만, 안타까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자진 하차한 것이 오래 전 일. 시간이 지나 이젠 그의 복귀를 바라는 팬은 대다수인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박적일 정도로 도덕적이고자 하는 <무한도전>은 그 녀석 노홍철과 그 전 녀석 길을 복귀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니 길 그 자신이 복귀에 대한 의지가 약하기에 복귀를 안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복귀를 권유하지 않는 프로그램 때문에라도 그는 쉽게 복귀를 못하고 있다.
사실 어느 한 면을 따진다면 <무한도전>은 강박적으로 도덕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따지면 잘못 안 한 멤버가 없을 정도고, 광희조차 바람직한 형태로 입성한 것이 아니기에 도덕적인 면을 내세우지 않아도 되지만, 현재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그들을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어쨌든 길은 <무한도전>이 아닌 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5>로 복귀를 했다.
하하의 장난으로 시작된 정준하의 래퍼 도전기이지만, 그 기회를 통해 옛 동료인 길을 만나 따스하게 부둥켜안은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그렇게 만나고 싶던 한 식구를 자신의 프로그램이 아닌 타 프로그램에서 만난 것은 참 눈물 날 일이었고, 그 눈물 나는 장면은 시청자에게도 전해졌다.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 여론은 감정 대부분에 공감하며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무한도전>의 편집은 최소한의 스포일러, 최대한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치 있을 수 있었다.
<쇼미더머니5> 측에서도 정준하의 심사를 길이 아닌 쌈디(사이먼 도미닉)에게 맡긴 것은 배려 차원이었을 것이다. 만약 보고 싶은 광경이라고 길을 심사위원으로 넣었다면 다른 래퍼에게 공정성 문제를 지적받을 수 있었으니 미리 배려한 부분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이후 있을 공정성 논란을 차단했기에 그 점도 잘한 부분이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편집 매너는 매우 바람직했다.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도전이었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편집이었고, 감동까지 끌어냈다. 게다가 길에 대한 그리움까지 자연스럽게 뽑아내 시청자의 굳은 마음을 풀 수 있었다.
모두에게 윈윈인 편집의 힘을 <무한도전>은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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