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데프콘식 힙합사랑. 이런 선배 보기 힘들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6. 2. 28. 15:54
힙합을 사랑하지만, 힙합 정신이 없는 래퍼들의 천국. 뿌리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하급 문화에만 심취한 함몰된 한국 힙합에서 제대로 된 힙합사랑 래퍼를 찾아보긴 어렵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데프콘은 자신만의 힙합 사랑 법을 보였다. 굳이 자신의 랩 실력을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아도 후배들이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그의 마이웨이는 심지가 굳어 더 보기 좋았다.
현재 최고의 랩 경연 프로그램이 된 <쇼미더머니>는 CJ E&M의 Mnet을 넘어 한국 힙합 프로그램의 자존심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 자존심은 점점 변해가는 성격에 따라 정통 힙합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심각히 눈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이 된 것도 사실이다.
경연 방식은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 경연이 정통 힙합에서도 배척되는 면을 가져왔다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면. 가벼운 욕이든 심한 욕이든 그 욕이 상황에 맞아 환호할 거리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배틀에선 의미 없는 욕만 오고 간다.
상대 비하가 가벼우면 게임으로 치부하며 넘길 수 있지만, 한국 어린 래퍼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해 항상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쇼미더머니>는 힙합 장르. 그중 랩을 대중에게 보급하는데 큰 공로를 세운 프로그램이며, 이름 없는 래퍼들을 오버그라운드에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또 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점점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된다는 점에선 선배 래퍼들에겐 눈엣가시이기도 하다.
데프콘이 염려한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건전한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점점 자극적인 면을 노출해, 대중이 힙합에 대한 안 좋은 부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의 염려.
그는 자신은 해당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만이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말했다. 후배들을 위한 오버그라운드 데뷔 무대로 남겨두고, 지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예능을 하겠다고 한 것이 그다. “(무한도전) ‘못친소’나 ‘1박2일’이 훨씬 좋다”라고 한 것은 에둘러 표현한 본심.
데프콘은 <쇼미더머니>에 대해 경쟁을 벌이는 게 힙합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는 알맹이는 뺀 껍데기로만 경쟁하는 것을 두고 한 일갈일 것이다. 그가 <힙합 더 바이브>를 그리워한 것은 힙합 본연의 리스펙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다. 그들의 경쟁은 뚜렷한 메시지는 없고 그저 상대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말들이 많다. 상대의 실력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배려하는 면은 없고, 자신이 그저 최고라는 영혼 없는 스웨그만 넘쳐난다. 그런 경쟁에선 상대를 위한 리스펙트도 없고, 더군다나 힙합에 대한 리스펙트도 없으니 그가 그리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저 경쟁이면 다라는 식으로 힙합 거장인 스눕 독 앞에서 사이퍼 미션으로 개싸움을 벌이던 그들을 보고 나갈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세대 래퍼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힙합에 대한 래퍼들의 깊이 있는 리스펙트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저 유명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것이 랩인지 힙합인지 구분 않고, 비트 위에 똥칠하는 랩을 랩이라고 주저리주저리 대는 것은 공해이기에 반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데프콘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Mr.밸런타인’으로 출연해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후배들을 알리는 데 노력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최다 노미네이트의 주인공인 ‘딥플로우’를 비롯해 ‘넉살’, ‘던밀스’를 알렸다.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하진 않았지만, 그 이상의 실력자가 있다는 것을 그는 알린 것이다.
하고자 하면 오버든 언더든 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그의 출연 의도일 것이다. 힙합의 전반적인 지식과 실제 특징을 알리고, 좀 더 대중적인 힙합이 다양하고 깊이 있게 받아들여지게 하고 싶었던 것도 의도였을 것이다.
선배로 같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푸시해 주지 않아도, 예능적으로 힙합과 래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가교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데프콘의 출연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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