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4, 시스템의 안이함과 그를 이용하는 당 떨어진 래퍼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8. 15. 16:48
‘쇼미더머니3’까지 닦아 온 길이 있어 응원을 끊임없이 해주고 싶고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이는 ‘쇼미더머니’를 보는 시청자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좀 더 당당하게 실력을 보임으로 환호케 하는 그런 ‘쇼미더머니’를 바란 것이 힙합팬들의 바람. 그러나 ‘쇼미더머니4’는 서로를 철저히 이용만 하고 있을 뿐. 실력을 보이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씁쓸함을 준다.
‘경쟁’이란 허물 좋은 핑계를 대 승리만 거두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는 참가 래퍼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에게도 전염돼 프로듀서의 비정상적인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도 하다. 버벌진트는 ‘번복진트’로 산이는 ‘산이더머니’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번복’을 해서라도 경쟁에 우위에 서고 싶고, ‘오로지 Money만’(우승)을 바라보는 프로듀서 산이에게 붙여진 이 별명은 창피하기만 한 수식어다.
이를 방관하는 시스템인 <쇼미더머니> 프로그램 또한 반성은 하되 이를 즐기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너희가 얼마나, 어떤 모습으로 노는 지 무대만 빌려줄게’라는 식의 방관은 무법지대를 만드는 데 일조한 방법.
‘대중적 인기’가 마치 엄청난 부정이고 그를 몰아주는 이들과 시스템이 부패했다고 지적한 이들은 거꾸로 제대로 실력을 보이고자 하는 아이돌을 음해하고 있다. 불신을 조장해서라도 상대를 제 실력으로 안 보이게 하려 의도는 쉽게 포착된다.
처음 실력으론 무조건 엄지를 들어 올릴 정도였던 릴보이와 베이식도 어느새 그런 부정행위에 조금은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비판을 포함한 시스템 비판보다는 경쟁자의 실수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공격적인 디스 랩을 펼쳐 실망케도 했다. 물론 전체 무대가 아닌 일부 무대의 이야기다.
<쇼미더머니4>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존재는 ‘블랙넛’이다. 그는 초반부터 오롯이 송민호만 공격했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메시지 대부분이 정상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남을 깎아내리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식이다.
이번 4강 1차 공연에서 블랙넛은 자신을 향해 ‘쟤는 왜 맨날 저래? 라는 눈빛 때문에 더 그렇게 안 좋은 무대를 보였다’는 말은 편할 때 급조해 쓰는 변명으로 보여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은 그를 질타할 때 잘못한 것으로 지적한 것이지 그냥 이유 없이 지적한 것은 아니기에 그가 무언가 굉장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블랙넛은 송민호가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존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돌려놓고 생각해 보면 그는 더욱더 시스템을 붕괴하고 래퍼뿐만 아니라 힙합씬을 불신하게 하는 존재로 서 있다. 송민호가 아이돌의 인기로 우승을 차지할 거란 막연한 불신을 보이지만, 그도 역시 힙합씬의 열렬한 지지와 ‘인기빨’로 그보다 인지도가 없는 이를 밟고 오르고 있기에 할 말이 없는 존재다.
한해와의 경쟁에서 한해는 가사를 한 번 절어 떨어졌지만, 블랙넛은 여러 번 가사를 절었어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고 있다. 모순적인 행동을 하면서 남을 비판하는 디스랩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의 프로듀서인 버벌진트와 산이도 1차 공연이 방송된 8회에서도 ‘공정성’ 차원에서 무대에 설 이를 지명했다고 했지만, ‘공정성’은 어디도 없는 지명이었다. 그저 경쟁에 유리한 이를 뽑았을 뿐.
<쇼미더머니4>의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관중이 힙합 미개인이라는 점이다. 그저 빠른 음악, 신나는 음악, 이미 지명도를 가진 래퍼에 대한 선망으로 선택권을 남발하는 면은 참가자와 프로듀서들이 비뚤어질 원인 제공을 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식의 실수와 실망스러운 무대를 보고도 그보다 잘한 이노베이터에게 패배를 안기는 관중의 수준. 그리고 그 이전 블랙넛의 상스런 무대를 보고도 그에게 표를 주던 같은 힙합씬 래퍼들과 참가자들의 수준 또한 높지 않았다.
베이식은 공격적인 랩보다 그만의 특징적인 랩이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는 래퍼이며, 릴보이도 마찬가지다. 자기 고유의 실력만으로도 상위 클래스인데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블랙넛화된 쇼미더머니4’에 물들어 행동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씁쓸할 일이다.
송민호의 우승이 실력으로 따내는 것이라면 그는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력을 아이돌이란 이유만으로 부정하고 음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만약 정당한 실력을 깎아내리려 하는 것이라면 그가 실력이 없는 래퍼인 것이다. 블랙넛은 <쇼미더머니4>를 통해서 자신의 랩 스타일이 정당하고 그게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의 랩이라고 하지만 그는 잘못된 정당화다. 올바른 가치관이 안 선 랩으로 대중적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번 <쇼미더머니4>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고자 한 이는 대부분 빨리 탈락했다. 랩이 좋고 힙합이 좋아 참가했다면 사랑하는 랩을 제대로 보이자. 당 떨어져 헛소리 하는 래퍼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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