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남자들의 투박하나 따스한 우정이 성공 요인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3. 19. 07:00
장근석이 그대로 있었다면 아주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삼시세끼’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없는 자리에 들어온 손호준은 장근석과는 다른 면을 제공해 새로움을 더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메인에 서고 막냇동생인 손호준이 그 뒤에 선 그림은 연예계에서 조금 활동했다는 장근석과는 분명 다른 그림이었다. 장근석은 오랜 친분으로 좀 더 격이 없고 친근한 면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나, 손호준은 대선배들 앞에서 무척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면은 분명 연출하는 면에서나 시청자가 보는 시각에서도 신선하게 보였을 법하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성공을 넘은 대성공은 무엇보다 메인에 선 두 친구의 우정이 빛났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 요인 중 가장 먼저 말하는 차승원의 요리실력은 사실 화제성에서는 더 빛나 보였을 수 있으나, 그 안에 자리한 속마음과 진정성이 가리키는 곳이 우정이었다면, 우리는 그곳을 바라봐주는 게 옳을 것이다.
차승원은 둘도 없는 친구인 유해진을 위한 요리에 신경을 썼다. 세상 둘도 없는 친구들이야 각기 다른 마음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말할 수 있지만, 남과 다른 면의 유해진과의 우정은, 서로를 위한 각별한 배려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반찬 중에서도 콩자반은 영양가나 맛에서도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않으나, 그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먹고 싶은 것이라면 그게 최고라고 정성을 다해서 만드는 손길에 시청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 중 한 끼조차도 온갖 정성을 들이는 차승원을 위해 식재료라도 제대로 된 것을 전하려는 유해진의 활약은, 이것이 마음을 다하는 남자의 우정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린 장면이다.
대선배라 어려운 나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동생 손호준은 ‘삼시세끼 본편’ 이서진이 말한 대로 어려워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어려워하기만 한 손호준이 점차 시간이 갈수록 제 웃음소리를 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두 친구 차승원과 유해진의 보이지 않는 우정의 울타리 속에 그가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 웃음이었기에 더 뿌듯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초대 손님이었던 정우와 추성훈이 만재도 식구들 틈새에서 하나가 돼 가는 과정도 인공향이 없어 더 큰 재미였다. 음식에는 MSG를 넣을지언정 사람 관계에는 MSG를 넣지 않는 만재도 주민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있었기에 시청자는 더 친근하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반려동물인 산체와 벌이조차도 우정의 관계로 묶인 그림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정체성의 연장이었다. 투닥거리지만 기대어 사는 그림에는 따스함이 절로 묻어났다.
추성훈과 정우. 그리고 손호준까지 할 수 있는 건 고작 불 지피는 일이지만, 그건 할 수 있는 마음 모두였다. 그걸 작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마음 하나의 크기가 컸기에 다른 것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다.
그저 평소 생활하는 모습만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족한 느림의 예능. 이 예능이 빠른 것을 보고자 했다면, 그들은 재미를 뽑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느긋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튀어나오는 자막과 BGM은 생각 이상으로 몰입하게 했고, 그 한마디에 크게 반응할 수 있던 것은 시청자도 그 느림에 보폭을 맞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기만 했던 예능 프로그램 중 유독 나영석PD의 예능이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건, 굳이 빠른 걸 보이고자 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였기 때문이다. 두 친구의 우정은 ‘어촌편’의 핵이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 능력은 진심을 전하는 배려의 수단으로 쓰여 푸근할 수 있었다.
‘마지막’이란 말이 그렇게도 섭섭하게 들렸던 건 진심을 다한 이들의 모습을 이제 떠나 보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찾은 차승원과 유해진의 빛나는 우정과 성공적으로 새 식구가 되어 가는 손호준의 모습을 본 건 시청자에게 있어서도 행운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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