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인물과 상황표현 디테일함이 폭소 요소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2. 25. 13:09
안판석 PD의 드라마는 항상 공통점이 있다. 아니 적어도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나타나는 그의 연출은 ‘어둡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디테일’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는 점.
시청자가 그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보며 가장 먼저 쏟아낸 불만은 ‘어둡다’는 점이었다. 제발 밝게 해달라는 호소는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것인데, 안판석 PD가 하는 ‘어둠’의 연출 의도는 쓸데없는 미장센을 걷어내는 것부터가 연출 의도이기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의 드라마 특징이 되어 버린 어두운 연출의 장점은 시각적 요소를 거두어 내며 인물에게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시청자들이 세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드라마 인물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지나친 시각적 배경 요소 배치는 감정을 흩어 놓기에 배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피아노에 집중하게 하고 싶다면 피아노만 보이는 최소 조명만 비추고, 나머지는 어둠으로 까는 연출을 한다.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고자 하다면 인물만 비칠 정도의 조명만 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두운 연출의 단점은 TV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준 색상과 명도를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실제 기술력과 성능이 떨어지는 TV들은 명도가 심각히 떨어져 <풍문으로 들었소> 정도의 명도라면 소리만 들릴 수 있다.
안판석 PD의 연출 의도와 시청자가 바라는 선에서 타협한다면, 현재보다 적어도 40%는 명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풍문으로 들었소>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물의 디테일한 표현과 설정. 그리고 상황 연출과 표현에서 디테일함이 타 드라마보다 무척이나 꼼꼼하다는 점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1회는 시작부터 그 디테일이 엄청났다. 가스레인지에서 불을 가열하는 모습이 보였고, 실제 국을 떠 테이블에 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장현성이 맡은 배역인 서형식의 처남은 국민적 활동복이 된 등산 의류로 모두 치장을 한 모습도 풍자거리 중 하나였다.
서형식의 처남은 임신한 서봄(고아성)이 도착할 때에 맞춰 자신이 확보한 주차구역을 깨끗이 하는 장면도 무척이나 디테일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주차금지’ 벽 페인팅도 모자라 ‘주차금지’ 표지판을 옮기고, 그도 모자라 철기둥이 끼워진 시멘트 덩어리를 옮기는 장면은 디테일해서 웃긴 장면이었다.
서형식은 딸이 장관쯤은 될 것이라는 기대로 키웠지만, 현실은 고등학생 신분에 애를 가진 신세이기에 분을 못 이겨 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유준상이 맡은 한정호 역은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을 확정한 상태에서 온갖 김칫국을 미리 맛보는 캐릭터로 그의 앞에는 얼뜨기 같은 존재인 한인상(이준)이 자리해 답답함을 키운다. 제왕적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물 앞에 싹은 분명 파릇파릇한데 얼뜨기 짓이나 하는 아들은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풍문으로 들었소>에 고등학생 여자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모습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이 사회의 현실이기에 마냥 불편하다고 거부할 수만은 없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 상황을 어떻게 풀어 갔으면 하는가? 에 대한 접근을 드라마는 시도하고 있다.
이 세상 고민 없을 것 같이 승승장구하던 유준상에게는 남모를 작은 고민이 하나 있다. 그것은 탈모에 대한 고민. 무심결에 정수리를 톡톡 내리치는 상황 설정은 신경 안 쓰면 몰라도 그 모습을 본 순간 얼마나 치밀하게 인물 설정이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 이준이 맡은 한인상은 공부는 잘할지 몰라도 성격 표현을 할 줄 몰라 떠듬떠듬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준상이 ‘육하원칙~~’이라 내뱉는 대사 또한 아들의 표현이 서투른 면을 잡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얼뜨기 같은 표현을 하는 한인상이지만, 때때로 내뱉는 솔직함의 직언은 배를 쥐게 하기도 한다. 누구 맘대로 애를 가질 수 있느냐는 어머니의 호통에, 버벅거리며 ‘네 네.. 제 맘대로요’라 말대답하는 모습은 포복절도케 한 장면이기도 하다.
1회 마지막 택시 기사에 ‘키스 해도 되느냐’ 묻는 한인상(이준)의 예의 있는 모습과 그를 허락해 주는 택시 기사. 그러나 이내 그 모습을 보는 택시 기사의 관음증도 폭소케 한 장면이다.
2회 시작을 알리는 고아성(서봄 역)의 출산 씬은 무려 25분 가량 지속됐지만,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실감 나는 출산 씬과 상황이 무척이나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혼자 찾아온 이준이 못마땅해 고아성을 혼자 보낸 장현성의 집안도 웃음을 줬지만, 유준상 집에 찾아간 고아성이 바로 출산 씬을 한 장면은 시청자의 배꼽을 앗아간 장면이다.
갑의 갑질도 찾을 수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지만, 을의 갑질도 찾을 수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의 디테일함은 절로 웃음을 폭발시킨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디테일함은 택시 기사의 대기요금 애드리브 대사에서도 웃음을 줬으며, 마냥 축하할 수 없지만, 2세를 본 주인댁에 축하를 올리는 집사의 모습에서도 나타났다. 대사 한마디, 손짓 하나에서도 찾을 수 있는 디테일함은 이 드라마의 최고 웃음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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