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1박2일’ 제재에 반발 움직임이 합당한 까닭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2. 13. 07:00
예능을 사극이나 다큐멘터리로 보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살아있는 조선시대 선비라 불릴 만큼 웃음이 있는 예능을 학문적이고 도덕적으로 바라보며 온갖 참견을 다 한다. 이런 류의 이들을 ‘꼰대’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류는 찾기도 쉽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이들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포털 댓글란을 전전하며 조금이라도 트집 잡힐 만한 것이 있으면 일을 키워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을 매일 같이 보여준다.
이런 이들은 그렇다고 그곳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민원을 아무나 넣을 수 있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찾아 직접 민원을 넣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심의해 달라고 한다. 이번 <무한도전>과 <1박 2일> 또한 ‘방심위’ 자체 조사보다는 민원이 들어온 것에 큰 고민 없이 따라가는 결정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제는 이런 무차별적 민원이 ‘방심위’가 처리해야 할 민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데서 더 큰 문제가 있다.
‘방심위’라면 어떻게 보더라도 방송 제작 시스템을 일반 시민과 시청자보다 잘 아는 입장일 텐데도, 그것을 판단하지 않고 민원이 들어왔으니 무조건 그들의 입장에 서서 해결하려는 데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기구적 특성이라면 해당 민원이 들어오면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근거해 민원인에게 먼저 설명을 하는 조직이어야 하는데, 현재 ‘방심위’는 민원 해결보다는 제재를 위한 기구가 돼 있기에 매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방심위’의 이런 수동적이고 게으른 운영은 심의기구보다는 제재기구가 될 근간을 마련해 준 것이기에, 이를 악용하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무한도전>과 <1박2일> 제작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기존 언론 매체들의 플레이 그라운드에 올라선 1인 미디어. 그들을 압살시키려는 언론은, 사실을 과장하고 진실에서 어긋난 기사들을 반복 보도해 기어코 ‘방심위’가 쓸데없는 법적 제재를 시행일도 있으니 '방심위'는 참 잘 이용되는 기구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무한도전>과 <1박 2일>로 돌아와 보자면 이번 제재 움직임에는 문제가 많다. <무한도전>에서 패러디한, 영화 <신세계>와 <올드보이>의 액션 장면은 예능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이었다.
해당 영화에서 폭력 요소가 있기에 폭력적일 것이라 미리 판단한 넌센스는 이 일이 커진 이유일 게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예능적인 패러디 그 이상 폭력적인 면을 보이지 않았으며, 예능이 할 수 있는 수준의 표현법을 보였다.
패러디 연기 중 옷이 찢어지는 상황에서 노출되는 맨살이야 예능에서 허용될 수준이었으며, 당근 똥침 장면 또한 폭력적인 면을 피하고자 했기에 그렇게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저질이니 폭력적이니 표현할 근거가 부족하다.
또 문제로 삼는 화물적재함 이동 씬은, 실제 이동을 하지 않았을 거란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극적 연출 장면을 위한 씬과 씬 연결 장면을 마치 실제라 생각해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1박 2일> 트럭 적재함 탑승 이동씬도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지만, 이 또한 PD가 나서 법적으로 문제없는 트럭이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방심위’가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당연히 제작 PD 협회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제재에 PD 연합회가 나서 반발하는 까닭은 프로그램 표현의 자유도를 해쳐 제작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서다. 또한, 일부 시청자의 적대감에서 나오는 민원 악용과 ‘방심위’의 정치적 보복으로 예상되는 경고제재조치 처분이 반복돼왔던 전력이 있기에 PD연합회가 반발하고 나선 이유일 게다. 이런 움직임은 매우 합당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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