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나비효과로 포장된 붐의 급 복귀가 언짢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 3. 07:00
KBS 금요 파일럿 예능으로 기획된 3부작 <나비효과>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구성이었다. <스펀지> 같으면서도 <닥터의 승부> 같기도 한 교양 예능. <나비효과>는 우리가 늘 봐오던 에듀테인먼트 예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 기획 당시 메인 MC로 서기로 했던 김구라와 박지윤의 조합은 김구라의 공황장애 증세로 갑자기 어그러져, 박지윤의 남편이자 KBS의 아나운서인 최동석이 메인 MC로 서게 됐다.
김구라의 공황장애 증세가 남긴 ‘나비효과’라며 프로그램 타이틀에 맞춘 그의 급 캐스팅은 나무랄 데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급 섭외한 붐의 캐스팅은 형편없는 결정이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최동석의 섭외야 김구라 공황장애가 남긴 ‘나비효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붐까지 끼워 그 효과라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김구라의 자리가 두 자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섭외가 아니었기에 붐을 끼워 넣은 것은 ‘나비효과’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이 ‘나비효과’라면, 김구라와 인연이 깊은 봉만대와 사유리의 캐스팅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는 있다. 그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호흡도 제법 잘 맞아 왔기 때문.
만약 이런 상태였다면 그 호흡을 볼 수 없기에 웃음을 채워 넣어야만 하는 필요성은 작게나마 있어 보인다. 그래서 리베로를 섭외하고자 붐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대체 인물이 된 붐은 갑작스레 끼워 넣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시청자의 반감은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이 끝난 이후 시청자의 반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런 이유는 제작진이 급했어도 하지 말아야 할 캐스팅을 했기 때문.
특히, 붐은 대중적인 반감이 있는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한 인물이었기에 급작스런 섭외는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가 저지른 사건의 경우 충분히 시청자와 대중에게 미안함을 보이고 용서를 받아야 할 성질이다.
단순히 맞대기 도박이었다면 대중들의 반감은 강하지 않았다. 그가 저지른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기에 이번 섭외에 더 언짢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붐은 그간 안 좋은 루머와 행동으로 문제가 됐던 인물이다. 자숙할 일은 누구보다 많은 그다. 데뷔 전 루머와 데뷔 후 수많은 여성들과의 문제. 연예병사로 자그마치 150여 일의 휴가를 받아 대중에게 안 좋은 시선을 줬던 그가 맞대기 도박까지 한 것이다.
단순히 맞대기 도박만으로 대중이 그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파일럿 예능 <나비효과>는 그를 ‘김구라의 나비효과’로 치장해 복귀를 도왔다. 그것도 공영방송으로 어디보다 도덕적이어야 하는 곳에서 도덕과 윤리와는 먼 그를 능력만 있다면 모든 게 용서될 것처럼 불러들였다. 14개월의 공백을 2년이라며 긴 것처럼 포장해 가며.
그뿐인가! 박지윤은 그가 저지른 사건을 농담성으로 가볍게 돌려 웃음 소재로 삼았다. 또 ‘예능계 흥행 보증 수표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흥행 부도 수표’가 됐다며 그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겉으로는 독설이라 말하지만, 그 속에는 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 있었다.
대중이 붐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평소 쌓아온 그의 이미지와 행동 때문이다. 이번 사건만으로 거부감을 보인 것이 아님에도 KBS와 그를 복귀 시키려는 이들은 그 중요한 부분을 빼고 능력만 인정해 복귀시켰다. 시청자와 대중의 용서는 아랑곳하지 않은 KBS의 불편한 용기. 그를 방송에 꽂으려 하는 이들의 불편함 파워가 더해진 결과에 대중은 더욱 언짢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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