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떠나 보내는 것, 부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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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이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떠났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떠나 보내기엔 마음속에 그가 너무 깊숙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감은 어떤 면에서도 대단했다. 가요계에선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팬을 흡수했고, 라디오에선 엄청난 카리스마로 마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활동을 한동안 하지 않았어도 그의 이미지는 항상 강렬했다.

앨범을 발표하지 않는 휴식기에도 그는 시사 프로그램 등에 나섰고, 세상 사람들이 외면하는 주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쓴소리를 곧잘 날리기도 했다. 때로는 그 방향성이 대중과 맞지 않아 생기는 마찰도 있었으나, 그것은 소통에서 일어나는 작은 마찰이었을 뿐. 접점이 계속 빗나가지는 않았다.

신해철은 솔직했고, 자기 생각을 전할 때 달변가일 정도로 막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곳에서는 너무 솔직하고 가감 없는 화법을 구사해 당황하는 이도 생겼지만, 그런 모습이 한 편으로 시원했고, 한 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그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말을 끊기보다는 이어지는 말을 할 수 있게 한 소통가였다. 그의 달변은 어느 순간 궤변이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잘못됐다 생각된 것에는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으니 굳이 피하지 않고 비평할 수 있는 자유도가 있었다.

그는 밝고 강하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다정다감한 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 가족을 이룬 시점부터는 뭔가 조금씩 세상과 타협하고 유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면이 보였고, 타인과 이야기하다가도 곧잘 경청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지만, 근래 더욱 그런 면이 많아 보였다.

2014년 방송을 통해 비친 모습은 특히 더 그런 모습이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그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입담을 뽐냈고, 후배를 위해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무엇보다 서태지 컴백에 맞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모습은 선명하게 기억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은 왠지 세상살이에 많이 치이고 깎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처럼 힘이 빠져 보여 안타까움을 줬다. 그래도 다시 활동할 것에 신이 나 하는 모습을 봤기에 기대도 했었건만, 그는 그 작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비정상회담>에서도 그는 예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과거 한껏 들떠 있어 에너지 가득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라디오스타>와 <비정상회담>에서는 연이어 힘 빠진 모습을 보여 뭔가 작은 불안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만약 그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잠시 어디가 아팠었구나? 라고 넘길 수 있던 문제였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나고 생각하니 이 두 방송에서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에 마음이 더 아파져 올 수밖에 없다.

신해철은 서태지와 김종서, 이승환과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그 어느 때보다 부푼 꿈에 취해 있었다. 그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기가 얼마 안 남은 시기, 그는 심정지 상태로 긴급 이송된 이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했다. 수술 부작용인지 모를 여러 증상이 결국 그의 생명을 앗아 갔다. 그런 그를 보내고 싶지 않고,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그의 모습이 너무나 또렷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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