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유재석의 이별노트, 잊고 있던 걸 죄스럽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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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라디오데이> 특집 마지막화에서 그려진 MBC FM4U <꿈꾸는 라디오> 일일 DJ 유재석의 재석 노트는 ‘잊는다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주며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대중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故 권리세와 고은비를 잊고 있었다. 틈틈이, 아니 그녀들의 노래가 들려올 때 문뜩 생각나기는 했지만, 또 다른 생활에 치여 사는 대중은 그녀들을 무심코 잊고 살았다.

그녀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어디에서든 들려오는 상황임에도 무신경하게 지내온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애써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너희는 꼭 잊고 살지 않겠다’던 다짐은 기억 속 한편으로 물러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유재석이 불러온 그녀들에 대한 기억은, 잊고 살아왔던 것에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런 마음은 꼭 그녀들이어서 있는 게 아닌 우리 생활 일부분에 늘 있는 일이다. 소중한 이를 떠나 보내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유재석은 우리가 늘 잊고 살아가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기억해 보라며. 아니 나는 기억하고 있다며 그녀들을 그리워해 울컥거리게 했다.

유재석은 일일 DJ로 선 MBC FM4U <꿈꾸는 라디오>에서 ‘재석 노트’를 통해 그녀들을 그리워하고, 그녀들이 생전 들려준 노래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를 틀어 그리워할 수 있게 했다.

많은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그가 한 말이라곤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짧은 기억의 소환. 그녀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하나가 그토록 슬프고, 그것을 잊고 살았던 것이 죄스러웠던 것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잊고 살아왔기 때문에 드는 서글픔 때문이었다.



우리는 잊고 싶지 않은 것을 너무 빨리 잊고 살았다. 당장 국민의 아픔이자, 국가의 아픔이었던 ‘세월호 사건’을 우리는 잊고 살고 있다. 누구는 잊혀지길 바라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놓을 수 없다.

영원히 기억하겠다던 그 아픔을 우리는 손에서 놓고, 눈을 멀리해 잊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면 애써 잡으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잊지 싶지 않기에 더욱 큰 노력이 있어야 하건만, 우리는 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유재석이 그리워하는 것에 더 아플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레이디스코드 권리세와 고은비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녀들은 대중의 마음속에 있고 싶어 할 것이다. 대중은 그녀들이 바라지 않아도 그녀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꽃잎 되어 바람에 날아가 버린 그녀들. 그 꽃처럼 고운 아이들을 대중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비록 잠깐 잊히더라도 대중은 기억을 되짚어 다시 그리워하고 기억할 것이다.

유재석의 ‘꿈꾸는라디오 재석노트’는 그만이 그려 낸 이별노트이자, 시청자와 그 너머 대중에게 다시금 그녀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한 기억노트의 한 장이었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는 그의 말처럼 우린 ‘권리세와 고은비’를 잊고 있었기에 슬펐고, ‘세월호 사건’을 잊고 있었다는 것에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은 대중이. 그리고 국민이 잊고 살지 말아야 할 기억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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