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x아이유 소격동, 논란도 무색케한 완성도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10. 3. 07:00
서태지와 아이유의 콜라보레이션 곡인 ‘소격동’이 발표되자마자 전 음원차트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 또 ‘소격동’은 그에게 과한 반감을 보였던 대중조차 노래 하나만으로 돌려 세웠다.
이번 아이유의 ‘소격동’은 서태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이라는 기념비적인 콜라보로 화제를 모았고,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완성도 높은 곡을 발표해 그를 모르는 세대까지 그를 알게 했다.
그러나 그저 사회에 불만이 많고, 생활에 불만이 많은 네티즌은 노래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그의 노래를 평가절하하기 바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실패할 것이다’를 주장하던 네티즌은, 보란 듯이 성공하자 말을 바꿔 ‘아이유에 업혀 간다’, ‘아이유가 캐리한 것이다’며 그의 노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또 무언가 꼬투리를 잡고 싶은 이들은 늘 그렇듯 비슷한 노래를 찾아 표절시비를 하고 있다. 그것이 처치스(Chvrches)의 ‘The Mother We Share’. 하지만 이 노래는 표절이 아닌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려는 네티즌의 억지 근성이 만들어 낸 시비.
서태지가 만든 아이유의 ‘소격동’은 신스팝의 특징을 가진 곡이다. 록에 일렉트릭 사운드를 도입한 곡으로 일반적인 EDM과는 약간 달리 들린다.
그래서 평범한 EDM에 귀가 열린 네티즌들은 그의 사운드가 정신이 없다며 평가절하하지만, 그렇게 달리 들리는 것이 장르적 특성이기에 표절 운운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또 전체적 리듬이 비슷하다는 것 또한 일렉사운드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무리다.
그의 음악을 평가절하 하는 한 부류의 사람들은 그저 서태지가 싫어서 그의 음악을 듣기 싫다는 분위기다. 그들은 노래를 애초 거부하는 이들이기에 어떤 음악도 좋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뭔 시빗거리가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이들의 편협함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서태지가 만족시킬 수 없기에 애초 대응은 힘들다.
음악인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음악성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그것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태지에 대해선 네티즌들이 지난 사생활 중 이미 끝난 부분을 계속 들춰내어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가 잘못한 부분은 크게 없다. 이미 성인이 된 이들이 만나, 한때지만 좋아하고 헤어진 것에 대해서 지금의 대중이 감 내라 배 내라 하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겁한 이들의 편협함은 그 어떤 논리적인 말로도 이해시킬 수 없기에 이쯤에서 접고 그의 놀라운 음악 세계를 보자.
서태지가 프로듀싱한 아이유의 ‘소격동’은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19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테마로 한, 퍼즐 형식의 콜라보레이션 곡이다.
아이유의 ‘소격동’ 버전은 몽환적 색채의 곡으로 아이유의 보컬에 서태지의 사운드가 섞이며 하나의 곡에 두 호흡이 존재한다. 아이유의 여린 소녀 음성은 격동의 시대에 내몰린 소녀의 순수함이 짓밟히기 전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강한 신스팝 사운드는 그런 소녀를 휘몰아치는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는 듯 들린다.
이어 발표될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은 어떻게 나올지 확실히 예상할 수는 없으나, 시대의 아픔에 내몰려 희생되는 학생을 그릴 듯 보인다. 아련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기 무섭게 잔혹한 시대에 내몰린 학생의 희생과 그를 그리는 소녀를 우린 ‘소격동’으로 목격하지 않을까 싶다.
‘소격동 사건’이 재조명될 수밖에 없는 것은 서태지가 그린 시대상이 바로 그 시기를 정조준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소격동은 국군보안사령부(기무사)가 있던 곳으로 그들이 주도한 학원녹화사업 사건으로 죄 없는 이들이 끌려가 고초를 치른 곳이다.
학원녹화사업으로 시위하던 대학생들은 끌려가 학생운동을 감시하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의문사한 6인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대는 지났어도 역사의 아픔이 있는 곳. 진실이 알려져야 함에도 철저히 묻힌 곳. 역사가 멈추고 진실이 묻힌 곳. 지금도 남아 있는 아픔을 그가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되기에 놀랄 수밖에 없다.
가사는 더욱 놀랍다. 아이유가 그려내는 ‘소격동’은 지나온 역사를 순차적으로 아름답게 회상한다. 그러나 불안함이 섞여 있는 가사. 언제 그 아름다움이 파괴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 불안감을 온전히 표현한 것이 바로 아이유의 목소리를 휘감는 거친 신스팝 사운드다.
그러나 이 가사를 거꾸로 돌리면 그 아름답게 들리던 역사의 줄기는 격동의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 등 및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에요 /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라는 가사는 역순으로 배열한 것이다. 이 가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 독재의 서슬 퍼런 사정의 칼날이 향한 곳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아이유의 ‘소격동’이 지금도 기억하는 내 어린 시절의 순진했던 사랑을 기억하는 버전이라면, 역순으로 표현되는 가사는 시대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그린다. 서태지가 부를 제2의 ‘소격동’ 버전이 만약 역순으로 표현된 가사로 진행된다면 이 기획은 그간 어떠한 콜라보보다 엄청난 콜라보로 남을 것이다. 설령 다른 방향이라 해도 감동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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