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H4’와 ‘짐꾼서진’ 만난 나영석.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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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이 연출자와 작가만의 호흡력이라면 이 세상에 안 될 드라마 없고, 안 될 예능프로그램 없다. 프로그램이 잘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단연 연기자를 잘 만나는 것은 기본 중에 상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캐스팅 과정은 늘 고민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캐스팅이 고민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 줄 연기자인가? 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것. 하지만 나영석이 만난 ‘꽃할배 H4’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카드. 아니 그에게 있어서는 비장의 카드였다.

KBS를 박차고 나와 그가 자리한 곳은 지상파와 비교하면 방송사 파워에서 밀리는 케이블 방송사인 CJ E&M의 tvN. 그가 옮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그의 위기설이 대두 되기도 했다. 성공할 만한 아이템을 내지 못했기에 그만큼 많은 이들이 위기설을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그는 대역전극을 썼다. 그것도 누가 생각지 않는 ‘할배들의 여행’을 콘셉트로 했다는 것은 파격이었고, 연출자인 나영석 PD조차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이 성공은 그에게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표현보다 정확해 보이는 ‘행운’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이어온 <꽃보다 할배> 전편에서 보여준 ‘할배’들의 활약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제작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 그들은 따로 캐릭터를 만들지 않아도 연예계 생활을 해오며 쌓아온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나오는 구도 제공자로서 나영석에겐 은인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보였다.

거기에 더해 ‘국민 짐꾼’이라 불리게 된 ‘이서진’이란 존재는 나영석 PD의 이름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기존 <1박 2일>에서 강호동이나 이승기가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적어도 3배 이상의 효과를 준 것이 이서진이란 존재의 힘이다.

기존 강호동이나 이승기가 자신의 이름을 먼저 알리는 위치의 스타 연기자 포지션이었다면, 이서진은 누구보다 나영석 PD와의 연적 관계를 형성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또 하나의 은인인 셈.

<꽃보다 할배>는 할배들의 여행이란 점에서 염려되는 부분이 많은 프로그램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자칫 늘어지는 여행 컨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스러울 수 있었지만, 국민짐꾼 이서진이 나타나며 여러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행운 중의 가장 큰 행운이 됐다.

이서진은 한 프로그램의 절대권력일 수 있는 나영석 PD를 무력화하는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쾌감을 주는 요소가 되어주었다. 하라면 해야 하는 연기자들의 입장이 기존 예능들에서 보였다면, 이서진은 그런 요소를 과감히 깨며 절대권력의 힘을 무력화시켜 새로운 웃음을 줬고, 그것은 <꽃보다 할배>가 여느 예능과 다른 면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꽃할배’를 섬기는 것에는 제작진도 지극 정성인 면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그 정성이 모자라게 보인다면 그건 아마도 이서진의 정성이 더욱 커 보여서일 것이다.


이서진은 ‘꽃할배 H4’인 이순재와 신구, 박근형과 백일섭을 깍듯하게 모시는 캐릭터로 유별날 정도로 그 정성이 대단하다. 제작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서진의 그 정성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특화된 서비스를 그는 제공한다.

어떻게 그들의 아들도 아닌데, 또 그들의 손자가 아님에 저렇게 정성을 다할 수 있는지. 시청자는 연신 놀랄 수밖에 없고, 그를 최고의 짐꾼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한다.

할배들은 또 어찌나 능동적인 분들인지. 그들은 조그마한 틈도 안 보인다. 이순재는 최악의 컨디션에도 아픈 것을 숨기고 남들에게 맞춰주는 배려의 모습을 보였고, 박근형은 형들을 살뜰히 챙기는 동생으로 바름의 표상이 되어주고 있다. 신구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친절한 캐릭터이며, 백일섭은 투덜거려도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따스함이 있음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연출자로 그가 할 것은 현장 지휘보다 그들이 여행에서 보인 면을 어떻게 조율해 내보내는가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될 정도로, 그는 최고의 파트너 연기자를 만나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다. ‘꽃할배’ 4인과 최상의 짐꾼 1인이 그에게는 절대적 은인. 만약 그가 <꽃보다 할배>를 런칭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의 자리는 무척이나 위험했을 것이다.

이서진은 스페인 여행 편에서 나영석 PD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룰을 지키지 않았지만, 그 룰을 깨뜨린 목적이 고생하는 할배들을 편하게 하고자 한 것이었기에 시청자는 웃으며 응원할 수 있었다. 이런 은인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나영석 PD는 진정한 행운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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