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사료를 먹고 있던 솔로들의 충격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6. 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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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만나본 ‘식사와 사료’의 차이 철학강의 워크숍 시간은, 프로그램 내 무지개회원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식사가 사료였다니!’ 라고 느끼는 순간 서글픔이 밀려오는 것은 단지 그들만이 느끼는 것이 아닌 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적인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성재는 기러기 아빠로 자신을 잘 위안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식사도 나름 홀아비 냄새가 안 나는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고, 식당도 곧잘 찾아가 혼자 맛있게 식사를 했다고 생각한 이성재. 전혀 외롭지 않은 식사 같은 식사를 자신은 지금까지 했다고 생각했지만, 철학강의를 통해 식사와 사료의 구분을 짓고 자신이 고급사료를 먹었다고 결론이 나자 큰 서글픔을 느끼는 듯했다.
이게 단순히 이성재만의 생각이 아님은 다른 멤버 모두가 느끼는 자신의 모습들이 그 대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은 충격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식사와 사료’를 논하는 철학 시간과 함께 그들이 보여준 것은 나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이지만,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을 확인하고 든 충격은 워크숍을 통해 느낀 그들 자신의 잘못됨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식사와 사료의 차이’를 강신주 철학박사는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타인과 만나서 식사할 가능성이 높다. 혼자서 식사를 못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만나서 먹는 음식도 사료일 가능성이 높다” 라는 말을 전했다. 관심의 할당을 얼마나 배분할 수 있느냐의 문제.
혼자서 음식을 음식답게 먹는 이가 많지 않고, 특히 ‘솔로들은 설거지가 귀찮아 음식을 해 먹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말은 매우 공감할 말이었다. 그래서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밥을 말고, 김치에 달걀을 투하해 숟가락만 꽂아서 끼니만 때우는 것은 식사가 아닌 사료임을 말한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 특별 난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돌아볼 때의 솔로들의 모습은 평상시 대부분의 끼니를 의무감으로 먹게 된다. 특히 가족이 없는 이들은 더욱더.
삼시 세끼를 다 먹는다는 복 받은 ‘삼식이’들도 사실은 식사보다는 사료를 먹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말은 비참함으로 다가올 말이 된다.
대화를 통해 오고 간 이야기들 속에 자신이 식사할 때 관심 있게 바라봐 주는 이가 있는가? 의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다만 데프콘과 김광규, 서인국 회원이 자신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어머니가 주던 식사 같은 식사를 말하긴 했어도, 그것이 꾸준히 이어지는 식사의 패턴이 아니었기에 더욱 구분되며 사료를 먹고 있다는 것을 뼛속 깊게 느끼게 하고 말았다.
우리가 식사를 식사답게 하고 있는가? 라는 자기 질문에 <나 혼자 산다: 워크숍 편>을 보고 그렇다고 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워크숍 철학강의 시간에서 특히나 가슴을 아프게 한 말은 어머니의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머니 식사 시간에 같이 있어 주는가?’ 라는 대화에서 어머니가 아무런 관심이 없는 상태로 단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음식을 먹게 방치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사료를 드시게 하는 것이라는 뜻의 대화는 울컥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자식이 음식 먹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지켜봐 주시는데, 자식은 누구 하나 바라봐 주지 않고 그저 자신만 먹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그들 모두가 충격이 되는 모습이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울컥했고, 자신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식사하는 가를 따지고, 결국 사료를 먹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드는 서글픔은 그 어느 것보다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혼자 음식을 먹는다 하여 그것이 모두 사료는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식사가 식사답게 여겨지게 먹는 것은 식사이다. 그러나 우리는 식사 시간에 그렇게 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귀찮음을 많이 느끼며 작게라도 불편함을 최소화하려 대충 쑤셔 넣어 공복을 해결하고 위안 삼아왔다. 사료로 말이다. 그들의 충격은 바로 우리의 충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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