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오합지졸 슈퍼 히어로가 준 웃음과 의미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6. 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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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런닝맨>에서 표현된 최강의 슈퍼 히어로의 모습은 오합지졸의 모습이었다. 슈퍼 히어로가 본연의 히어로가 되기 위해선 난세일수록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런닝맨>에서 보인 히어로의 모습은 속세의 때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띤 히어로 그 자체였다.
만약 <런닝맨>에서 보인 히어로의 모습이 인간을 보호할 수 없는 변해버린 히어로의 모습이라면, 인간은 희망 없는 세상에 더한 좌절감을 느끼고 말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인간 세상에 섞여 살면서 특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는 히어로는, 그 능력이 발현됐을 때에도 비슷한 힘을 가진 이들과의 권력 싸움을 하며 민폐 히어로로 우리 곁에서 피해만 주는 모습을 보였다.
슈퍼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것에 힘을 써야 함에, 자신의 세계에 침범한 악인과 연합을 하고, 오히려 악인이 히어로로 역전되는 현상은 <런닝맨>이 그려낸 비정한 현실 세계의 모습이었으리라. 뭐 현실도 딱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돌아보면 자신의 나라를 지키라고 뽑아놓은 이들도 무사안일하고 이기적인 생활로 국민을 한숨 나게 하는데 슈퍼 히어로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늘 꿈꿔오던 슈퍼 히어로의 세상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세계란 것을 의도했든 안 했든 <런닝맨>은 냉정하게 그려내며 허탈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의 <런닝맨> 슈퍼 히어로들은 저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내세워 특수 능력이 아닌 웃음의 능력을 갖추고 진짜 영웅을 맞이하며 웃음을 준다.
그들이 게임으로 초대한 이들은 격투기의 대가 추성훈과 김동현, 무술감독 정두홍. 또 가수 활동 중인 2PM 찬성과 택연이었다. 각자 나름의 영역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는 이들로 이미 누구에게는 영웅의 위치에 서 있는 그들이었기에, 거꾸로 작은 히어로의 의미는 그들을 가리키는 모습이었다.
결국 <런닝맨> 멤버로 구성된 오합지졸 슈퍼 히어로는 초대된 캐릭터에게 안방을 내주고, 남은 악인 캐릭터들이 자웅을 겨루어 영웅이 되는 과정은 생각지 않은 류의 반전이라 흥미롭게 했다.
오합지졸 슈퍼 히어로가 준 웃음은 히어로가 될 수 없는 어설픔에서 극대화됐다. 개리는 스파이더맨이 되어 그물을 쏘지만, 꼬인 그물망은 오히려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는 무기가 되며 큰 웃음을 주게 된다.
개리는 기린아이로, 자신의 원 캐릭터이기도 한 불운을 화살에 입혀 공격해 연관성 있는 웃음을 줬고, 유재석은 캡틴 런닝맨으로 가장 잘한다는 물총을 가지고 광수와 종국의 이름표를 빅사이즈로 만든 장면은 큰 웃음이 됐다.
캐릭터의 반전이 가장 강했던 것은 지석진이 맡은 헐크 캐릭터였다. 닥터 지로 그가 분노해 변한 인물은 격투선수 김동현. 누구도 생각 못한 인물의 등장은 멤버들 모두 놀라게 했고, 시청자까지 놀라게 한 장면으로 임팩트가 가장 컸다.
그에 못지않게 지석진도 웃음을 책임졌다. 지석진은 슈퍼 히어로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며, 올라가지 못하자 자신의 뒤통수를 냅다 가격하여 그 반동으로 튀어 올라오는 장면은 배를 쥐게 한 장면이었다.
유재석은 광수를 때때로 놀리며 웃음의 찰떡 호흡을 보여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유재석이 차에서 이광수에게 보인 신뢰의 모습에 광수가 형이라면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진심 어린 말은 진심 어려 더 웃긴 장면이 됐다.
게다가 광수는 미자막 평가 시간에 동완FD가 맡은 동퓨리에게 히어로 부적합 판정을 받고, 바로 딱밤을 먹이는 장면은 가장 큰 웃음거리였다.
이번 <런닝맨: 어벤져스 특집>에서 슈퍼 히어로가 제 역할을 못하는 비참한 세계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어서 슬퍼할 만했다.
하지만 그런 비참한 모습을 연기하는 멤버들은 예능답게 여러 웃음을 만들어 내며,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란 것을 잊지 않게 했다. 또 한가지 돋보인 것은 추성훈의 예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유재석을 선배로 생각하며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은 훈훈했으며, 같은 무도가 사람인 정두홍과 마지막 대결을 펼치며 허리를 굽혀 예를 다하는 모습은 훈훈함을 느끼게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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