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억지 박명수’의 씁쓸한 승리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6. 16. 07:10
728x90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란 바로 이런 것. 박명수가 <무한도전: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통째로 의미 없게 만들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은 다른 이의 생각을 예측해 누가 더 적중률이 높은가를 게임으로 푼 것인데, 박명수는 예측이 아닌 억지로 승리를 일궈냈다.
결과적으로는 그가 적중률 왕이 됐을지 몰라도, 그 적중률을 사기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의 승리를 두고 보는 시청자로서는 배신감이 더 드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는 시청자를 넘어 제작진이 가장 크게 배신감을 느껴야 할 상황.
예능에서도 해서 될 것이 있고, 안 될 것이 있다면, 바로 예능이라는 그 큰 틀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여기서 박명수가 예능이라는 큰 틀을 깬 것은, 정해진 룰을 승리를 위해 깨부수기를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 틀을 깬 것이라면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박명수가 한 행동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의 성격을 깨부순 것이라서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냥 웃자고 나누는 대화나 게임이 아닌, 이 프로젝트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패러디로 예능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박명수는 ‘패러디’ 요소와 ‘예능’의 요소 모두를 파괴하고 말았다.
다른 6인의 멤버는 모두 그 룰을 지키기 위해서 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예상한 타 멤버의 행동 예측을 벗어나기 위한 피 말리는 눈치싸움이 계속됐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다른 모습조차도 예상되지 않아야 한다는 상황은 여러 어려움을 동반하게 된다.
게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모두였지만, 단 한 사람 박명수는 게임의 룰 따위는 상관없이 억지로 들이미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평소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도 굼뜬 박명수는 <무한도전>의 치명적인 독으로 자리해 왔다. 그가 게임에서 이기는 경우의 대부분은 배려에서 나오는 것이며, 뒷걸음질치다가 얻어걸리는 승리 정도가 그가 얻어냈던 승리의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의 대부분 결과가 그래 왔다.
박명수는 ‘자신이 사는 모든 음식을 멤버들이 맛있게 먹는다’는 행동 예상을 일부러 만들려는 경향이었다. 8년 동안 제대로 음식을 사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물을 사고, 치킨을 사며 행동을 할 땐 멤버들이 뻔히 그가 어떤 예상지를 작성했는지 알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역시나 눈치 100단이라고 하는 멤버들은 박명수의 예상을 눈치챘고, 그에 응하지 않으려 피하는 모습은 잠깐은 웃음을 줬지만, 하하의 미션 지목지 한강과 이동 내내. 그리고 당구장까지 타 멤버에게 강요를 하는 식으로 자신의 예상에 응해달라는 듯한 구걸의 모습은 짜증을 유발한 장면이다. 오죽하면 자막으로 ‘껌 팔며 미션 성공 구걸’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와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평소 관심을 두고 바라보던 멤버들의 예상 행동 분석 적중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주는 장면이 됐다. 하하는 자신이 어떤 주문을 하면 멤버들이 보이는 심리 분석을 통한 행동을 예상했으며, 정준하는 평소 멤버들이 보이는 행동에 대해 자세하게 예상해 적중했다. 이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고, 게임이 지향하는 원 목표를 훌륭히 완수한 대목이라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방식으로 놀라움을 준 이도 있다. 행동 유도기법을 쓰는 노홍철은 미리 예상 행동을 정해주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멤버들이 행동하게 해, 왜 그가 레전드 사기캐릭터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정형돈이 ‘아내를 피신시킬 것이다’란 행동 예상은, 그의 유도기법으로 완벽히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박명수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이 사는 모든 음식을 멤버들이 맛있게 먹는다’란 예상 행동에는 자의적인 행동 유도란 룰이 존재함에도 강요를 통한 게임을 해결하려는 면은 멤버들에게도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멤버들로서는 게임을 이해 못 하고 억지로 해결하려는 것에 대응해 줘야 하는가? 라는 고민거리를 안긴 것은 박명수의 무리수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정준하의 미션 지목지인 당구장에서 음식값을 내는 것은 정준하나 제작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박명수가 음식값을 내는 것이 문제인 것은 다른 멤버가 이미 박명수의 행동 예상을 알고, 그가 사는 음식에 대해서 거부의사를 드러낸 상황이라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명확히 유재석과 여러 멤버들이 강조해, 박명수가 음식값을 내면 안 된다는 말을 했음에도 남몰래 가서 음식값을 계산하고 그것을 승리했다고 판정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성이라 허탈하게 했다.
정준하가 판정을 받는 시간 한 말 “제작진도 표정이 씁쓸하네”란 말은 곧 시청자의 표정일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은 “반전은 반전이네”라며 영혼 없는 접대용 멘트를 한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제작진도 마찬가지. 자막으로 표현된 “형! 카이저 소제네” 란 말은 칭찬보다는 반어법의 말 같아보였다. 또 그 후 박명수를 두고 표현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혼돈의 아이콘’이란 표현은 그에게는 굴욕적인 자막일 수밖에 없다.
그가 억지로 만들어 보인 승리. 자막으로 표현된 ‘집념으로 이뤄 낸 쾌거’는 쾌거에 물음표를 달아서 생각해 볼 일이다.
<무한도전>이 박명수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려는 노력은 가족을 생각하는 면 같아 가상 하지만, 그 능력 없는 예능꾼에게 계속하여 호흡기를 댄 사이 다른 꿈나무가 크지 못하는 것은 큰 피해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그 시간 신경 못쓰고 있는 하하와 정형돈을 일정 궤도에 올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 여러분의 추천(view on)은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랍니다~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