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프롤로그가 끼친 중요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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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드라마 에필로그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바로 SBS드라마였던 <샐러리맨 초한지>가 그 잔상의 드라마였다. 본 방송보다도 에필로그가 재밌다는 소리를 수시로 들을 정도로 그 내용과 장면은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그러한 데는 본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결과나 해당 신에 걸려 있는 내용들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 그 내용을 보조해 주는 도구로 에필로그는 작가와 연출가 표현의 창구였기에 시청자는 그를 보며 이해도를 높이고 때로는 더한 웃음을 챙길 수가 있었다.

에필로그가 강한 드라마가 <샐러리맨 초한지>였다면, 프롤로그가 강한 드라마는 같은 SBS의 드라마인 <신사의 품격>이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의 프롤로그는 에필로그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신품’의 프롤로그 성격은 이와는 달리 극이 시작되기 전 가볍게 힘을 빼놓는 역할로 무척이나 귀중한 시간을 제공해 준다. 이런 과정이 중요한 것은 이미 남자 주인공 4인이 다른 드라마나 영화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기에, 그 이미지를 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과제가 있었다. 그래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한 것이 프롤로그의 중요성였다.

실제 프롤로그가 제대로 탄력을 받기 전에는 이 드라마와 네 명의 남자 주인공들이 드라마에 잘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했다. 하지만 프롤로그의 성격을 이해한 시청자들은 어느새 동화가 되어 그들을 드라마에 적합한 주인공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게 되며 차츰 그렇게 모두가 적응을 해 나가게 된다.

장동건이란 스타는 워낙 오랜 시간을 TV와 멀어졌던 스타였다. 첫 시작은 TV 스타로 시작했지만, 영화계로 넘어갔던 장동건이 TV브라운관 속으로 돌아올 때는 꽤나 길고 큰 이미지의 장벽이 그를 막고 있었다. 이는 장동건뿐만 아니라 김하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이 드라마가 진행이 되면서 무리 없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게 된 것은 굳이 그런 이미지를 억지로 잊게 하기 보다는, 아예 그런 스타였다는 것을 인식 시켜줌으로써 현실과 드라마의 교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것은 프롤로그의 온전한 순기능이었다.


장동건은 TV를 벗어나 영화 <친구>로 스크린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드라마인 <마지막 승부>도 있었기에 ‘신품’의 프롤로그에서는 그 모든 것을 취급했다. ‘나 소싯적에 한 스타 소리 들은 사람이야!’ 라고 하듯 <마지막 승부>때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패러디를 하는가 하면, <친구>의 한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드라마의 본 내용과는 별개의 재미를 주었다.

스타 개인의 이미지를 삽입해 넣은 프롤로그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들이 다녔던 시절의 학창시절 향수 코드를 집어 넣은 것도 인기를 끄는 큰 역할을 해 낸다. 시청자 중 3, 40대의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이만한 표현도구가 없기 때문에 참으로 좋은 선택이 프롤로그의 삽입이었다.

이 프롤로그의 힘은 갑작스레 다가온 40대 중년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 주었다. 완충 역할로 그만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품’에는 20대 연기자들이 눈에 그렇게 띄지 않는다. 눈에 띄는 이라고 해야 ‘임메아리(윤진이)’와 ‘콜린(이종현)’ 정도가 모두고, 다른 연기자들은 중년으로 불릴 배우들이 전부다.

이보다 먼저 시청자들을 만족 시켜줬던 드라마는 온통 20대 스타 배우들 천지의 드라마들뿐이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러했던 패턴에 <신사의 품격>이 갑자기 40대의 로맨스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은 제 아무리 스타작가라고 해도 위험성이 존재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프롤로그의 힘은 그런 40대 스타들의 오랜 공백기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들과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그 나이 또래의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해 줌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더 열광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품’의 프롤로그는 그래서 값질 수밖에 없다.

현실의 중년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회상 신과도 같은 프롤로그를 통해서 옛 향수에 빠져들 수 있고, 그 보다 나이대가 어린 시청자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괴리감을 없애고 볼 수 있었다. 김종서의 <대답 없는 너>를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있는 ‘신품’의 매력.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유행이었던 시절의 향수.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노래를 들으며 열광했던 그 시절 드라마의 향수는 중년 시청자들을 녹아 들게 한다. ‘신품’의 프롤로그는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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