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아역과 성인연기자 거꾸로 된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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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오히려 포기 했던 드라마가 의외의 반응으로 완성도를 갖추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잘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반은 포기하고, 반은 기대하며 만들다 용케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하며 공을 들이는 모습이 감지된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화면과 그래픽이 초반 신경 안 쓴 것과, 시간이 갈수록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신경을 썼다면 이토록 많은 NG컷이 날 수 없는 상황도 역시 설명을 못 할 요소이다.

그만큼 의외의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시작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드라마는 허점투성이다. 원작의 내용도 일정 부분 다르고, 캐스팅도 반 포기 상태로 한 탓이었을까? 기본적으로 나이대가 맞지 않은 캐스팅은 논란을 충분히 예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남자배우 캐스팅은 나이대가 비교적 맞지만, 여자배우 캐릭터는 스타성과 인지도를 생각한 캐스팅이어서 그런지 뭔가 잘 들어 맞지 않는 아구 모양을 하고 있다. 여진구에서 김수현으로, 김유정에서 한가인으로 이미지가 옮겨 가는 것은 외적인 모습으로 봤을 때 비교적 흡사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맞추어 놓은 듯한 캐스팅은 비극을 낳고 만다. 바로 성인 연기자가 아역 연기자의 실력을 못 당해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성 연기자의 경우는 싱크로율이라 일컬어지는 말로 연결하면 비교적 잘 맞아 떨어진다.

극에서 다섯 살의 차이를 뛰어 넘는 것을 표현할 때 ‘여진구’에서 ‘김수현’으로 넘어가는 것도 자연스럽고, ‘이민호’에서 ‘정일우’로 옮겨가는 것도 비교적 아구가 맞는 모양새다.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연기력을 따진다고 해도 얼추 비슷한 모양새를 띨 수 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만큼은, 그 차이가 10세 가량 차이가 난다는 반응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상으로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원작에서도 5세 정도의 세월이 지난 후의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 차이가 10세 이상의 차이처럼 느껴지는 것은 시청자들이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는 캐스팅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단 외적인 모습만으로 싱크가 맞지 않는다고 시청자들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바로 연기부터 시작이 되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도 싱크가 맞지 않는 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들의 이유다.

거의 신드롬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해품달’. 아역들의 엄청난 활약은 시청자들이 성인연기자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딱히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라 사려 된다.

보통 이전 드라마들의 경우 아역 연기자들은 성인 연기자 씬으로 가기 위한 인물묘사 단계 정도밖에 안 되었다. 연기를 좀 못해도 봐 줄 수 있는 것은 아역이 드라마를 끌어가지 않는 비중 때문이라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역의 외적인 모습은 아예 중요치도 않았던 것이 과거의 드라마 패턴이었다. 하지만 그런 패턴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유승호와 남지현’ 때부터 조금씩 보이더니 이제는 성인연기자를 아역 연기자에 맞춰 뽑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태로 가는 듯 보여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발전하여 돌연변이 같은 세상이 왔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성인 연기자가 아역 연기자를 살펴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좀 아이러니 하면서도 뭔가 웃기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대는 돌연변이 세상이 되었다.

바로 이때는 나이나 계급장 모두 떼고 오직 실력으로만 배움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뭐 어떠랴! 재미있게만 충실히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 뿐이지! 어디 자존심이 중요하랴! 군자도 배움이 낮으면, 지식을 동냥하는 법인데.. 성인연기자들이 아역연기자들의 뛰어난 실력을 배우지 못할 것은 또 뭔가!


하지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역시나 ‘한가인’일 수밖에 없다. 다른 연기자들이야 이미 어느 정도 연기를 인정받은 축에 속한다고 하지만, 기존에 연기가 부족하다 평을 받던 ‘한가인’이 들어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김유정은 아역이면서도 어설픈 성인연기자 뺨 여러 번 왕복으로 칠 기세로 세세하고도 여린 감성으로 물 흐르듯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 어느 언론에 ‘한가인이 1초 만에 기우를 벗어버렸다’라고 표현을 했지만, 그들이 말한 1초 안에 김유정과 한가인의 세세한 연기는 하늘과 땅 차이의 모습을 보였다.

한가인이 등장해 나루에서 배를 타는 장면의 아무런 표정 변화 없는 모습과, 김유정이 떠나며 아쉬운 듯 뭔가 남겨 놓은 듯.. 머뭇거리며 갈등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상세하게 그려졌다. 똑 같은 1초의 시간에 말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시청자들이 걱정을 하지 않는 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일 게다. 그 찰나의 연기를 표현해 내는 아역의 김유정 연기는 소스라 칠 정도의 세세함이었다. 그런데 성인연기자는 뭉뚱그려 표현을 하는 모습은 왜 시청자가 그리 걱정을 하는지.. 왜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며 투정을 부릴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지 않을까 한다.

이 드라마의 경우는 아역이 미리 해 놓은 그 섬세한 연기와 감성 넘치는 연기를, 오히려 성인연기자들이 따라 해야만 하는 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은 지금 아역을 더 선호하는 초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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