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 김경호 4위 결과 잘 된 이유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1. 9. 19. 07:15
728x90
하지만 김경호의 4위 결과는, 결론적으로 평가를 했을 때 매우 잘 된 결과라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도대체 뭔 근거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김경호가 등장하면서 받은 순위 4위는 모든 상황을 봤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생각하는 계기였다.
김경호의 등장은 같은 동료 가수들에게조차도 놀라운 일이었다. 임재범 보다야 그 충격이 덜 하겠지만, 그들을 놀라게 할 요소들은 매우 많았다. 90년대 락을 마무리 하는 전성기를 그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현장 무대 경험으로 봤을 때 800회가 넘는 공연무대를 갖은 것은 충분히 견지해야 하는 검증된 실력이었기 때문이라도 등장만으로 심적인 조바심이 날 일이었다.
무대 공연 경험에 있어서 둘 째 가라면 서운할 정도의 인순이도 김경호의 풍부한 경험은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왜일까? 그것은 누구보다도 같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많이 불러봤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대에만 같이 선 것이 아니라 조인트 무대를 통해 마이크를 맞대고 불러본 가수로서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현재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 중에도 인순이 뿐만 아니라 자우림, 바비킴, 조관우, 장혜진. 그 모두가 같은 시기에 수없이 같은 무대를 서 본 장본인들로서 실력을 평가할 때 있어서 김경호를 노래 못하는 가수로 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부담스럽고도.. 동시에 반가운 얼굴이 그였을 것이다.
필자는 1994년 그의 1집 <마지막 기도>를 친구에게 소개받아 듣고 그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음반 발표는 1995년 1월이었지만, 이 음반이 그 이전 나왔던 것은 그를 좋아하는 이라면 알 일이다. 여자일까? 남자가 이런 옅고 칼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는 남자였고 폭발적인 샤우팅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그가 등장한 <나는 가수다>는 그야말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2년간은 쉬었지만, 꾸준히 활동을 한 가수 김경호였고, 추억의 소리를 듣는 순간 말 못할 그리움의 목메임은 어찌 숨길 수가 없었다.
추억의 샤우팅 창법 명품 가수지만.. 그보다 이전 샤우팅을 한 가수를 굳이 뽑자면 그룹 '백두산'의 유현상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경호와는 명확히 다른 헤비메탈을 하지만, 비슷한 창법을 가진 그룹을 뽑는다면 그 정도일 것이다. 외국 가수 중에 김경호와 가장 닮은 그룹을 찾는다면 단연 '스트라이퍼(stryper)'를 대표로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부른 'To Hell With The Devil'은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헛갈린다.
그 추억의 가수 김경호가 <나는 가수다>에 등장해 부른 1차 경연 곡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였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평이한 노래를 불러 애초에 생각했던 상위 순위와는 달리 중위권 순위인 4위를 받아 다소 놀라움을 줬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게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 보게 된다.
위화감 상쇄
첫 등장한 가수가 1위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임재범처럼 단기간 하고 빠질 수 없다면 첫 1위는 그리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첫 1위를 하면 일단 그 실력에 대한 잣대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실수도 허용치 않고, 편곡의 파격적인 시도도 게을리 한다면 여지없이 순위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김경호는 이번 등장에서 아주 가볍게 불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짓누르는 긴장감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부른 <모두 다 사랑하리>는 그가 낼 수 있는 소리에서 아주 기본적인 발성정도였다고 봐야 한다.
영리한 배분
만약 그가 이 정도로 가볍게 부르고 1위를 했다면 시청자나 그를 넘어서 대중들은 만족치 못하고 무척이나 가혹하게 그를 몰아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첫 경연에서 4위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로서는 전혀 부담이 없게 되었다. 다음에 어떤 노래를 불러도 지금보다 잘 부르면 일단 무조건 점수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굳이 처음부터 미치도록 성대를 폭발시켜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처음서부터 무조건 내 질렀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힘든 레이스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나가수'는 <나는 성대가수다>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무조건 내 지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미치도록 내 지를 것 같은 김경호가 전혀 내지르지 않아 버렸다는 것은 오히려 충격이었을 것이다.
샤우팅 못한다?
천만에 말씀이다. 전성기처럼 칼 같은 샤우팅을 100% 재연해 내지 못하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분명 있다. 이번 무대로 보여졌지만 베이스음이 강화가 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고, 그가 무대에서 애써서 꾹 참았지만 여전히 80% 정도 재연을 할 수 있는 샤우팅이 남아있다.
자문위원들의 평가도 제 각각
사실 음악만큼 개인적인 호불호가 제 각각 나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문위원들의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평가를 봤을 때 수긍이 되는 것과 수긍이 되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번 자문위원들이 말한 것에서 비교적 공감이 가는 비평은 3:1로 나뉘어졌다. 3은 '장기호 교수, 남태정PD, 안혜란PD'였고 김경호에게 좋은 평을 했다. 1은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로서 김경호에 대해서 실망한 눈치의 평을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필자의 소견을 밝히자면 비교적 제대로 평가한 자문위원 쪽은 3인 쪽이었다. 장기호 교수는 김경호의 노래를 듣고 '전보다 노련해진 목소리와 창법'을 구사한다 평가를 했고, 남태정PD는 '원곡을 그대로 살린 점이 좋다'라고 했다. 안혜란PD는 '김경호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인 고음, 샤우팅, 온몸을 흔드는 바이브레이션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좋은 평을 내 놓은 점에 공감을 한다.
그렇다면 왜 공감을 할 수밖에 없을까? 느끼고 못 느낀 것의 차이라고 하고 싶다. 아마 이 3인은 분명 김경호가 제 실력이 들어 있는 샤우팅을 참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평이해 보이지만 원곡의 노래를 살리기 위해 감정을 누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훈의 경우는 자신이 기대한 것 이하의 샤우팅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못 보여준 것에 대해서 실망을 한 느낌이었다. 뭔가 김경호 하면 시원스레 내 질러줄 것 같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함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보였다. 그가 말한 김경호만의 샤우팅 창법이 '개성이 될 것이냐, 한계가 될 것이냐'의 말을 생각했을 때, 김경호는 오히려 4위 결과가 한계를 개성으로 표현해 내기 위한 포석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장기호 교수가 말 한 것 중에 중요한 것이 있다. '전보다 훨씬 숙성된 목소리와 창법'이라고 했던 부분 말이다. 이 부분은 옛 김경호의 노래를 들어본 이라면 분명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진성 부분을 뛰어 넘어 흉성과 두성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줄이고 진성을 챙기는 모습. 그리고 그 부분이 없던 부분이 생긴 것은 분명 수확이었다.
예전이라고 했다면 분명 전조에서 김경호는 폭발하는 샤우팅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노래는 굳이 첫 경연 곡이었고, 편곡을 요하지 않는 노래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낭비되는 샤우팅은 잘 참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잘 참았고, 없었던 부분을 보여준 김경호 창법을 장기호 교수는 칭찬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4위가 잘 된 이유?
시동만 걸었을 뿐 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바로 김경호는 숨고르기만 했을 뿐 진짜 자신의 노래를 다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제대로 샤우팅을 하고, 자신의 노래를 뿜어낸다면 그때 비로서 포텐은 터질 것이다. 지금 4위는 장기간 레이스를 위한 정비일 뿐.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 받는 1위가 그를 돋보이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애써서 김경호만의 샤우팅을 숨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뚜렷한만큼 타인의 노래도 자신의 음악 색깔로 바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경주마가 단거리를 죽자고 달려 단 한 번 1위하고 끝난다고 잘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 여러분들의 추천 한 표는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