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말 많아도 따끔하고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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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이와 국경을 허무는 무서운 표현의 수단인 것을 다시 한 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밤이 대폭 개편이 되어 대명사로 쓰이던 '일밤'조차도 '우리들의 일밤'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바꾸고 전열을 다듬었다. 그런데 그 말 많던 새 일밤은 기대치를 어느 이상으로 끌어올려 놓았다는 것을 첫 회가 끝난 이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왜 그렇게 감동을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진심어린 그들의 파고드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나는 가수다>는 일밤 1부로 편성이 되어 노래하는 예능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며 실험적인 도전을 하게 된다. 여태껏 예능이라고 한다면 대다수 프로그램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억지웃음을 만들어 내는데 있었지만, 이번 <나는 가수다>는 그럴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는데 그 발전성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애초에 <나는 가수다>는 실력이 있는 기존 가수들을 데려다 뭔 평가를 하느냐! 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일부 시선들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하듯 나온 것은 바로 당사자들인 진짜 실력을 가진 가수들이 그런 불신을 깨면서 나왔다는 것이다.

항상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시선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기존 예능을 버리고 그것도 실력이 있는 가수들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욕을 먹을 요소들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가볍게 웃고 싶은 주말에 왜 비슷한 경쟁 방식의 프로그램들을 같은 방송사에서 많이 봐야만 하는가에 대한 거부감도 가진 이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비난들 속에서 일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정면 돌파라는 수로 실력 행세를 하고 만다. 뭐 사실 지금까지 독불장군 식으로 방송을 만든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조금은 달리 생각되는 것은 사회적 유행이라고 해도 꼭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기획을 했다는 것에 칭찬을 해 주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섣부른 대중들의 선 판단이었을 수도 있고, 또한 같은 가수들로 부터도 버릇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줄 수 있었지만, 무대가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그런 고정된 편견은 깨야 할 것이었고, 그들은 용감하게도 전면으로 나오며 실력을 보이게 된다.

누구도 첫 회에 등장한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인지도를 따져도 그들을 한꺼번에 엮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진짜 실력파라고 서슴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7명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무대에 자그마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무더기로 7명이나 나온 것은 행운일 것이다. '이소라', '윤도현', '김건모', '박정현', '백지영', '정엽', '김범수' 이들은 실력이라면 절대 어디서도 빠지지 않을 거목들이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지 무대 하나를 보고 왔다기 보다는 이 무대를 통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가수가 무대에 서지 못하는 현실만큼 아픈 일이 또 어딨을까! 그래서 가수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제 2의 일로 자신을 부각시키고, 팀을 부각시키고 힘들게 노래들을 하게 된다. 그래도 예능 끼가 조금 있으면 TV를 통해서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 중 그런 것에 적극적인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해도 잠시 일 뿐.

그렇게 그들은 무대에 섰고, 그들이 선 무대는 단 한 곡을 위한 무대였지만 감동 그 이상의 절절함을 보여줬다. 대충 그들의 데뷔 년도를 생각해봐도 1, 20년도는 기본인 아티스트들이다.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시원찮을 그들이 한 군데에서 뻔히 실력이 가늠이 될 정도의 중압감이 있는 무대를 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섰다. 왜? 가요 시장이 말 할 수 없는 현실로 변했기 때문이다.

진정 노래하는 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진짜 가수라고 할 만한 가수들이 이 무대를 통해서 보여주는 진정성 담긴 노래들은 시청자를 울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된다. 첫 회에서도 '이소라'가 오프닝 무대를 선 보였고, 그 한 곡의 노래로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얼마나 그녀의 한 곡에 묻어난 마음이 깊었는가를 알게 된다. 그 뿐만 이랴! 다른 일곱 명의 가수들 모두가 단 한곡이라고 하지만 혼을 다 쏟아내는 몰입을 보여줬다.

한 무대에 서서 수 곡을 부를 수 있는 기교들을 가진 그들이, 한 곡을 하고서 힘이 풀릴 정도였다면 그 한 곡에 들어간 에너지의 무게감을 알 것이다. 다른 감동은 필요도 없고, 가창력을 따질 만한 근거도 없이 그냥 즐기면 되는 시간이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깔끔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비록 노래를 제대로 반도 듣지 못하는 편집력은 고쳐야 할 부분으로 남지만, 그래도 그들이 보여준 기획력에는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다. 김범수의 말이 기억이 난다. '가수란? 노래로 말을 하는 사람' 이라는 부분이 말이다. 이 말과 비교해서 현 아이돌 문화와 비교한다면 그들에게서 가수라고 불릴 만한 사람 몇이나 있나?를 생각하게 된다. 대다수가 댄서로 보일 뿐~ 가수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것, 진정 노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응원을 아끼고 싶지 않다. 소름 끼치는 그들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다. 형편없는 가수들 각성 좀 하라는 의미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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