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불쌍하기까지 했던 정주리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12. 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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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에 정주리가 울었다? 아니다 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는 것보다 더 아파 보였던 것이 바로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비호감 캐릭터 보다는 오히려 호감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개그우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녀에게도 인기에서 오는 서러움은 있다는 것을 <강심장>에서 대놓고 보여주는 방송이 이번 방송은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정주리의 아픔 보다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강심장>의 이번 기획 코너는 저질 방송이었다고 평가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정도의 충격이었다. 아무런 연관성 없는 스토리를 연결해서 뭔가 강한 임팩트의 고통을 주어 웃기려는 질 낮은 퍼포먼스였다고 평가를 하고 싶을 정도로 극도의 분노로 차오르게 만들었다.
왜? 이런 말을 할까? 정주리는 내용과는 별개의 고통을 얻어야 했다. 일명 강심장의 인기 코너라고 자평하는 '특기가요'에서는 몇 주째 지구를 지키는 용사로 슈퍼주니어의 '이특, 신동, 은혁'이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코너의 대상은 도대체 누구에게 타겟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구를 지키는 용사를 좋아할 나이라면 당연히 어린 아이의 시선일 진데 어떻게 11시 예능에서 타겟팅을 어린 아이로 잡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함이 있다. 거기에 악당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정주리다. 악당 캐릭터니 당연히 당하는 것이 이 캐릭터인 정주리다.
코믹스러운 그녀의 얼굴은 사실 큰 임팩트를 주지 않아도 잔잔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어떻게 가면 갈수록 그녀에게 더 큰 무게의 짐을 지워주는지 참 보는 사람으로서 화가 날 지경이다.
정주리가 강심장에서 맡은 역할은 다른 사람들의 웃기지 않는 리액션 보다 값지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사람 리액션의 세 배 쯤은 될 성 싶다. 그런데 그런 보배 캐릭터에게 악당 캐릭터를 덧 씌워 괴롭히는 행동은 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웃기니 더 웃겨 달라? 하는 식이다. 다른 이들의 웃음과는 달리 대부분 정주리에게는 몸으로 웃기는 것을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으로 웃길 줄 아는 타고난 코미디언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몸으로 웃길 줄 아는 코미디언에게 너무 큰 아픔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 문제라고 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본다면 그녀에게는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에 다른 사람은 신이 나서 웃고 대단하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또 다시 그녀에게 그런 웃음을 강요하는 듯 보인 것이 이번 강심장이다.
이번 <강심장>에서 떨어지는 물의 세기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남자도 아닌 여성 출연자에게 맞게 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나의 딸이, 나의 동생이 이런 곳에 나가서 저 같은 아픔을 받는다면 어떤 마음을 시청자는 가질까?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웃음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퍼포먼스를 해야만 했을까? 이것도 따라하기일 수도 있다. 무엇과 비교를 하면 항상 뒤따르는 말들이 있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한다면, 이번 강심장에서 보여준 정주리를 향한 '낙수폭력'은 남자가 받은 몰/래카메라의 결과물과도 같았다. 당시 그런 웃음이 컸다고 해서 비슷한 웃음을 줄 수 있을까? 해서 기획을 했다면 그처럼 무식해 보이는 일도 없을 듯하다.
정주리가 받은 낙수 퍼포먼스는 사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몰/래카메라로 당한 컨셉이었다. 당시 박명수의 이런 낙수 세례는 자신이 당당히 어떠한 벌칙도 당해낼 수 있다는 내기성이었기에 그 스케일은 자신이 결정한 것과도 같았다. 자질구레한 벌칙을 받기보다는 몰/래카메라에 안 당한다고 자신했던 그였기에 어느 정도 큰 벌칙은 예상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그래서 박명수의 낙수 벌칙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뻔 한 벌칙이었음에도 폭력성이라는 지적이 따랐던 사례가 있다.
그런데 어떤가? 정주리는 그보다도 훨씬 낙수를 받은 이유가 아무런 연관성 없는 악당 캐릭터가 당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 아동도 안 웃을 스토리를 그나마 웃긴 것은 정주리이니 대단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정주리가 아무리 미모가 아닌 얼굴로 웃기는 직업을 가진 코미디언, 개그우먼이라고 할지라도 시켜야 할 것이 있고, 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
시청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이런 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원성이 없다면 이런 나쁜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것이 방송사이기도 하다. 옴부즈맨 제도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방송사에서 방송의 발전을 위한 수렴이 있으려면 좀 더 많은 곳을 찾아보고 반성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강심장 12월 21일 방송에서 보여준 악당 캐릭터인 정주리에게 내렸던 물의 어마어마한 양의 충격은 그 양 만큼이나 큰 폭력이었음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고 있지 않아도 정말 아파보인 정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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