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No라고 할 줄 아는 자세에 공감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11. 1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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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MBC뉴스데스크가 파격적으로 바뀌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이 방송은 최일구 아나운서가 5년 만에 복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직후 MBC 후배 아나운서인 오상진 아나운서가 변한 뉴스데스크에 대한 비판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오상진은 40년 전통을 깨고 1시간 앞당겨진 주말 '뉴스데스크'를 시청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분은 앞당겨진 주말 '뉴스데스크' 어떠셨는지?"라고 물으며, "시의성 떨어지는 TV뉴스가 갈 길은 다양한 화면과 공손한 전달 톤이라고 보는데, 앵커의 이미지나 진행이 마초적이어서 좀 별로라 느꼈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게시하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결국 오상진 아나운서는 많은 이들에게 욕을 먹게 되며 사과를 하는 단계까지 간다.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하고 난 이후 많은 이들은 오상진의 이러한 의견에 '경솔한 발언이었다. 생각이 짧았다', '자신의 선배를 직접적으로 겨냥해서 말하기에 적절치 못했다', '트위터는 본인만의 공간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등 많은 비난 글이 그를 향했다.
많은 안 좋은 시선들의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오상진은 "제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불쾌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으니 누구나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라서 비판하지 말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이런 논란들이 일자 아나운서 국장인 최재혁과 선배 아나운서인 신경민 아나운서가 자신들의 뜻을 밝히며 나름대로의 공식적인 입장과 사적인 입장들로 오상진을 대변하고 나선다. 아나운서 국장인 최재혁은 공적인 입장에서 그의 입장을 전했다. "오상진이 올린 글은 개인적인 느낌임에도 '뉴스데스크'를 위해 노력하고 애쓴 모든 사람을 평가 내리는 것으로 비춰져 본인 스스로도 신중하지 못했던 것에 반성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 대한 공적인 의미와 사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공인은 조금 다른 기준에서 트위터를 써야 하지 않나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입장의 말을 해 준 것은 신경민 아나운서였다. 그는 "신경민입니다. 데스크 비판 멘션으로 고생했나요. MBC의 강점 하나는 기탄없는 비판입니다. 부국장, 보도국이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고 앵커 혼자 뉴스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판 위에 발전 있죠. 모두가 귀기울일 땝니다. 너무 기죽을 필요 없어요.."라고 후배를 위해 코멘트를 하게 된다.
두 입장에서 모두 그를 대변하는 말 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계속해서 반향이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되며 그를 안 좋게 보는 여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본 필자는 오상진 아나운서의 말에 백배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 MBC뉴스데스크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한 모습이었다. 시간이 단지 1시간 앞당겨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진행 방식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수준은 조금 심하게 말해서 예능인지 뉴스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뉴스의 진행 방식도 변할 수 있기에 본 필자의 경우는 모두 좋은 쪽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든 생각도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방식이 파격적으로 변하면서 기존의 뉴스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던 형식을 모두 파괴한다는 것은 뭔가 분명히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논란이 번진 것은 후배 아나운서가 비판을 했기 때문에 뭔가 발칙한 후배 정도로 생각하며 한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며 욕을 먹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 보다는 뉴스데스크의 변화가 과연 제대로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잡담거리에 포커스가 맞춰져 버린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오상진의 입장이 아닌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 보자면 오상진의 말이 맞는 부분이 분명 많았다. 최일구 아나운서의 변화는 뭔가 예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 최일구 아나운서는 뭔가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약간 비틀린 핵심을 파고드는 자유로움의 이야기들을 뉴스 끝머리에 배치해 이야기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최일구 어록이라는 말로 당시에 스타 아나운서가 됐다.
그런데 뉴스프로그램이 고정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못 얻었다고 생각하는 MBC에서는 과감히 최일구 아나운서를 다시 스타 아나운서로 모시게 된다. 그러면서 더욱 철저하게 아나테인먼트 이미지를 집어넣으려 최일구 아나운서를 예능에 가깝게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다.
실제 지난 6일과 7일 방송에서 최일구 아나운서의 진행은 <6시 내 고향> 정도의 진행을 보여줬다. 자유로움은 좋다고 하지만 엄연히 시간상 보도프로그램의 정해진 틀이 있었음에도 정적이었던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이 너무도 유하게 변했다.
현장에 데스크의 아나운서가 직접 나가서 만나보는 느낌들은 좋았지만 그를 좋게 못 보는 시선들까지도 존중을 해 줘야 한다. 그것은 비단 오상진 아나운서 한 명에게 맞춰질 포커스가 아니었다. 오상진을 넘어서 시청자들 중에 가볍지 않고 신뢰가 있어 보이는 정통 뉴스 프로그램을 보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게 뭐지? 라는 의문을 줄 수 있었던 뉴스의 모습이었다.
마초적인 진행이란 말을 가지고 후배가 할 말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오상진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당시 현원섭 기자는 국회에서 이지선 기자는 검찰 앞에서 이원 연결이 되어 말을 하던 중 이지선 기자의 실수가 있자 단칼에 잘라버리고 국회 쪽으로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위기 대처는 베테랑의 방식이라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뭔가 모를 씁쓸함을 느껴야만 했다. 이지선 기자의 실수가 단칼에 베어진 것에 오죽하면 응원하는 일이 일어난 것은 너무 냉정한 최일구 아나운서의 모습 때문이었을 수 있다.
최일구 아나운서의 진행은 확실히 자신이 스타 아나운서가 되어야 한다는 느낌을 줬다. 예전에는 어록이라고 표현이 될 한 마디 한 마디들이 이제는 계산이 된 멘트들처럼 느껴진 것은 비판을 받고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억지로 '안개정국'이라는 부분으로 이슈를 만들어 볼까 해서 안개 낀 전국을 '안개전국'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웃기기도 했지만 충분히 예상이 될 뻔한 웃음거리였다.
그렇지 않을 수는 있으나 시청자로서 느껴진 최일구 아나운서의 진행 방식은 마초적인 냄새가 나는 부분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것을 단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오상진 아나운서가 말 한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오히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라고 찬양질만 한다면 그처럼 속물같아 보이는 행동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말을 못하는 것을 과감히 대신해서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용기. 대세에 따라서 Yes만 해 나가는 시대에 과감히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다. 신경민 아나운서가 후배를 위해서 말 한 부분 중에 '비판 위에 발전이 있다'라는 말은 바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곳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말도 막는 여론은 분명 잘못되어 보인다. 그래서 난 오상진에 말에 더 공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신선했지만, 그 신선함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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