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그들의 아픔과 약속에 눈물나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9. 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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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무한도전(이하 무도) 당신들 참으로 나쁜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당신들이 나쁜 이유는 이제 하나다. 시청자의 감성을 떡고물 주무르듯 맘대로 주물러 놓아서 방송이 끝나고 난 이후 이리저리 너부러진 감성을 붙잡아 휴지조각으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도 당신들은 참으로 밉고 아프다.
그간 1년을 준비해 오면서 힘들게 준비해 놓은 방송이 막상 가장 중요한 시합 장면을 남겨두고 이해하기 힘든 구설수에 휘말리고 막상 그 일이 지나간 후에는 너무나 평온하게 꼬리 내리고 있는 모습은 지금에 와서 화가 날 지경이다. 어떤 방송을 좋아해서 두둔을 하는 것 보다는, 막상 중요한 날에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스포츠인들에게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감정은 아닌가 한다.
모든 것이 아픔이었던 무한도전 WM7은 끝까지 아픔을 부여잡고 있었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답답한 속내를 풀지 못하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블로그를 만들어 속내 깊숙한 부분의 일부분을 드러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 것이 영 기분이 찝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상처뿐인 영광' 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방송이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다. 스스로 재미로만 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한 장면을 나누고 싶고, 아이들에게 꿈과 추억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어릴 적 레슬링의 기억을 더듬어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프로레슬링과의 접목을 통해서 보여준 이번 방송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그런데 그런 완벽했던 방송에 재를 뿌린 세력이 너무 얄밉다.
WM7 특집을 보고 시청자들은 먹먹한 가슴과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진정 자신을 내바쳐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약속의 중요성과 그리고 프로그램 촬영에 임하는 진정성의 면에서 그들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함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능인이 스포츠인의 감동을 주었다면 말 다 한 것이 아닌가!
아픔이 극한에 이르러 공포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즐기는 것이 아니게 된다. 그들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고 어찌 보면 자신들과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들의 몸을 바쳤다. 뇌진탕과 장트러블,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결코 멈추지 않는 모습은 다소 무리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그들의 프로정신을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스포츠의 기술 하나를 더 잘한다고 무도 출연자들이 프로레슬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연예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연예인답고, 가장 연예인을 벗어난 도전을 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이 들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정준하와 정형돈이 이번 주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준하와 정형돈은 각자 엄청난 고통을 가지고 방송에 임했다. 대회를 시작하기 1시간 전에 급박하게 병원을 가야했던 정준하는 병원에 발길을 한 이후 단 몇 초도 못 버티고 계속해서 대회와 방송을 걱정했다. 기어코 링거와 진통제를 투약하면서도 아픔은 가시지를 않았지만 끝끝내 정준하는 참기 힘든 아픔조차도 이겨내고 일어나 대회장을 찾았다.
그러나 정준하가 시청자를 울린 것은 바로 '자이언트 스윙'이라는 기술을 쓸 때였다. 정형돈과의 매치 중에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빙빙 돌려서 던지는 기술이었는데.. 아픔이 가시지를 않고 그대로인 상황에서 정형돈을 들어 올리는데 그 아픔이 너무나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픔이 왜 더 크게 아팠나 느껴졌냐?를 생각한다면 상황들이 너무나 급박했고, 그 일을 모르는 관중들은 그런 정준하를 향해서 야유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이야 당연히 정준하의 아픔을 몰랐기에 야유를 보내고, 아쉬워했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관객의 아쉬움이 20% 이었다면, 정준하의 아쉬움은 100% 를 꽉 채워도 모자를 정도였으리라 생각이 든다. 몸이 절대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술을 쓴다는 것은 힘들다. 연습 때에 항상 하던 기술을 못 쓸 정도로 큰 고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도 대조적으로 아쉬워하는 관중들을 본다면 정준하는 피눈물이 났을 것은 분명하다.
정준하의 아픔을 다 주체하지도 못했는데, 정형돈의 뇌진탕 증세를 본 시청자는 그저 넋 놓고 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도 아프고, 극도의 공포감에 몸은 굳어서 있고, 결국에는 긴장감에 구토를 한 장면은 아픔 그 자체였다. 방송을 보면서 연신 '아휴~ 아휴~'하면서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는 가슴 또한 너무도 아팠다. 이전에 정형돈은 레이싱 장면에서 긴장하니 몸이 굳는 증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태호PD는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것은 이미 오랜 방송으로 증명이 되었다. 그러니 이번 편으로 다시 한 번 완전한 존재이유가 되어버렸다. 그가 보여준 자막과 구성력, 연출력 등은 더 이상 완벽을 요구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멤버들의 소중한 순간과 아픔의 순간들을 정확히 표현해 주는 것은 연출가의 능력인데 그 능력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준하와 정형돈의 아픔을 빠짐없이 보여주며 감동을 주고, 눈물나게 한 PD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무한도전 그 모든 것이 전설이다" 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방송을 보여줬다. 정준하와 정형돈.. 그 두 명의 형제들이 보여준 무대 밖의 고통과 프로정신이 시청자를 감동하게 만들고 눈물 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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