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기상천외한 KBS파업 지지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7. 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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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하 무도)의 표현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계기가 이번 주 반복이 되었다. 이제 표현법과 아이디어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섞어주는 센스를 너무 많이 보다보니 무뎌지기도 하는데 다시 한 번 그런 표현을 느끼게 해 준 것에 큰 웃음과 번뜩이는 재치에 놀라버렸다.
"2010년 7월 1일.. 예능... 여기에 잠들다" 이 말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은 바로 KBS의 총파업이 7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이 선언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에 놀랐을까? 그것은 바로 통이 크다 못해 존경스럽기 까지 한 배포 때문일 것이다. <무한도전>은 경쟁사의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을 포함해 전반적인 예능과, 결정적으로 파업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센스 있는 자막과 표현을 내 보내어 놀라게 해 주었다. 신경 안 쓰고 보면 안보일 정도로 작고 세밀하게 들어갔기에 대충 넘겼는데, 다시 한 번 본 방송에서 그 놀라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크릿 바캉스' 라는 제목도 너무 잘 따다 붙였다는 것을 느낀 것은 그들이 보여준 내용들 때문이라도 맨 마지막에 생각했을 때 모든 것이 적절히 안배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휴가가 아닌 뭔가 숨겨진 휴가라고 생각한다면 딱 들어맞아 보이는 제목일 것이다.
너무 확대해석을 한다고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떻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든 아니든 그 생각이 옳으면 놀라고 웃으며 지나면 되는 것이고, 틀렸다면 아 이렇게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며 넘길 수도 있으니 생각한대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번 '시크릿 바캉스' 기획은 그 동안 고생한 멤버들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휴가를 주는 컨셉의 여행을 기획했다고 나왔다. 그러나 막상 방송을 까놓고 보니 최대의 자유를 주지만 그 속에 뭔가 하나의 표현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행이 된 미션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멤버들에게 주어진 휴가의 모든 걸 즉흥적으로 기획을 하는 것은 언제 어디 부분에서 제작진이 준비된 미션을 줄지 모르니 제안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개입을 막기 위해 길은 여행의 시작점을 '경포대'라고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트릭의 키워드였을까?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바꾼 말은 KBS 앞에서 만나서 오프닝을 하고 여행을 떠나자는 말이었다.
KBS 앞에서 떠나자? 아무리 길이 KBS의 예능에 출연을 한다고 하지만, KBS 와 MBC는 경쟁사로서 상대 방송사 앞에서 오프닝을 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무도는 아니다. 그런데 KBS 앞에서 여행의 오프닝을 하자고 한 것은 어쩌면 다분히 정해진 순서였을 수도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행동이었음을 알 것이다.
MBC도 총파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후 방송이 정상적으로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KBS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런데 '무도'는 배포도 크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식으로.. 길이 제안한 오프닝을 KBS 앞에서 하면서 마치 1박2일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듯 이곳에서 오프닝을 쳤다.
그런데 이어지는 자막이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생각이 옳다고 생각이 들 자막이었던 것이다.
놀라웠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하기에도 부딪치는 일들이 많은데, 오히려 경쟁사의 힘든 파업에 힘을 보태준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랴! 더욱이 무도에서는 기차에서 게임을 하면서 '희망나눔대회'라는 말로 재미를 주며, 파업을 지지하는 의미까지 함축해서 보여주는 스킬을 보여주기도 했다.
거의 대고 파업을 지지하는 장면들이라고 연상되는 장면들은 곳곳에 위치한 것들을 알 수가 있었다. KBS 앞에 텐트를 친 길은 약속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새벽 일찍 도착해서 1박2일에서 강호동이 하는 역할들을 모두 해 내는 재미를 줬다. 새벽같이 와서 길이 한 첫 행동은 라면을 삶아 먹는 것으로 1차로 표현하고, 라면이 익을 시간에 텐트를 쳐놓고, 그 후 다른 멤버들이 올 때까지 자는 것이었다. 이는 1박2일을 대놓고 표현한 것이었다.
다른 멤버인 박명수가 도착해서 길을 깨울 때에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막 일어났다는 것을 강조하듯 매번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는 것을 재연하는 장면 또한 큰 웃음을 줬다.
이왕이면 확대해석 한 번 제대로 해서 상황을 보자면 재밌는 점은 또 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던가?! 무도에서 여행의 컨셉으로 채택한 '드레스코드' 또한 내용을 담아낸 것처럼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곳에서 정해진 드레스 코드는 바로 '정형돈 자체 이미지'였다. 정형돈이 평소 하던 모습을 풍자한 것이었는데, 변하지 않는 은갈치 정장과 빨간띠의 가방, 구겨진 신발 등을 빗대어 웃자고 드레스코드로 정했다. 그러나 조금 확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이는 단체복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일 수도 있다.
파업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아닌, 단합된 모습의 행동임을 단체복으로 정해놓고, 거기에 빨간 띠의 가방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들이 내 걸고 있는 주장들에 대한 피켓의 의미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게임요소로 쓴 '희망나눔대회'가 의미하는 것 또한 이 의미로 넣어보자면 지금 당장 힘든 총파업을 하고 있지만 보다 좋은 미래를 위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있으니 같이 나눠 보자고 하는 고통의 분담 차원의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다.
길은 한 번씩 행동하는 모습이 마치 강호동을 연상 시키는 이미지를 하며 큰 웃음을 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강호동이 일어나면서 얼굴이 띵띵 부어서 자고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듯 길도 보여줬고, 그 이른 시간에 뻔 한 행동인 라면을 삶아 먹는 행동들 또한 비슷한 의미의 행동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재석이 농담으로 길은 있다가 물속에서 장구를 칠 것이라고 한 것 또한 아닐 수도 있지만 웬 일인지 강호동이 입수하는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농담이었다.
여러모로 이번 무한도전의 '시크릿바캉스'는 의미심장한 방송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준 KBS 파업에 대한 지지와 고통 나눔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경쟁사의 프로그램이 보여준 배포 큰 행동이었다. 다시 한 번 놀랍고 대단해 보이는 방송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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