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일반 국민, 세계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 말하는 건 인지부조화적인 일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났음에도 권위적이고 반인권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영사관이라면 전세계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인 것도 분명하다.
기관으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일단 법의 판결이 최종적으로 결론이 났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부분적으로 차후 대응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정식으로 재판결을 받아야 함에도. 최종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연히 제공해야 할 기본 인권을 제약하는 건 한심한 일이다.
유승준은 지난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므로 병역 의무를 피했다. 어쩌면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지탄 수준으로 끝나야 한다. 국적 선택은 본인의 선택이고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것이기에 괘씸해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 병역 의무를 지겠다고 했어도 최종적으로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 국적이 아닌 미국 국적을 선택한 건 그에게 주어진 선택이었고.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만한 자격을 갖췄기에 선택의 기로에도 선 것이었고. 비록 국민적인 정서와 반대의 결과를 선택했다고 해도 그건 위법한 일이 아니다.
병역 의무를 지겠다고 해서 병역 의무를 준 입장에서 이를 어겼으니 괘씸해.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그의 국내 입국을 막을 근거가 없기에 대법원 판결에서도 위법하다 결론을 낸 것이다.
정서와는 다르지만. 그건 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선택권 보장 차원의 결론이었기에 판결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영사관이어야 한다.
유승준이 반발하여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사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총영사는 이를 거절해 지속되는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부당한 처분의 연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기에 총영사관을 질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병무청도 말이다.
유승준은 2020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기에 법적으로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비자 발급이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땅히 주어져야 할 의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에 들어와 관광을 하든 거주를 하든. 그건 최종 판결 이후 그가 보장받아야 할 법적 테두리 안의 일이다. 수입 활동을 한다면 법적으로 부과할 세금을 받아내면 될 일이고. 거주 기간이 지나면 정기적으로 연장 혹은 출국 후 재입국을 통해 연장 거주할 수 있기에 이 또한 지켜줘야 할 일이다. 재외동포로 받을 권리가 있다면 그 또한 보장해줘야 한다. 법치 근간의 민주주의 국가가 유지되는 한 지켜줘야 하는 권리다. 그런데 그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병무청과 총영사관인 것.
재외동포가 입국 금지당한 사례는 명백한 중범죄 사안. 즉, 간첩, 마약 범죄, 성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범주의 범죄자가 아닌 자이다. 그렇다면 괘씸해도 비자를 발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강조해 말해도 그를 법적으로 옭아맬 근거는 없다. 자격이 되는 데 한쪽을 선택했다고 해서 국가적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도 아닌. 국제법을 따르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 위주의 권위주의 독재국가라 보면 될 일.
선택 가능한 일이었다면 정서를 위반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존중해야 한다. 문화 상품으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야 대중의 권리지만. 그가 입국할 권리를 막는 건 대중의 권리가 아니며. 그의 권리 침해를 하는 건 국가라도 해도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 자유를 줘야 한다. 근거 없는 것에 국민정서를 끼워 넣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