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통용되는 말인 ‘똥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방송사의 권위의식’이라 해야 할까? 권력이 되어버린 방송사에선 경쟁 방송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치를 봐야만 했던 시절이 얼마 전의 일이다.
M방송사, K방송사, S방송사로 불리는 눈치 보기 급급의 지칭은 시청자에겐 듣기 불편한 말들이었다.
언급에 대한 자유 보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방송사의 스타 PD나 출연자가 타 방송사와의 협업을 말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었다.
고작 M/K/S 방송사 언급 정도가 자유라고 할 정도였으니 우리 방송사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과도하게 금지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PPL의 자유이기도 하다. 철저할 정도로 금지되고 있는 PPL금지 조항으로 대중은 모자이크가 된 불편한 영상을 시청해야만 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상업 방송 시대에서 이런 제한은 없어져야 할 대표적 제한이다. 탈권위 시대에선 더욱더 사라져야 할 권위의식의 소산.
유재석의 부 캐릭터 유산슬이 벗겨내는 방송사의 쓸데없는 권위적 시스템 파괴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의미도 깊을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는 유산슬 캐릭터로 방송사 간의 벽을 파괴하고 있다. KBS의 아침 방송인 <아침마당>을 통해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투입. 콜라보를 완성했고. 이어 이번 방송에선 SBS의 <영재발굴단>을 통해 방송사 간 유지되어 온 협업 불가 시스템을 파괴했다.
이는 유재석이 출연한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먼저 시도된 것으로. 출연이 아닌 인터뷰였지만, 방송사가 다른 두 스타 PD를 한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직접적 만남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시도가 없던 상황에선 신선할 수밖에 없던 시도.
당시 방송에서 유재석의 옆을 지키던 조세호는 김태호 PD가 지어준 캐릭터 ‘짜사이’로, <무한도전> 유산슬 캐릭터를 보조하게 해 또 하나의 대통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무한도전>의 유재석 부캐릭터인 유산슬로 방송사 간 금지된 시스템이 파괴된 건 앞으로 협업이 자유롭게 된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얼마든 자유로운 포맷으로 작고 큰 스케일의 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중요한 계기로 기념할 만하다. 서로 윈윈해야만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버려야 할 자존심을 내세워 못한다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에 늦지 않은 시도로 응원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의 시대. 기존 모든 방송 시스템이 파괴되는 시기에 늦어진다면 도태될 수 있기에 김태호 PD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김태호와 나영석의 콜라보. 나영석과 김태호의 콜라보. 기존 방송사 간 시스템에선 불가한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기에 이런 움직임은 희망적이다.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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