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에서 ‘연좌제’를 당당하게 생각한다니 경악할 수밖에 없다. 사회 분위기가 과격해지고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을 짓밟는 사회가 됐다고 해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치열하게 사고해, 그런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바꿔야 할 대학생이 고작 연좌제에 빠졌으니 황당함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버닝썬 게이트, 강간 카르텔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명지대 학생 일동’이라고 하는 일부 명지대생은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인 ‘아이콘’을 섭외했다며 총학생회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통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며, 불편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를 삼는 일부 학생 일동이 말하는 불만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승리가 버닝썬게이트와 연관돼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또 “양현석이 탈세 혐의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런 회사에 소속된 아이콘을 소비해주는 행위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이어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 검토 없이 축제 사업을 진행한 총학생회의 자기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
총학생회 측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중함이 부족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내부적으로 조심스러웠던 부분을 사전에 인지하고 더욱 신중을 가하여 결정했다”는 게 총학 입장.
간접적인 소비에 동조하는 것 또한 아니라는 입장이다.
총학생회의 공식 입장문과 사과에 일부 학생 일동 측은 만족하지 못한 입장이긴 하나, 섭외 및 공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일부 학생이 주장하는 ‘버닝썬 게이트와 강간 카르텔’에 전혀 상관없는 아티스트가 거론되고 피해를 당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콘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긴 하나 그들이 문제 삼는 버닝썬게이트와 강간 카르텔과는 무관한 팀이다.
YG엔터가 승리의 전 소속사이고 현재 그와 연결돼 탈세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도 그건 아이콘과는 먼 사안이다.
돌려 생각했을 때, 문제 삼는 이들의 가족 구성원 한 명이 사건을 저질렀다고 그 학생의 사회생활을 막고자 한다면 그들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식 있는 척하며 올바른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적어도 ‘연좌제’로 누군가를 가해하지 말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소수의 주장이 다수에게 언짢음을 주고.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을 방해한다면 그건 다수에게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지성이 있다면 좀 더 올바른 생각을 해 버릇해야 한다. 파시즘이 팽배한 사회가 됐다고 해서 그 분위기에 올라타 쉽게 누군가를 가해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지성인이길 포기한 것이니만큼 비난받아야 한다.
‘연좌제’. 그건 반민주주의적 행위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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