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민 취급을 받게 한 시사예능 ‘썰전’이 쓸쓸히 퇴장했다. 전성기 10%에 달하는 시청률 썰전의 종영 시청률은 2.9%. 2019년이 되어선 3%를 넘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제작진은 휴식기를 갖고 재정비해 돌아오겠다고 하지만, 19대 정부 들어 썰전의 정체성이라면 돌아오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로 프로그램 정체성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여당과 제1 야당을 대변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로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건강한 비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썰전>의 전성기는 박근혜 탄핵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패널로 가장 사랑을 받은 건 유시민과 전원책. 두 명의 패널은 보수와 진보의 입장에 서서 진영에 유리한 입장을 말하지만 비교적 건전한 비판의 시간을 가졌다.
한쪽이 치고 나오면 한쪽이 받아주고. 두 패널은 호흡이 잘 맞았다. 상대적으로 더 잘못돼 보이는 보수 전원책이 시청자의 미움의 대상이었어도, 둘이 이끌어 가는 토론을 두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둘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강한 주장에 대해선 맞장구를 처 가며 비판하는 이성적인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때론 비이성적인 면도 있어 양쪽에서 질타를 받았다.
<썰전>의 재미가 사라진 건 전원책이 떠난 시기부터였다. 전원책을 대신해 보수 패널로 등장한 박형준은 점잖기만 할 뿐. 주장을 강하게 하지 못해 물에 물 탄 듯했다. 틀려도 어느 정도 강하게 어필해야 그걸 받아들이는 쪽에서 경계와 주의를 하겠지만, 그걸 못해서인지 유시민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며 자연스레 프로그램도 한쪽 진영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어 유시민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건 이철희. 초반 <썰전>의 주역이기도 했던 이철희가 등장해 균형자적인 역할을 기대했지만, 균형감을 모두 잃은 채 등장해 실망감만 컸다.
유시민과 전원책. 그리고 전성기 <썰전>에 있었던 건 그나마 ‘균형감의 유지’였는데. 종영 전 <썰전>은 ‘진영 감싸기’만 있어 꼴불견일 수밖에 없었다.
이철희가 균형감을 잃은 건 민주당 당적의 국회의원이 되고부터. 아무리 당을 위한 대변인이라고 해도 상대 진영을 배려치 않는 모습은 수시로 나왔고, 민주당 당적이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선 비판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은 거세해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됐다.
<썰전>에 사실상 가장 필요한 토론가는 모든 정당을 비판할 수 있는 균형자였는데. 거대 정당의 대변인만 나와 자기 쪽만 옳다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던 건 당연.
보편적 국민의 시선에서 좀 더 들어가 전문적 시선으로 볼 수 있게 유도해 줘야 하는 이들이 필요했지만, 그들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핑계만 대는 나팔수만 있다면 비판적 시사 토크쇼는 이어 갈 수 없는 상황. 그들은 모두 나팔수로 전락해 있었다.
국민은 점점 어렵게 살아가고. 어떠한 정책 실패로 그렇게 변해 가는지. 정부는 뭘 잘못하는지. 다수의 정당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분석적으로 짚어 주지 않는 시사 전문 프로그램이라니.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
<썰전>에 진짜 필요한 인물은 정당을 넘어서는 인물이며, <썰전>의 정체성은 시민이 정부든 정당이든 가리지 않고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게 끔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되지 않고 권력의 서포터가 되려 한다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독한 혀’는 대체 어디 갔는지.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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