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니무라 준의 곤혹스러움. 기자가 잘못한 것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 예정이었던 일본 자위대 욱일기 게양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개인적 소견을 밝힌 것이지만, 나라 간 예민한 사안이고 최근 더욱더 문제화된 욱일기 게양 건이기에 양국 간 대립은 극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일본 내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그의 시각은 지극히 옳지만,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며 자신의 국가에 유리한 것만을 취하는 일본의 현재에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자리가 아닌 곳에서 그의 말을 들었다는 게 문제다.

강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사실상 반 강요된 상황이었기에 그로서는 해당 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문제다.

그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전적으로 기자의 잘못된 질문 때문이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등장한 배우에게 ‘일본 자위대 욱일기 게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한 건 어리석은 일이기에 해당 기자를 질타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배우에게 묻는다는 것은 실례다. 가벼운 정치적 소신을 묻는 것이야 있을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심각한 사안을 묻는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해당 기자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엉뚱한 이가 자국민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쿠니무라 준은 “자위대로서는 일본 전통이라고 해서 굽힐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해해 주면 어떨까 하는 입장일 거다”라며 “욱일기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 정부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일본 안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보다는 개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 내 강경한 우익들은 이에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안 들어도 될 비난을 쿠니무라 준이 받고 있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쿠니무라 준은 비난이 이어지자 입장 표명문을 냈다. “저는 그다지 어떤 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의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런 저러서도 가끔은 깊이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라고 글을 열고,

“지금 이 세상에는 갈등이 없는 곳이 적은 편이지만, 사람들은 그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밝은 미래의 희망이나 따뜻한 과거의 추억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지금 이렇게 엄중한 상황이 되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모두가 그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를 찾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제라고 하는 자리는, 모두의 생각이나 의견이 섞이고, 녹여져서, 어느새 아름다운 결정체가 되어가는 장이 되기를, 저는 염원합니다… 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23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운영하고 계신 모든 분들, 영화제를 지지하는 부산의 시민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노력에 감사를 드립니다”라며 품격 있는 입장 표명문을 맺었다.


그의 입장 표명문은 더없이 기품 있어 더 씁쓸함이 밀려온다. 왜 굳이 그에게 이런 곤혹스러움을 선사했는지 말이다.

정치적 의견은 그 누구에게라도 쉽게 물을 수 없는 주제이고, 현재 양국 간 상황을 안다면 질문은 안 하는 게 예의였다.

작품을 들고 영화제를 찾은 배우에게 국가 간 겪고 있는 갈등 사안을 묻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대중은 이미 중국 등에서 수준 낮은 질문을 많이 받아왔기에 같은 입장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쿠니무라 준을 향한 예의 없는 질문에, 대중은 언론과 기자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장소 성격에 맞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기자를 보고 싶은 건 너무 큰 기대일까?

<사진=영화 '곡성' 스틸컷,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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