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를 진보의 블랙리스트로 올린 주진우. 추악한 시대여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7. 9. 16. 07:00
보수가 나라를 망치기만 했다면, 보수가 진보를 대신하여 다시 집권할 수 있었을까? 진보가 잘 했다면 깨어 있는 시민들은 끝까지 진보를 지지하며 정권을 돌려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집권 정당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단순한 것이 아닌 두 세력 모두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진보는 항상 옳은 행동만 한 게 아니다. 보수나 진보나 항상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돌아가며 정권이 바뀌었고 누구를 절대 선으로 놓지 못할 시대는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을 무너트린 결정적 도화선 중 하나다. 이는 이명박 정권부터 내려온 것이며, 그 이전 박정희 시대. 또 그 이전 시대부터 내려오던 일이다. 그러나 가장 조직적이고 활발하게. 마치 그것이 공식 사무인 것처럼 한 것이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17년 문재인 정부에도 여전히 블랙리스트는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스포츠 캐스터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성주는 기자 주진우로부터 공개 저격을 당했다. 그가 보수의 아이콘인 것처럼. MBC를 장악한 무리와 함께한 주요 인사인 것처럼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렸다.
문제는 그 말을 하며 김성주가 진보의 공공의 적이 됐다는 점에서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일명 문빠로 불리는 이들은 온 커뮤니티를 도배하며 주진우의 행동 대원으로 여론전에 가담하고 있다.
김성주는 순식간에 진보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김제동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분노하던 이들이 뒤돌아 그 모습 그대로의 행동을 하고 있기에 더욱 어이없는 일.
주진우는 지난 13일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파업 현장을 찾아 지지발언을 하며 김성주를 포함한 이들을 공개 저격했다. “권순표 앵커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후배들, 동료들이 파업하고 있는데 계속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며 마이크를 내려놨다”. “(당시)스포츠 캐스터까지 동참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 채워졌다”며 발언했다.
이어 “특히 김성주가 마이크를 많이 잡았다”며 못을 박고, “저는 그런 사람들이 더 밉다”라고 말해 실질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했다. 역시나 정치 성향이 같은 극단 세력은 그 말을 기점으로 김성주를 괴롭히고 있는 형세다.
김성주는 이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 이유는 어설피 대응했다가는 더 큰 폭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로서는 그게 최선.
하지만 억울할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통째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에 억울해할 만하다.
김성주는 MBC가 무너진 데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았다. 이는 TV를 시청하던 시청자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MBC가 내홍을 겪는 시기에 스포츠 캐스터를 맡은 건 사실이지만, 보도국 외에도 스포츠국은 영향력에서 맥을 못 추던 시기였다.
안정환과 함께 김성주가 스포츠 캐스터를 하고 월드컵과 올림픽을 가던 시기는 MBC 파업이 1차로 휴지기에 들어선 상태였다. 지상파 방송사 모두가 올림픽 또는 월드컵 중계 경쟁으로 바빴고, MBC를 대표할 만한 스포츠 캐스터가 없었기에 스타 프리랜서였지만 쉬고 있던 김성주가 캐스팅된 것이다. 주진우 말처럼 파업한 이들을 날리고 들어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대중도 기억을 할 일이지만, 당시 KBS는 이영표와 조우종을 대표로 내세웠고, SBS는 배성재와 차범근을 대표로 내세워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해 TV를 시청하는 이들은 행복해하던 시기였다. 누구의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말을 한 것은 억울해 할 일이다.
김성주가 MBC에서 유독 많은 활동을 한 건 단순한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안정환과 함께 케미가 좋았고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큰 인기를 얻었기에 MBC는 스타플레이어로 그를 내세울 수밖에 없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힘들 때 MBC를 그나마 유지해 준 인물을 두고, 당시 정권의 앞잡이로 취급하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일이 아니기에 분개를 하는 것이다. 주진우의 논리라면 MBC에 남아 프로그램을 지휘한 이들은 모두 그 정권의 앞잡이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김태호PD도 주진우의 논리라면 자유롭지 못하다. 즉, 김성주를 욕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참고 있던 진보 직원 모두도 앞잡이. 혹은 적폐로 취급받아야 옳을 일이다.
돌려놓고 봐서 아니라고 한다면 김성주도 앞잡이인 것처럼 취급당할 이유가 없다.
보수가 만든 블랙리스트가 나쁜 거라면, 진보가 만든 블랙리스트 또한 나쁜 것이다. 보수가 죽인 사람이나 진보가 죽인 사람이나 어차피 같은 범죄다.
블랙리스트에 그렇게 치를 떨며 분개했으면서, 자신이 돌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괴롭히는 현상을 좋게 봐줄 사람은 없다. 김제동은 억울한 시대를 보냈다. 김성주까지 억울한 시대를 보내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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